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평범한 일상, 일상의 소중함.

<김명열칼럼> 평범한 일상, 일상의 소중함.

나는 매일 오전 5시45분부터 6시 사이에는 기계적으로 눈이 뜨이고 기상한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정좌하여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기도의 내용중에는 나 자신과 가족은 물론, 교회의 성도들, 나의 지인과 친구, 아픔의 고통에 시달리는 환우들, 나의 조국과 세계의 평화와 인권을 위한 기도를 빼놓지 않는다.

기도를 끝내고 일어나 간단히 몸을 풀고, 이어서 6시30분부터 시작되는 소속교회 목사님의 설교말씀을 온라인을 통하여 경청한다. 가급적이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기를 노력하며, 그분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를드린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그날그날의 상황에 따라 대처하며 정원관리, 독서, 원고쓰기, 산책, 낚시, 명상, 티비 시청 등등으로 하루를 소일한다. 하루 세번 식사 때 기도는 물론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들을 떠 올리며 중보기도를 하나님께 드린다. 밤 10시가 넘으며 하루의 일상을 무사히 잘 지냈음을 감사드리며 기도를 드리고 침대로 들어간다. 매일 매일 반복되다시피 하는 일상이지만 그러한 속에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어 행복하고,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교회가 있어 좋고, 좋은 친구와 지인들이 있어 즐거우며, 내가 좋아하는 글을 써서 수많은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

이러한 평범하고 지루하지 않은 일상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범사의 감사 속에 평범한 일상을 잘 보내고 있다.

우리의 일상,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일상이 기적이고 행복이다. 이 힘들고 어려운 생존경쟁 사회에 살아남아서 존재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 기적과 같으며 그것이 행복이란 이야기다. 세상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은 일하기, 먹기, 놀기, 잠자기 등 네가지 행위의 반복이다. 첫째로 일하기는 먹이를 구하기 위한 일체의 경제행위를 말한다. 오늘날의 직업이 바로 생계유지를 위한 일하기다. 교육도 미래의 경제행위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넓은 의미의 일하기에 포함된다. 둘째는 먹기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신체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셋째, 놀기는 문화생활인데,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먹고 난 뒤에 즐긴다. 오늘날의 오락과 예술 및 스포츠 등이 이에 속한다. 넷째, 잠자기는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생리 현상이다. 이 네가지 행위 중에서 어느 것 하나가 결핍되어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특히 그중에서 일하기, 먹기, 잠자기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인생살이는 “총성없는 전쟁이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살벌한 생존경쟁 시대에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끝을 보고자 하는 살벌한 전쟁터가 우리네 삶의 현장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끝을 보고자 하는 치열함이 어찌 보면 인생살이에 필요한 부분일수도 있지만 이것만 있다면 그 인생은 평생 삶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인생살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 삶의 중압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오늘날처럼 갈등과 경쟁의 치열한 산업사회에서는 사회가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복잡하게 변화함으로 이에 적응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많은 신체적, 심리적, 환경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런 부담감을 일명 “스트레스”라고 한다. 이 스트레스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일상의 행복을 빼앗아 간다.

이러한 삶의 중압감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길은 “삶속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여유란 모자람의 기쁜 인정을 말한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고, 그 남겨둠이 다하는 것보다 즐거울 때 ‘여유’,‘만족’ 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느 길도 다 갈수가 없다. 길은 갈수록 멀어진다. 굽이굽이 돌아가다 보면 새 길이 나오고, 여기다 싶으면 저쪽이 궁금해진다. 하지만 어떤이는 이 길을 다 가지 않고서도 그 끝을 알고 있다. 길을 남겨두고도 끝을 보는 것, 부족함을 안고서도 만족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여유 이다. 세상은 점점 더 산업사회로 치달리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여유를 잃어가고 있다. 더 벌어야 하고, 더 가져가야 하고, 더 높아져야 하고, 더 앞서가야 하는 조급증에 시달리고 있다. 조금은 모자라도, 다른 사람이 가고 있는 길을 추월하지 못했어도, 다른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나만 옛날 것 그대로 가지고 쓰고 있음에 촌스러움을 느껴도, 그 촌스러움을 멋으로, 여유로, 느긋함으로 느끼며 살아감이 행복일수 있다.

또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이런 말을 했다. “큰 일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사소한 일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것이야말로 몰락의 시작이다”라고……..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평범한 일상을 즐기며 살아가는 삶의 여유와 느긋함을 잃어버리고 더 크고 더 강한 삶의 형태나 위치, 그리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삶을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현재 내가 누리 고 있는 것들, 일상적인 것들에 감사하지 못하고 뭔가 특별하고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것만을 찾아 핏대 오른 눈에 불을 켜고 살아가는 사회는 정말이지 삭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어진 일상이란 평범함과 익숙함 그 자체이지만 큼직한 간격을 두고 생각해보면 그 묵직함과 중요성이 새롭게 느껴진다. 지금은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중요하지도 특별하게도 여겨지지 않고 어떤때는 반복되는 나날이 지루하고 하찮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내 삶의 여정은 오늘의 이 자리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고와 시련은 현재의 흔들림이 없는 안정된 일상을 찾기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 오늘 내가 영위하고 있는 일상은 바로 어제의 나의 모든 노력과 꿈의 구현인 것이며 그 결과이다. 그러니 나의 일상이 무색무취로 별다른 감동이 없고 이벤트도 없다 하더라도 비어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속이 꽉 차있기에 미동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날들이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데다 그 내용 또한 소소하고 평범하다보니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일상의 내용이 소소한 것은 내 그릇이 크지 않아서 그런 것이고, 나날이 평범한 것은 내가 평범하여 특별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다. 세상에 더 훌륭하고 화려한 삶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과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다. 어찌보면 삶속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일상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하나씩 채우면서 나아가는 것이 삶이니 이 일상의 시간을 빼버리면 우리 삶에서 남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삶이란 우리 앞의 이 일상을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10여년전 한참 바쁘게 현업에서 뛰고 있을 때는 가끔 일상이 지루하고 지쳐서 빨리 은퇴하고, 편안히 쉬며 읽고 싶은 책도 실컷 읽고 낚시도 마음껏 해보며, 여행도 많이 다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다. 그런데 이후 막상 은퇴를 하고 보니 과거의 바빴던 일상, 쉬지 못하고 강행군 하며 치러 냈던 일들, 생활전선에서 온 몸으로 인생의 무게를 견디며 살던 그 세월과 시간들이 얼마나 값지고 보람 있었던 일상과 생활이었던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긴 시간과 세월이 흘러간 후 그 소중하고 바쁘게 살았었던 과거의 일상들이 재 평가를 하게되며 내 삶을 행복하고 보람되게 채워준 소중한 하루 하루였다고 느끼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문득 일상이란 것이 묵직함을 넘어 위대함으로 다가온다. 이 일상이야말로 우리 삶의 알맹이 이며 살아가는 유일무이한 공간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이 위대한 삶의 여정인지도 모른다. 일상이 비록 소소하고 평범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충실히 사는 것이 훌륭한 삶이다.

평범한 일상속에 작은 감사속에는 더 큰 감사를 만들어내는 기적이 숨어 있다.

사람이 스스로 속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감사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받는 사랑도 당연하고, 내가 받는 대우도 당연하고, 내가 하는 일도 당연하고, 내가 지금 건강한 것도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바라보라. 우리 주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일들도 누리지 못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당연한 것을 감사하기 시작하면 고마운 마음은 더욱 커지고 또 하나의 감사의 열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주어진 일상을 범사에 감사하며,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 역시 감사드리며 살아가자.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403/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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