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주걱턱이 뭐 길래……

<김원동칼럼> 주걱턱이 뭐 길래……

중견 여배우 김 여진의 갑작스러운 방송출연금지로 떠들썩하다.
지상파 방송 두 곳에서 PD와 작가로부터 섭외가 들어와 출연이 결정된 상황에서 PD들로부터 느닷없이 미안하다는 전갈이 왔다. 없었던 일로 하자기에 취소에 합당한 이유를 묻자 “윗선의 지시”라고만 했단다.
지난 9일에는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었는가하면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거들고 나왔다. 연예인 뿐 아니라 자신도 정해진 대담 방송출연이 상부지시로 갑자기 취소 됐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쪽에서 미운털로 점 찍힌 그에게 언젠가 복수의 칼날이 닿겠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빨리 왔다는 것이다.
그 후 보도를 통한 김여진의 출연금지 내용을 보면 지난 대선(大選)에서 김여진은 동료 탤런트 권혜효와 가수 전인권 등과 함께 민주당 후보 문재인 캠프에서의 열심히 활동한 것이 괘씸죄에 걸린 배경이란다. 그녀 스스로의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다.
김여진과 박지원 등의 방송출연 금지조치에 대해 두 당사자 외에 많은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아직 청와대에 들어가지도 않은 당선자 신분에서 급하게 치고 나오는 이상한 정치보복신호를 보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국민 누구나 자기의사를 자유로이 표현 할 수 있는 공정사회를 만들라고 한 목소리로 외친다. 제2의 유신은 안 된다는 논리다.
연예인 블랙리스트, 소위 대선 때 상대진영에 섰거나 여타한 방법으로 권력을 쥔 자신에게 불이익을 준 연예인들의 숨통을 죄는 소위 말하는 기피 내지 경계 대상 인물명단이다.
본격적으로 내놓고 시작한 건 이명박 정부 중반쯤이다. 그는 그래도 당선자 신분 때는 물론 집권하고도 바로 행동(정치보복)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자신을 서울시장 시절부터 줄곧 “쥐새끼”라는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인 비판을 해대던 방송인 김구라(김현동)에게도 방송퇴출은 한참 미루었다.
그러다가 본격적인 시작은 노무현 서거 후 노제(路祭)를 지날 때 사회를 맡았던 김제동에게 드디어 복수의 칼을 빼 들었다. 모든 프로에서 하차시켰다. 윤도현 김미화 등 소위 소셜테이너들이 프로그램에서 밀려났다. MBC의 간판타자인 100분 토론의 손석희가 밀려 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된다. 그래도 MB는 집권하고 한참 후에 곤조를 부리기 시작했는데 박근혜는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당선자 신분에서 일찌감치 문재인 진영의 지지 연예인들의 밥줄을 끊으려 든다며 너무 일찍 했다는 표현이다.
당사자인 배우 김여진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건 정치적 입장 때문에 연예인의 밥줄이 끊기는 상황은 매우 부당하다”며 이게 뭐냐면서 “너무 구질구질하다”고 말했다.
국민대통합이니 탕평이니 하고 떠들던 박근혜의 선거 핵심공약이 머쓱해졌다. 반대자의 포용도 리더의 덕목인데 말이다. 물론 자신이 직접 시킨 일은 아니겠지만 이 사건 후 일부 방송종사자들과 문화평론가들의 인식은 대충 일치한다.
방송사의 과잉충성보다는 박근혜 캠프의 지시로 본다는 내용이다. 네티즌들도 어떤 식의 정치보복도 이젠 안 된다며 당선자 시절부터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취임 후 얼마나 탄압행위가 불거질지 불안하단다.
그래도 이건 약과다. 대선이라는 피말리던 전쟁에서 상대를 밀었기에 걸린 괘씸죄라 치자.
5공 시절의 방송가에 불었던 소위 전두환과 이순자를 너무 닮은 모습 때문에 받은 피해는 정말 어처구니없다. 전두환과 대머리가 닮은 죄로 실업자가 되었던 탤런트 박용식의 이야기는 최근에 칼럼으로 다룬바 있다.
그 외에 두 사람의 개그맨 김명덕과 심철호의 경우다. 두 사람 다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지음 받은 그 문제의 튀어나온 턱주가리 때문에 영부인(이순자)를 능멸한 무슨 대역죄라도 진 양 괘씸죄라는 중죄인이 되어 그들에게는 사약이나 다름없는 출연금지 통보를 받았다.
눈물을 머금은 채 마지막으로 방송국 건물속의 거울을 보면서 생각했을 것이다. 주걱턱이 죄가 되는 나라에서 그래도 살아야 하나라고…주걱턱이 뭐 길래…. kwd70@hotmail.com / 201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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