<발행인칼럼> 레이건의 추모 열기와 한국의 정치

<발행인칼럼> 레이건의 추모 열기와 한국의 정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11일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에 있는 레이건 박물관 경내의 묘역에 안장됐다. 레이건의 일생은 한편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난한 시골 소년에서 무명의 할리우드 영화배우를 거쳐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리고 알츠하이머병 증세로 인한 말년의 불행까지 그의 인생은 극적인 반전의 연속이었다.
그러기에 미국인들은 그를 미국의 영웅으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미국인에게 지금까지 위대한 세 명의 대통령을꼽으라면 대개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럼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꼽는다. 루스벨트 이후 미국의 자존심을 대표할 만한 대통령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기에 미국인들은 레이건을 새로운 영웅으로 추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재임 중에는 머리는 없고, 연기만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고, 극단적인 대기업 위주의 정책과 무리한 감세정책,무제한적인 군비경쟁으로 막대한 재정적자의 원인이 되었고, 더구나 임기 말에 터진 이란 콘트라 스캔들은 그에게도덕적 치명상을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동서 냉전의 와해를 가져왔으며, 지금의 세계 경제체제를 탄생시킨 장본인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에 대한 인색한 평가는 그의 태생적 기반에 연유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계기로 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지금의 부시 행정부가 이끄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이중적인 태도와 비도덕성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자존심이 크게 상처받은 지금 레이건의 타협과 포용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미국인들은 그를 조문하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어떤 할머니는 1 마일이 넘는 행렬에 끼어 일곱 시간이나 기다린 뒤 고인을 애도하였고 두 살배기 딸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열 두시간이나 운전하여 조문에 참여한 부인은 다섯 시간만에 시신이 안치된 관을 따라 한 바퀴를 돌면서 레이건을 추모하기도 하였다. 또한 미국의 언론들도 레이건의 삶과 그의 업적에 대하여 그리고 추모 열기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하였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미국의 한인동포들은 한국에도 이런 대통령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에, 그리고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한국의 현대정치사가 야합과 부정의 역사였기에 더욱 그런 것이 아닌가. 친일파와 군부독재에 의해 망가진 한국정치가 이제는 정치모리배들에 의해 타락할 대로 타락해버린 금권정치로 변하였다.
한국에서 레이건 같은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 이상 한국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희망은 오직 국민에게 있을 뿐이다. <453호/200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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