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가을 단풍구경 이야기

<김명열칼럼> 가을 단풍구경 이야기

미국에서 제일 좋은 단풍관광 명소, Blue Ridge Parkway

참으로 너무나 아름답고, 장엄하며 황홀함에 경이로움 마저 생겨나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 짧은 표현의 함축성 있는 말 속에는,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인간 및 모든 동,초식 생물들에게 자연을 선물하신 오묘한 진리와 섭리, 은혜가 다 포함되어 있는 표현의 말이다.

놀랍고 아름다운 경관에 도취되어 열흘넘게 머물며, 실컷 자연속에 묻혀 녹아서 지내다보니 아예 시간관념도 잊은채 찬송가 478장을 입속으로 흥얼 흥얼 부르며 천상(天上)생활을 누리는 듯한 환각(?)에 빠진 것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왔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 저 산에 부는 바람과 잔잔한 시냇물 / 그 소리 가운데 주 음성 들리니 / 주 하나님의 큰 뜻을 나 알듯 하도다.

서산으로 져 가는 석양속의 저녁노을처럼 붉게 물든 단풍의 계절 가을이 저물어가고 있다. 나는 지난 10여일동안 조지아주의 여러 주립공원과 호수, 한적한 시골마을, 그리고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Nantahala National Forest(국유림), 이어서 미국에서도 단풍관광으로 가장 유명한 블루리지 파크웨이(Blue Ridge Parkway)를, 가깝게 지내는 지인 및 교우 여러분들과 함께 즐겁고 재미있게 구경하고 돌아왔다.

여행이란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생활 터전, 익숙한 곳에서는 일정한 틀이 생긴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사람들은 안정감과 효율성을 얻지만 쳇바퀴를 돌리듯 매일매일 똑같이 재현되는 재미없는 생활에 쉽게 권태를 느끼며 피로해지기 쉽다. 인류가 삶의 터전을 바꾸며 떠돌아다니던 유목역사가 600만년,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정착한 역사가 6000년임을 감안할 때 유목민 시절을 기억하는 인류의 유전자는 주기적으로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는 걸지도 모른다. 현재의 삶보다 더 좋은 삶을 누리기 위해………….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에서는 행복을 인간존재의 궁극적인 목표로 보았으며, 고대 중국에서는 내면의 평화와 조화에 도달하는 것을 행복이라고 보았다.

서양의 철학자 아리스티퍼스를 중심으로 하는 쾌락주의에서는 인간의 행복은 순간적인 기쁨이나 즐거움, 고통이 없는 편안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순간의 행복이나 삶에 대한 만족을 얻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여겨졌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하는 에우다 이모니아에서는 행복은 인생에서 추구할 가치를 의미하며,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최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가치 있는 경험을 의미한다고 했다. 따라서 좋은 삶이란 내재된 잠재력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자아 성장을 통해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최인철교수 연구팀은 경험표집법(Experience Sampling method)을 통해 일상의 경험들이 주는 행복감을 측정했다.

연구팀들은 참가자들의 행복감을 측정하기 위해 그 순간의 즐거움의 정도와 그 순간에 경험하는 의미에 대해 질문했다. 결과 연구팀들은 참가자들이 여행을 통한 즐거움과 의미의 정도가 다른 어느 경험보다 크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 여행이 더 큰 행복감을 주는 가장큰 이유는 여행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기본적 욕구인 자율성과 유능감, 관계성이 극대화 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

삶의 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것에 흥미와 희열을 얻는 손쉬운 방법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왔다. 그 여행중에 나는 잠들어있는 나의 심신에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주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얻고, 나의 존재론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가을풍경 하면 나무 한그루 한그루의 색을 보는 재미보다는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서로 어우러져 그려낸 한 폭의 양탄자 같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 그러한 운치를 즐기는데 있다. 애팔래치아 산맥의 일부인 블루리지 마운틴을 따라 달리는 이 길은 봄이면 파스텔톤의 꽃길이 되고, 여름이면 신록이 우거진 시원한 숲길, 가을이면 원색의 단풍이 아름다운 미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해마다 틈날 때 마다 나는 이곳,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켄터키, 앨라배마,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의 동남부 지역에 가면 이곳만의 독특한 가을의 냄새가 있다. 숲이 많은 곳이라 나무들이 월동준비를 하며 내뿜는 갈빛 기운이 가득 했고, 한적한 시골 길을 달리며 쉽게 만날 수 있는 볼 것 없는 엔틱(Antique)상점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허름한 타운에서 느껴지는 쓸쓸한 냄새도 있다. 그러한 모든 것들의 냄새도 맡아보고 시골 풍경도 감상하며 이곳저곳 많은 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Great Smoky Mountains)에서 시작하여 버지니아주의 셰넌도어 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까지 장장 469마일에 이어지는 스카이라인 드라이브인 블루리지 파크웨이(Blue Ridge Parkway)는 세계에서 가장 좁고 긴 국립공원으로 유명하며 주위에 뛰어난 경관으로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이다. 특히 10월부터 11월 초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산맥을 물들인 단풍의 향연은 이곳이 왜 미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인가를 설명하여 준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의 아버지인 피터 제퍼슨에 의하여 1749년에 처음으로 길을 만들기 시작하여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실업자로 고민하던 정부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셰난도와 스모키마운틴을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시작된 도로는 구간구간을 완성하여 비로써 1987년에 이르러서야 완성을 하게되었다. 이렇게 긴 역사를 간직한 이 도로는 곳곳에 역사의 흔적을 흘리고 있기에 단지 드라이브만을 위하여 이곳에 온다면 약간은 아쉬운 감이 있다. 총 연장469마일(755Km)에 달하는 블루리지 파크웨이는 각 구간마다 미국역사의 흔적, 풍경 등, 볼 거리들이 풍성하여서 이곳을 완주하려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 길고 긴 도로길, 드라이브 웨이를 가다보면 군데군데 위치한 방문객센터가 15개정도나 되니 이 공원, 파크웨이의 규모를 짐작할 만 하다. 흔치않은 수십개의 터널, 구름이 잠시 머물고 있는 블랙 마운틴 등 곳곳이 볼거리 천지이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시작하여 버지니아주까지 이어지는 469마일의 기나 긴 코스 구간 구간에는 멋진 광경을 연출하는 산과 호수,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계곡, 깊은 터널속을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하늘 끝까지 치솟아 오른 키다리 나무숲이 도로 위를 덮고있어 수많은 뷔 포인트를 간직하고 있다. 블루리지 보석이라는 별명을 가진 린빌 폭포(Linville Falls)가 위치한 린빌 폴스 전망대, 가장 인기 있는 포인트인 스윙 브릿지(Swinging Bridge), 그리고 버지니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애플 오차드 마운틴이 있는 오터 봉우리(Peaks of Otter)등의 수없이 많은 명소들이 이 블루리지 파크웨이에 있다. 산 위로만 연결된 도로라서 깊은 숲의 정취와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드넓은 아메리카 대륙의 광대함을 누리며 캠프 공원에서는 캠핑도 할 수 있다.

이 산, 저 산을 잇는 꼬불꼬불한 험한 도로이다 보니 도로에서는 속도를 낼 수가 없는데, 구간마다 제한속도가 25마일, 35마일 혹은 45마일로 제한되어 있는데 이를 잘 지키는 것은 필수이다.

끝없이 이어진 미국의 척추인 아팔래치아안 산맥을 따라 여행을 하면서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조차도 산을 바라보면서 걷는 여행의 매력속에 새삼 몰입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누구나 블루리지 파크웨이의 광활하고 웅대한 대 자연의 모습에 홀딱 반하고 만다. 흐르는 구름조차도 이곳에 내려앉아 잠시 휴식을 얻고, 흐르는 물조차도 그들의 소리를 높이지 않아 모든 것이 너무나 조화롭고 평화스럽다.

어쩌면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어느 작가가 이야기한 것 처럼, 행복은 종착역에 도착 했을때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중에 발견되는 것인가 보다.

산길을 운전해 가다보면 수많은 야생화와 온갖 이름 모를 새들의 합창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어린 새끼를 데리고 유유히 산책하는 사슴떼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아주 운이 좋다면 흑곰도 볼 수 있다. 자동차로 드라이브 하며 주변의 경관을 둘러보는 것도 이렇게 좋은데, 가끔씩 가다가 경치좋은 전망대에 차를 멈추고 주변의 산책로나 계곡 길을 걸으며 흙냄새 풀냄새 나무냄새 향긋한 꽃향기, 상쾌한 산 속의 공기를 마시고 심호흡하며 등산이라도 해보면 여기가 바로 천국이고 극락세계가 아닐까 싶다.

이곳은 1년 4계절 구분없이 어느 때나 방문하기가 좋다. 그때마다 그곳의 색깔이 모두가 다르고 다양하고 특색있게 신묘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온 산야에 철쭉꽃이 만개하는 봄과, 오색단풍이 어우러져 만산홍엽이라는 표현의 말이 어울리는 단풍 창연한 가을 단풍철을 권하고 싶다. 특히 이곳의 단풍은 죽기 전에 한번은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풍광으로 꼽힌다. 사람은 강한척 하면서도 상당히 약한 편이다. 주위의 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금방 그 속에 녹아버린다.

나 역시 이 아름다운 가을 단풍철에 이곳을 찾아왔다가 흠뻑 그 속에 빠져들었다. 장자의 한 구절처럼 오색의 단풍속에 내 마음과 영혼까지 흠뻑 물들어서 내가 단풍인지 단풍이 나인지 모를 정도로 황홀감과 경이로움에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세상을 살다보면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을 나중으로 미룰 때가 많다. 그러나 인생에 나중에란 말이 끼어들면 게을러지고, 그 나중의 일들이 이루어지거나 마무리 짓기는 그 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다.

여행이란 조금이라도 다리에 힘이 있고 가슴 떨릴 때 떠나야 한다. 바쁜 일상이지만 지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참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382/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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