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추운 겨울이면 생각나는 일들….!

<김명열칼럼> 추운 겨울이면 생각나는 일들….!

과거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1945년 이후의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이룬 1948년 8월15일을 기점으로 역사가들은 그 이후의 모든 일어났던 일들을 현대사로 간주하며 기록하고 있다. 현대사가 시작된 1950년대, 그리고 60년대는 대한민국의 격변기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50년 6월25일은 북괴가 남침하여 전쟁이 발발한 날이었고 1961년 5월16일은 박정희 소장이 군대를 앞세워 장면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군사정권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그때 그당시의 겨울은 왜 그렇게도 추웠는지? 그때까지만 해도 겨울을 표현하기를 강추위, 혹은 살을 외이는 한 추위라고 표현할 만큼, 따뜻한 아랫목에서 나오기 싫은 그런 계절이었다. 얼마전 지난해 연말에는 한국을 비롯한 북쪽지방에 위치한 미국과 캐나다 등의 나라들은 강추위가 엄습해 혹한에 떨며 많은 사람들이 동사(凍死)했고 눈의피해 또한 엄청났었다. 겨울이면 썰매타고 눈싸움 하며, 토끼몰이도 하고, 자연이 친구요 놀이터였던 그때 그 시절, 보릿고개 시절에 자란 사람들은 좋은 추억속에 꿋꿋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자연에서 터득했다. 가난해도 인정이 넘쳐 마음만은 따뜻했던 그때 그시절… 그러나 그렇게 낭만적이고 좋았던 추억만이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1950년 12월15일에서 12월24일까지 열흘간은 한국의 북한지역 동부전선의 미국군 10군단과 대한민국 1군단을 흥남항에서 피난민과 함께 구출시킬 목적으로 실행된 대규모 철수작전 이다.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살을 도려내는 듯 한 강추위속에서 시행된 이 철수작전은 한국의 늙은 세대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추억속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군과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진을 하였지만 곧이어 대규모 중공군이 인해전술을 펼치며 투입한 11월27일 청천강 전투와 장진호 전투 등을 겪으면서 전세가 극히 불리해지자 유엔군사령부는 1950년 12월8일 흥남 철수 지시를 내렸다. 특히 장진호 전투에서 미군 제1해병사단은 자신의 10배에 달하는 12만의 중공군 남하를 지연시켰으며, 중국인민지원군 12만명의 포위를 뚫고 흥남시에 도착했다. 이어 12월5일 미군 제1해병사단을 시작으로 12월24일까지 10일간 철수가 이뤄졌다. 한편 평양은 이미 12월4일에 대한민국 국군이 포기하고 철수하면서 12월6일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평양을 수복하였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 목을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보았다 /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메었던가 / 피눈물을 흘리면서 1.4 이후 나홀로 왔다….<이하 생략>

이 노래는 1960년대에 한국 사회에서 크게 유행되며 불리워졌던 국민 가요였다.

나 역시 대학시절 친구들과 막걸리 집(니나노 집)에서 젓가락 장단을 치며 흥겹게 불러댔지만, 그 노래의 배경 내용속에는 피눈물 나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1950년 12월23일, 함경남도 흥남부두에는 살기위해 정든고향을 등지고 모여 나온 피난민들로 가득했다. 피난민들은 눈보라가 휘날리는 날씨에 살을 도려내는 듯 한 강 추위를 체감했다. 이것이 바로 세계전쟁 역사상 가장큰 규모로 이뤄진 해상 작전(흥남부두 철수)이다.

때는 1950년 12월, 6.25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동북부전선(함경남북도 일원)에서 작전중이던 아군 주력부대(국군,유엔군)가 흥남항을 통해 대규모의 해상철수를 단행했다. 아군은 불법 개입한 중공군이 전면 공세를 감행했기 때문에 후퇴가 불가피 했다. 이 흥남부두 철수작전에 마지막으로 투입된 화물선이 ‘메러디스 빅토리 호’ 이다. 배는 2004년 단일 선박으로 가장 많은 생명을 구출한 배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선원 60명의 7600톤급 화물선으로서 2200명 정도가 승선 한도였다. 하지만 아직도 남은 피난민들의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다. 곽홍 당시 미해병 군의관은 어느 방송인터뷰에서 “아주 많이 진을치고 있는데, 몇천 몇만명이 넘는 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미10군단의 고문이었던 현봉학 박사의 설득으로, 미 10군단 지휘관인 에드워드 알몬드장군과 레너드 라루 선장은 ‘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구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구하라’고 지시했으며, 선원들은 배에 실었던 군수물자와 무기, 탄약 등을 바다물에 집어던지고, 마지막 피난민 1만4천여명을 승선시켰다. 마지막 피난민들을 태운 배는 흥남부두를 떠난지 3일만인 12월25일 거제도 장승포 항에 도착했다. 피난민들은 영하의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도 서로 의지했고, 단 한명의 사망자도 없이 오히려 배 안에서 5명의 새 생명이 탄생했다.

당시 미국선원들은 배에서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 김치One 에서 김치Five 까지 차례로 이름을 붙여줬는데, 마지막에 태어난 김치five는 이경필씨로 지금도 거제도에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 배가 떠나자 미군이 흥남부두를 폭파시켰고, 남아있던 피난민 약 10만명은 떠나는 배를 보며 울부짖기도 하고 바다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흥남부두 철수작전은 약 10일간 5000명의 병력과 1만7천대의 차량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비와 물자를 옮겼을뿐 아니라, 북한 피난민 9만1천여명을 포함해 수많은 피난민을 탈출시킨 역사적 사건이다. 한편 경상남도 거제시 포로수용소 유적 공원에는 메러디스빅토리아호 모형과 흥남부두 철수작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레너드 라투 선장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도원 수도사로 살았다고 한다. 흥남부두 철수작전 당시 레너드 라투 선장의 수많은 생명을 구한 현명한 판단력은 신앙인들에게서 선한 사람으로 지워지지 않고 선명하게 회자되고 있다.

지난 1월6일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셋째인 소한(少寒)으로 한겨울 추위가운데 가장 혹독하기로 소문난 날이다. 소한 무렵은 정초한파(正初寒派)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때인데, 이름으로만 봐서는 작은 추위라는 뜻이지만 실제로 보름뒤에 오는 대한보다 더 추울 때가 많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집에 놀러왔다 얼어 죽는다, 소한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지난해 12월22일날 동지가 지났는데, 이때부터 시작되는 겨울3동의 본격적인 추위인 엄동설한을 견뎌야 한다. 지금이야 난방도 잘되는 집과 오리털 점퍼, 발열 내의도 있지만, 옛날 나의 어린시절엔 솜바지 저고리를 입고 있었지만, 혹독한 강추위를 견뎌내기가 정말로 곤혹스러웠다. 그 당시 나의 할아버지(서당의 훈장님) 께서는 동지부터 입춘까지의 엄동설한에 지금과 같은 난방이 어려운 대신 봄을 기다리는 한가닥의 꿈을 꾸면서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려 나갔다.

구구소한도에서 구구(九九)란 9곱하기 9는 81, 곧 여든한개의 매화꽃송이로 한, 곧 추위를 잊어서 삭여 내는 걸 말한다. 동짓날 창호지에 하얀 매화꽃 81송이를 벽에 그려

붙여 놓고, 매일매일 하루에 한 송이씩 차례대로 빨갛게 색칠을 해 나갔다. 빨갛게 칠해가는 방법을 보면 흐린날은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매화 아래쪽을, 바람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날에는 한 가운데를 칠했다. 하루 한송이씩 하얀매화 그림 위에 색을 칠할때 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꽃송이를 완성한 것이다.

이렇게 옛 사람들은 ‘아홉번째 아홉날이 지나면 농사짓는 소가 밭을 갈기 시작한다네’ 라고 하여 홍매화 81송이를 그려가며 꿈을 꾸면 입춘이 되고 봄이 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코로나 19와 경기침체로 고통과 힘든 생활속에서 괴로워하는 이 시대, 조선시대 선비, 그리고 우리의 옛 선조님들의 로맨틱한 여유이며 기다림의 미학이었던 ‘구구소한도’를 마음속에 그려 나가면 그 어떤 난방기보다 품격있는 겨울나기가 되지 않을가?하고 생각이 미친다.

그런데 실제의 우리 삶 속에서 이 추운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까? 동의 보감에서 보면 ‘겨울철 석달은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지며 양(陽)이 움직이지 못한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뜬 뒤에 일어나야 한다,’라고 권하고 있다. 많은 동물들이 겨울에 겨울잠을 자듯 사람도 활동을 줄이고 잠자는 시간을 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겨울이라고 해서 활동을 줄일 수는 없다.

대신 햇볕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동지가 지나면 해가 조금씩 길어지듯이 사람 몸안의 기운도 점점 움트기 시작하는 이때, 양기가 찬 기운을 이기지 못하면 호흡기에 병이 생기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보완해주려면 햇볕을 많이 쐬어주어야 하며, 혈 자리에 뜸을 떠 몸속으로 따뜻함이 들어가 기(氣)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도 좋다.

햇볕 말고도 겨울나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한방차와 신맛이 나는 과일이다. 한방에서 ‘총백’이라고 부르는 파 뿌리를 물에 넣고 끓여 마시면 땀을 내주고 기침, 가래를 삭여주며 항균작용도 있어 평소 자주 마시면 감기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그밖에 비타민 C가 많은 유자나 단백질과 당류, 유기산 따위가 풍부한 대추로 차를 끓여 마시면 피로 회복과 감기예방에 도움이 되며, 매실, 오미자, 모과, 산수유, 귤처럼 신맛이 나는 과일은 흩어져 있는 기운을 모아주기 때문에 겨울철에 자주 먹어주면 아주 좋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342/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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