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아날로그 세대,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져 사는 불쌍한 노인들

<김명열칼럼> 아날로그 세대,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져 사는 불쌍한 노인들

(현 시대에 뒤떨어져 사는 노인들의 현실 이야기, 특별 기고문)

나는 지난 3월21일 TV를 시청하다 우연히 광고시간에 도미노 피자에서 Everything 50% off라는 Sale 광고를 보게 되었다. 즉 내용인즉 모든 피자종류의 먹거리들을 정가에서 반값인 50%를 할인하여 판매한다는 광고다. 눈과 귀가 번쩍 뜨여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 다음날 점심때 도미노피자 가게를 찾아갔다. 예를 들자면 평소 Large Pizza 한판에 24달러를 지불한다면 이번 세일기간(3월18일~24일)동안에는 그에 반값인 12달러에 사먹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곳에 가서 원하는 종류의 피자를 주문하고 돈을 지불하려고 하니, 캐쉬어 보는 종업원 이야기가 정가인 24달러를 다 내라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너희 가게에서 모든 피자류를 50% 반값, 할인가격에 세일한다고 했잖느냐?고 문의하니 Online주문에 한해서만 반값, 50%가격에 준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 내가 하는 말 “나는 Online으로 주문할 줄 모른다”고 했더니 막무가내로 오직 온 라인에 한해서만 할인혜택이 주어진다고 하며 정해진 가격 전액을 지불하라고 한다.

너무나 황당하고 당황스러워서 잠시 어정쩡하게 망설이고 있을 때, 뒤에 서있던 어느 젊은 청년이 자기가 금방 나대신 온라인으로 주문해 줄 테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다. 그 청년은 줄서 기다리는 라인을 벗어나 스마트 폰을 꺼내 몇번을 터치업 하고 나서, 나에게 15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Online order를 할 줄 몰라서 하마터면 10여달러를 고스란히 더 지불해야 했는데 그 젊은 청년 덕택에 50%를 할인된 가격에 사 먹을 수 있었다. 나는 그 청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오늘 이 순간, 나는 신세대와 구세대, 즉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격세지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겪어보았다.

그러면 여기서 참고로 아날로그(Analog)와 디지털(Digital)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아날로그 세대란? 디지털세대가 21세기를 대표한다면 아날로그 세대는 20세기를 대표한다. 디지털 세대가 우리 젊은이들을 표현해준다면 아날로그 세대는 그들의 부모님들 세대를 표현한다. 각종 디지털 기기가 나오기 전의 세대로 디지털 세대를 컴퓨터 세대라고 한다면 아날로그 세대는 전자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세대란? 나이로 치자면 197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로서 인터넷과 휴대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친숙하게 사용하며, 같은 나이 또래의 비슷한 생활패턴이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인터넷을 아무런 불편없이 자유 자재로 활용하면서 인터넷이 구성하는 가상공간을 삶의 중요한 무대로 인식하고 있는, 디지털적인 삶을 살아가는 세대로서의 특징을 이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꼽는다.

다음은 아날로그에 대한 설명과 그 역사 이야기다.

1970년대 까지 아날로그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매체의 출시가 이루어졌다. 카세트 테이프와 워크맨, LP가 오디오 시장에 등장했고 비디오테이프와 8mm 캠코더, 필름 카메라의 등장은 영상매체의 발전을 이끌었다. 아날로그 매체는 대중들에게 1차원적인 편리함을 얻게 했는데, 대표적인 예로 비디오테이프가 나오기 전까지 영화나 영상물을 일개인이 보관하기 어려웠으나 출시 이후 일개인이 영상을 직접 저장하고 다시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생긴 것이었다. 아날로그 매체의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된 뒤 1980년대부터 아날로그 매체는 전성기를 누리며 대중들에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또한 아날로그 매체의 대중화에 따른 상용화 현상도 눈에 띄었는데, 비디오 테이프가 대중화된 이후 영화나 영상물을 모아 놓고 빌려주는 비디오 대여업이 인기사업으로 발돋음 했고, DVR, 캠코더, 필름 시장 등이 유행을 크게 일으키며 거대한 규모의 사업시장을 이루기도 했다. 이 시기에 유행했던 아날로그 감성은 디지털시대로 전환된 2010년대 이후 여러 드라마나 창작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인류의 실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던 1990년대 중반,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아날로그 매체는 디지털 매체와의 공존을 시작하게 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매체의 공존기는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기 전인 2000년대 까지 이어지게 되며 1990년대 후반부터는 디지털 매체가 급속도로 발달하며 아날로그 시장을 위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은 디지털 시장의 태동기로 아날로그 매체와 비등비등한 점유율을 보였고 2000년대 중반 까지도 아날로그 매체의 영향력은 건재하였으나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대다수의 아날로그 매체들이 디지털매체에 밀려 사용률이 떨어지거나 완전 대체되면서 시장의 판세가 바뀌게 된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아날로그 매체는 여전히 대중들에게 사용되었는데, 이는 디지털 시장이 스마트폰 대중화 이전까지 각 시장별로 세분화되어 있어 아날로그 매체의 점유율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었던 단점 때문이었다.

2000년대 후반까지도 인류의 삶에서 이용되던 아날로그 매체는 2010년대에 접어들며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완전히 시장에서도 도태되어 인류의 생활에서 쓰이지 않게 되었다. 기존의 디지털시장도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도태된 상황에서 사용하기 불편했던 아날로그 매체는 빠른 속도로 퇴출되었다. 아날로그 매체가 몰락하면서 2010년대부터는 스마트폰과 유비쿼터스로 대표되는 완전한 디지털 시대가 개막하게 되었다.

금융정보화 시대를 맞아 대다수 사람들이 온라인 거래 방식을 이용하는데, 나는 이것을 할 줄 몰라 은행에 입,출금을 할 때면 언제나 운전을 해 은행에 들러 손으로 전표를 써내고 받으며 은행업무를 보고 나온다. 또한 나날이 늘어나는 키오스크 매장(맥도날드, 버거킹,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파넬라 등의 대중 체인점 식당)에서 기계 주문을 하지 못하고, 식당 테이블에 설치된 태블릿 메뉴판오더 시스템 역시 할 줄 몰라 아예 외면을 해버린다. 어느 누가 이러한 나를 보고 “그것도 할줄 모르느냐?”고 면박을 주고 탓한다면 할 말이 없다. 나이 먹고 게으르다? 보니 그런 것도 못 배우고 귀찮아서 편하게 살다보니 오늘날 현 시대에 뒤떨어져 사는 아날로그 인생이 되었다. 물론 이 세상에는 나이든 사람들 모두가 현 시대에 뒤쳐져 사는 정보화 취약자는 아니다. 그들 가운데는 IT능력자도 얼마든지 있다. 또한 정보화 사회의 도태와 무관하게 기존 아날로그적 삶을 연장하며 살아가는 상류사회 부자 연장자들도 보란듯 존재한다. 결국 문제가 있다면 한편으로는 정보화 시대에 적응하기가 귀찮거나 힘들고 벅차서,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사회를 외면할만한 재력도 갖추지 못한 보통 나이든 사람들의 사정이다.

젊은세대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이라면 노인 세대는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s)이다. 말하자면 살아생전 재(再) 사회화가 싫든 좋든 불가피한 세대다.

이들은 디지털 약자로 탄생한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그렇게 분류될 따름이다. 그런 만큼 생활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들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수고와 고통은 각별히 이해되고 배려될 필요가 있다. 이들의 구겨진 자존심과 열등의식은 결코 스스로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심리적 불편함이 구조적 불이익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도록 나서는 일은 사회공동체의 의무이자 도리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들어 늙으면 쓸모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이 많이 있다. 한국에선 노인들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1위라고 한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노인이 되기 전까지는 역할이 있었다. 한 가정의 귀한 자녀로 태어나 성장하여 사회의 일꾼으로 일관되게 희생하고 노력하며 살아온 부모 역할이 그것이다. 그렇게 한 평생을 살아올 때는 소속감이 있었고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살아왔다. 그러할 당시에는 언제까지라도 자기는 필요한 존재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노인이 되면서부터는 급속도로 역할이 없어지고 활동영역이 좁아졌다. 그렇다보니 자식과 손자들 한테만 더욱 친밀한 정서적 관계로 고착되어간다. 조,부모의 애착이 깊어져 가는데 반비례해 자녀들은 조부모와 멀어져간다. 자식도 손자녀도 바쁜 세상에 살아간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버렸다.

아날로그적인 시대에 살았던 세대들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격차가 너무 심하게 벌어진다. 이제는 늙은 조부모, 노인들이 할 일이 없어졌다. 그 자리에 없어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날이 갈수록 상실감과 소외감은 점점 더 커 가고, 우울하고 서럽다. 빈 둥지 증후군을 미리 예방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하고 살아온게 서럽기만 하다.

부모 곁을 떠나간 자녀들은 그때부터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한정된 시간에 모든 삶의 방식을 터득하다 보면 부모는 뒷전이 되게 되어있다. 다양화된 세상속에서 여기 저기 소속을 두고 사는 젊은이들은 시간이 부족하다. 사랑과 정을 일방적으로 쏟으며 모든 일에 이해를 잘해주는 자기편인 부모님에게 시간을 할애할 여력이 없다. 이때부터 늙어가는 부모님은 자녀한테 섭섭함을 느끼게 된다. 기력이 딸리고 아픈데가 많아지며 더욱 소외감을 느끼지만 자녀들에겐 더 애착이 가게 된다.

여기서 부터 노부모와 자식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노부모는 할일 없어지는 시기가 많아지고 자녀들은 여러 가지 역할에 바빠서 서로가 상반된 시각 때문에 부딪히게 된다.

정보혁명 시대 이전에는 노인들이 살아왔던 과거의 다양한 경험은 유용하고 유익한 조언이 되어 자녀들과 후배들이 나누는 지혜로운 어른 역할로 존중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매일 쏟아지는 다양한 정보와 급변하는 새로운 IT기술을 이해하고 따라가지 못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답답한, 현 시대에 뒤떨어진 낙오된 늙은이로 밀려났다. 나이 먹고 늙은 노인으로 살아가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세상은 점점 좋아지는데 노인들이 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가 노인들을 취약한 계층으로 전락하게 만든다. 노인들의 질문은 주책이고 불편하게 느낀다. 어린아이와 청소년 한테 채워주듯이 노인들한테도 동일한 사회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401/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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