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결혼은 인륜지대사, 그리고 관혼상제 이야기<상>.

<김명열칼럼> 결혼은 인륜지대사, 그리고 관혼상제 이야기<상>.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결혼을 일륜지대사로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인륜이란 부자, 부부, 군신, 붕우, 장유의 5륜을 뜻한다.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다음세대로 삶을 이어가는 것의 중심으로 인식하며 결혼을 인륜의 중대사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의 현대 사회의 세태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어느 시장조사 전문업체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미혼자중 20.3%만이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미혼자 대부분이 결혼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이는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비혼 현상”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결과이다.

결혼하지 않는 “비혼”의 가장 큰 원인은 결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결혼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면서 결혼 및 육아를 인생의 숙제나 과업처럼 생각하던 기존의 인식과는 달리,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의 부분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자가 외롭고 힘들다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편하다고 인식하고 그것을 즐기는 혼족(1인 가구)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사회가 도래 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고 남성과 여성의 역할 구분이 많이 사라지게 됐다. 그로 인해 결혼의 중요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또한 취업과 노후가 큰 부담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결혼은 ‘큰 돈’이 드는 짐처럼 느껴진다. 결혼후 육아문제로 발생하는 경력 단절, 누군가의 남편이나 아내, 누군가의 엄마나 아빠로 가정에 대한 무조건적인 헌신 및 희생적인 삶을 선택하기보다 오롯이 본인의 삶을 누리고 개척하겠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보다는 개인의 경력에 더욱 집중하기를 택하는 것이다. 즉 단적으로 말하자면 옛 부터 아주 중요시하게 여기며 지켜왔던 인륜지대사의 관념이 현대사회에 와서는 많이 희석?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이 인륜지 대사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서술(敍述)을 하여 2회에 걸쳐 연재로 독자들에게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사람은 두번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첫째는 어머니 뱃속으로부터 으앙하고 세상에 태어나는 걸 말하고, 두번째는 결혼해 부부로 탄생하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이처럼 결혼은 죽음을 하고 장례를 치르는 일보다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이를 다시 설명한다면 서로 태어나 자랐던 곳이 다르고 이름도 성도 몰랐던 남녀가 처음 만나 살 비비고 사는 걸 결혼이라 한다. 이것이 곧 첫째 인륜지대사 이고 두 번째가 죽음을 하고 장례를 치르는 일이라 일컫는다. 인륜은 지상에 사는 이들이 만들어 놓은 생활법칙을 따라가며 사는 일이고, 천륜은 하늘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뜻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처럼 남녀가 짝을 이룬 후에 자식들이 태어나면 부모와 자식 관계가 이루어지고 하나 둘, 형제들이 늘어난다. 자매들이 늘어나고 같은 피를 이어 받은 혈육 관계가 인륜 같지만, 천륜으로 이루어진 사실이니 마땅히 인륜도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간도, 형제와 자매간도, 하늘법인 천륜으로 정해진 법칙이니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않으면 패륜아로 낙인찍히고 만다는 말이다.

나의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 결혼식이 있는 날이면 온 동네가 떠들썩했다. 어린 개구쟁이들도 덩달아 신났었다. 그때 결혼식 광경을 보면 신랑의 사주와 청혼서, 신부의 한복 치마 저고릿감과 가락지 등 예단을 사주함에 넣어 신부집에 신랑 친구들에게 함을 지워 보낸다. 이때 함진아비가 동구 밖에 들어오면서 부터 동네가 시끌벅적 했다.

신부집 마당 가운데 놓인 초례상에는 나무 기러기 한 쌍과 살아있는 닭, 쌀과 팥, 목화씨와 대나무 잎과 솔가지 등이 올려졌다. 사모관대로 차려입은 신랑은 위세도 당당했다. 족두리를 쓰고 곱게 단장한 새색시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두 여인의 도우미 부축을 받고 드디어 마당으로 나온 신부는 얼굴을 가렸으니 들러리가 가린 천을 들어 올리기 전에는 신랑이 얼굴도 볼 수 없었다. 전통 혼례식은 정말이지 엄숙하게 진행되어 보는 사람들도 숨을 죽이면서 지켜보았다.

그때 신랑측에서 두루마리 축사를 읽고 나면 신부측에서 두루마리 답사를 펼쳐 읽는 장면은 어린 나였지만 가슴이 뭉클했다. 세월이 오래 흘러갔지만, 이처럼 인륜대사인 그때의 결혼식 풍경이 자주 떠오른다. 나의 어릴때 그때만 해도 신부가 탄 가마가 동구밖에 나타나면 개구쟁이들이 몰려가 손뼉을 치며 짓궂게 가마 옆을 돌며 신부얼굴을 보려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제는 인륜지대사중 두 번째 얘기인 장례 얘기를 좀 해보기로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는 매장(埋葬)에서 화장(火葬)으로 바뀌었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전인 1980년도 경부터 한국의 화장 문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성경에 펼쳐지는 이스라엘의 구약시대나 예수님 시대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장례와 비슷한 삼일장을 치렀던 걸 본다.

가족중에 누가 죽으면 옷을 찢고 곡을 했다. 시신을 새 마포로 감싸고 3일후에 매장을 했으니 우리 장례문화와 비슷했다. 이 때문인지 소년시절부터 교회에 다녔던 기독교인으로서 화장보다는 매장을 택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요즘 장례문화는 매장보다는 화장이 대세다. 교회식 장례도 마찬가지로 거의 화장을 택하고 있지만 내가 죽음을 맞을 때 어떤 방법으로 장례를 치르라고 밝히지 못했다. 성경 속의 장례식 장면은 모두가 매장이며 화장했던 걸 찾아볼 수 없다. 예수님께서 재림 때는 무덤속에 장사지낸 자가 죽기전 모습으로 부활한다는 기독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인륜지대사라 하면 태어나 살면서 치러야 할 큰일로 짝을 만나 하나 되는 결혼의식을 치르는 것과 죽음을 맞이한 자의 장례를 치르는 일이 인륜지대사란다.

그렇지만 결혼식만이 인륜지대사인 것처럼 인식하기보다는 죽음 직전과 후에 일도 오리 모두 고민해봐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동양에서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했다. ‘인륜지대사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는 일중에 가장 큰 일이다’라는 뜻이다. 서양에서는 바다에 나갈 때는 한번 기도하고 전쟁에 나갈 때는 두번 기도하고, 결혼을 할 때에는 세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다. 나는 지난 12월16일에는 탬파에서 모 한인단체장을 지낸 회장님댁 따님 결혼식에 가서 축하를 해 드렸었다. 참으로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감미로운 음악의 선율 속에 많은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아름다운 젊은 부부 한쌍이 새 가정을 이루었다.

반면, 나는 같은 달 12월5일과 15일에는 같은 교회에 다니시는 두 여집사님 가정의 남편들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하늘나라로 소천하는 사별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학창시절 글로 배운 회자정리(會者定離)의 깊고 무거운 의미를 살면서 자의 또는 타의로 여러번 가슴으로 체득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좋은 이별, 이별을 잘하는 법 등을 쉽게 말하지만 연인이나 가족을 잃은 당사자에게 이별 또는 사별은 감당하기 벅찬 슬픔일 뿐이다.

이중에 사별은 대상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에 죄책감, 미안함, 그리움 등이 더욱 오래 가기도 한다. 특히 평생을 함께 동거동락한 배우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를 보낸 남아있는 배우자는 한없는 슬픔과 가슴 아픈 고통속에 평생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오늘은 이러한 결혼과 장례문화에 관한 이야기 들을 참고로 설명 드리고, 상식적인 관점에서 옛날 조선시대의 각종 의례와 결혼 및 장례 예식에 대한 풍습을 설명 드리도록 하겠다.

사람들은 어느 누구나 세상을 살다 저 세상으로 떠나간다. 즉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시기를 소중히 여기고 기념하고자 했다. 일정한 형식을 갖추고 행사를 치르며 의미를 새겼다. 이것을 의례라고 한다.

출생 후 성장하여 혼례를 치르고 일정기간 살다가 세상을 떠나면 산 사람들이 장례를 치른다. 상례가 끝나면 산 사람은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며 제사를 지낸다. 이러한 혼례와 상례, 제례는 모두 한사람의 일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례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사람들은 일생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의례를 치르며 의미를 되새겼다. 그들은 이러한 의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예를 들면 백일, 돌, 성년식(관례), 혼인 예식(혼례), 장례(상례), 제사(제례)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대표적으로 관례(갓을 쓰는 성인식=상투를 틀고 갓을 썼으니 이제 어른이 되었다), 혼례(혼인하는 의식=신랑 신부가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었다), 상례(초상을 치르는 의식=슬픔을 다해 돌아가신 분을 생각한다), 제례(제사를 치르는 의식=조상들을 추모하며 효를 실천한다) 등 이상을 관혼상제라고 따로 일컬었다. 그만큼 중요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관혼상제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다. <다음 주에 하편이 이어집니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395/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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