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덕 박사의 재정칼럼(848) 유행을 좇는 투자의 끝, 왜 우리는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최근 잠잠하던 종목들이 갑자기 급등하고, 연일 사상 최고가 경신 뉴스가 쏟아진다. 투자에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이 급하게 계좌를 열고 시장으로 뛰어드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사람들 마음속에는 묘한 불안이 자란다.
나만 기회를 놓치고 뒤처지는 것 같은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다. 그 순간부터 투자 판단은 냉정함을 잃고 감정이 운전대를 잡는다.
그러나 이런 광경은 전혀 새롭지 않다. 1929년 대공황 직전에도 경제가 영원히 성장할 것이라 믿었다.
1999년 닷컴버블 때는 회사 이름에 ‘닷컴’만 붙어도 주가가 폭등했다. 2021년에는 SPAC, 메타버스, 밈 주식이 시장을 장악했다. 2024년 말에는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들이 하루 만에 수백 퍼센트 급등했다가 불과 며칠 만에 절반 이상 증발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똑같이 말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그리고 그때마다 결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세상은 실제로 변한다. AI 혁명도 경제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좋은 산업과 좋은 투자는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 AI가 미래를 바꾼다는 사실이, AI 관련 주식을 어떤 가격에 사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 투자자가 가장 자주 저지르는 실수는 언제나 비슷하다. 가장 뜨거운 테마에 가장 늦게 올라타는 것이다. 어제의 인기 자산은 오늘의 소외 자산이 된다.
지금 AI 열풍 속에서도 시장은 흥미로운 신호를 보낸다. 많은 투자자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같은 대형 기술주에 집중했지만, 정작 시장을 지탱하는 힘은 의외의 곳에서 나오고 있다.
‘매그니피센트 7’을 제외한 나머지 493개 기업, 즉 ‘S&P 493’이 시장 수익률을 실질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AI 인프라에 쏟아지는 자금이 반도체 부품, 전력, 데이터센터 기업들로 흘러가며 예상치 못한 수혜 생태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대형 기술주 상당수가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음에도 S&P 500은 올해 약 1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종목이 반드시 최고의 투자 대상은 아니라는 진실을 시장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역사는 같은 교훈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1970년대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시절, 코카콜라와 디즈니 같은 우량주는 “한 번 사면 평생 팔 필요 없는 주식”으로 불렸다. 기업은 훌륭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평균 PER 47배까지 치솟은 끝에 버블이 꺼지자, 이 우량주들조차 처참하게 폭락했다. 닷컴버블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었던 시스코를 정점에서 산 투자자는 원금을 회복하는 데 25년이 걸렸다.
1989년 일본 닛케이 지수는 최고점을 회복하는 데 35년이 걸렸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는 바닥에서 포기한다. 진짜 투자 실력은 상승장이 아니라 시장이 무너질 때 드러난다. 2020년 팬데믹 초기, 모두가 붕괴를 예상했지만, 시장은 가장 암울했던 그 순간부터 반등했다. 반대로 모두가 낙관할 때 조정은 늘 예고 없이 찾아왔다.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려는 시도보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이유다.
성공적인 투자에 필요한 것은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능력이 아니다. 치명적인 실수를 피하는 능력이다. 남들이 타는 기차에 무작정 올라타는 “묻지마 투자”를 멈추고, 특정 테마에 자산을 몰아넣지 않는 분산투자와 충분한 비상자금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긴 투자 역사 속에서 최후에 웃은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한 천재들이 아니었다. 시장의 변동성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철저히 대비했던 사람들이다. 유행은 바뀌어도 인간의 탐욕과 공포는 바뀌지 않는다. 대부분의 투자 실패는 시장이 아니라, 바로 그 감정에 휘둘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명덕, Ph.D., Registered Investment Adviser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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