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자의세상이야기> 한국사람들이 억세게 좋아하는 술

<김명열기자의세상이야기> 한국사람들이 억세게 좋아하는 술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 힘들 때, 외로울 때, 괴로울 때, 행복할 때, 즐기고 싶을 때, 이야기하고 싶을 때,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등등의 많은 이유가 있다.

아울러 여기에 또한 자기 위로가 있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치이고,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을 때 술을 마시며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때는 옆에서 맞장구를 쳐주는 친한 친구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상대방과의 친밀도를 높이려고 마시기도 한다. 그 사람과 나의 공통점을 찾고 공감대를 만들며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기도 한다. 홀로 마시는 술은 외로움과 나를 위로하기 위한, 즉 자기 위로이고, 다른 이와 함께 마시는 술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 즉 나에 대해 보여주고 싶은 경향이라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다보니 인간관계는 어딜 가나 중요하다. 술은 이러한 인간관계를 표면적인 것에서 좀 더 심도 있게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연인, 친구, 지인, 동료, 선배 등과 만나 술자리를 가지며 경험과 추억이 발견되고 축적이 되며, 이를 통하여 상호간의 공통점 발견, 모임의 지속성 등으로 관계가 강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나와 그 사람의 공통점을 통한 상호간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곤 한다. 그것은 바로 심적인 부담감과 고단함을 달래기 위한 하나의 탈출구일수도 있기 때문에….

여럿이모여 함께 술을 마시다보면 내속에 내재되어있는 슬픔과 비애가 어느 듯 행복과 즐거움으로 바뀌어 지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어떤이는 술을 못 마셔도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행복>분노>기쁨>스트레스>슬픔의 순서로 술을 마시는 이가 많다고 한다. 현재 나의 상황이 좋아서 마시는 것은 46%이고 나의 상황이 싫어서 마시는 것은 54%라고 한다.

또한 스트레스와 분노로 술자리를 찾는 것과 대비되게 술자리를 통해 행복과 기쁨으로 치환되는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술자리가 좋다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술은 적당히 즐겁게 예의 있게 마신다면 주변의 인간관계를 보다 원활히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그러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한 기억속에 생각나는 TV다큐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Al Jazeera방송의 동양사회현상 내용 중에 한국인의 술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국은 음주량이 세계 제1위였고, 과도한 업무량, 값싼 술값, 아이돌을 모델로 하는 소주회사의 마케팅, 또 24시간 어느 편이점이나 마켓에서 구매 가능한 점 등이 그 이유라고 했다. 모두가 맞는 이유들이다. 그런데 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한국 사람은 회사일이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또 소주 값이 싸서 항상 음주를 한다?. 하지만 내용은 그렇게 단순한 이유만은 아닌것 같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인들이 술을 좋아하며 그렇게 마시는 이유를 설명했듯이, 그이유는 너무나 많고 다양하다. 마치 러시아인들은 왜 술을 많이 마실까? 하고 물었을 때 “날씨가 춥고 우울한 날들이 많아서, 또는 보드카 값이 싸서” 이와 같은 대답은 진정 러시아문화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의 답변이 아닌 듯, 한국인들이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이유는”~ ~을 위하여” 이다. 한국 사람들이 몇 사람 모여 술잔을 마주하는 자리에서는 으례 “무엇 무엇을….위하여”라고 술잔을 높이 들고 서로가 짱 하고 맞부딪치며 구호를 외친다. 위한다는 것도 여러 이유와 종류와 특성이 따르겠으나 곰곰이 생각을 곱씹어본다면, 도대체 무엇을 위하는것인지? 왜? 무엇인데 함께 위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겨나기도 한다.

건배가 Cheers 같이 술잔을 부딪치기 위해 말하는 단어이지만, ‘위하여’는 그것보다 깊은 의미가 들어있는 기분이 든다. 미국사람들이 술자리를 가질때는 상대방과 Good Time을 보내기 위해서가 대부분이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특정 토픽을 대상으로 토론을 하며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며 깊은 속 얘기를 하거나, 확실히 우리네 된장 냄새나는 구수한 분위기 속에 감정의 공유와 유대감의 확립은 미국인들의 술 문화 속에서는 찾을 수 없는것 같다. 이제 본론은 각설하고, 어쨋거나 한국 사람들은 술을 너무나 좋아한다. 얼마 전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해, 한 외신이 한국인들이 1주일에 평균 13.7잔의 술을마셔 조사대상 44개국중에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러시아의 6.3잔이고, 이웃나라 일본은 4.4잔, 중국은 1.5잔 정도였다. 물론 이 자료는 증류주인 위스키, 보드카, 소주 등만 조사해, 맥주, 와인 등이 빠져있고, 마시는 잔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비교 자료이지만 실제로 세계 180개 증류주 브랜드에서 1위와 3위를 차지한 술이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소주이다. 거의 한국에서만 팔리는 소주가 전 세계시장에서 팔리는 모든 증류주를 제치고 10년 이상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쇼킹한 뉴스로 최근의 한국 20대의 음주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정신질환 역학조사(복지부)에서 흔히 알코올중독이라 부르는 알코올의존의 발병 연령분포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50.1%이고 특히 여성 알코올중독의 58.8%는 20대에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은 우리의 몸과 정신건강만 위협하는 게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인 살인의 40%, 성폭행 및 추행의 35.2%, 폭력의 34.6%가 음주상태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경찰청 통계자료) 대형병원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를 3년간 표본 조사한 질병관리본부 자료에서도 자살 시도자가 음주상태인 경우가 비음주보다 3.6배나 많았고 사망률도 2배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사회가 질병, 폭력, 사고, 범죄의 우울한 늪에 빠져들도록 이끄는 공통요인중의 하나가 바로 술이다. 지나친 음주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많은 폐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오늘도 청소년의 82.6%가 술을 사는 것이 쉽다, 라고 말하며, 아기를 임신한 상태에서 임신부의 36.8%가 술을 마신다(관동대 제일병원조사 통계자료)고 했다.

오늘날 한국의 실태를 살펴보면 24시간 술을 언제 어디서든지 살 수 있고, 만취해 경찰서에 가서 갖은 추태를 부려도 취객이라며 관대하게 보호해주고,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심신미약 상태라며 처벌의 수위도 낮춰준다. 술은 에너지원이라며 작업중에도 음주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러한 실정이고 상황이다 보니 한국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올 때 면 으례 여행 짐가방속에는 술병이 들어있다고 한다. 여기에 증명이라도 하듯이 최근 한국의 출입문이라 할 수 있는 인천 국제공항의 입국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이 역시나 술이라고 한다. 그에 대한 상세한 내용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지난 5월말 문을 열어 미주 한인들도 많이 찾았을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뭘까?. 답은 술이다. 10월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5월31일에 개장한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의 4개월(5월31일~9월30일)간 판매실적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총 17만1천여건의 거래 건수에 매출액은 188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 내역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주류가 매출액 108억원으로 57%의 판매비율을 나타내 가장 비중이 컸다. 주류중에서도 발렌타인 브랜드 매출액이 3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조니워커 23억원, 로얄 살루트 브랜드가 17억원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주류 제품의 속성상 부피가 크다보니 휴대와 보관에 따른 불편을 피하기 위해 입국장 이용객들이 주류 구입을 선호했다는 게 인천공항사 측의 설명이다.

주류 다음으로 입국장 면세점 이용객들이 많이 구입한 품목은 식품 및 기념품으로 4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6%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화장품이 매출액 31억원으로 17%의 비중을 나타내면서 세번째 인기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식품, 기념품 품목 중에는 정관장, 고디바, GNC 등이, 화장품은 설화수, 헤라, 에스티로더 등이 선호 브랜드로 꼽혔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이 오픈한 뒤 출국시 구입한 면세품을 여행기간 내내 들고 다녀야 했던 불편이 크게 줄어들었고 판매 경쟁이 붙은 기존 면세점은 추가 가격할인을 제공하는 등 순기능이 많다”고 말했다. 당초 입국장 면세점이 개점하면 입국장 혼잡, 세관, 검역기관 감시행정 약화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게 인천공항공사의 자체 판단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내 화장품, 패션, 액세서리 등 선호 상품을 다양화 하고 상시 또는 시즌별 프로모션을 통해 쇼핑 편의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제1 터미널에 2곳, 제2 터미널에 1곳 등 총 3곳에 면세점이 운영중이다. 입국장 면세점에는 담배 또는 검역 대상 품목은 판매하지 않는다. 한편 술은 제1 터미널이나 제2 터미널을 막론하고 어느곳에서든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술(주류) 판매 액수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오나가나 언제나 술은 빠지지 않고 억세게나 좋아하나보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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