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김명열칼럼>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인사는 모든 예절의 기본이다. 인사(人事)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사람 사이의 일”을 뜻한다.

사람을 만나 가장 먼저 하는 것으로, 인사를 함으로써 서로를 인지하고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 하여 서로에게 예의와 존경을 갖춘 생활을 삶속에서 실천했다. 특히 우리민족에게 인사란 단순한 소통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과 반가움의 표현이었다. 우리말의 기원을 찾아보면 선조들이 인사말을 통해 어떻게 상대방을 귀하게 대하고 존중하였는지를 알수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사말이 “안녕하십니까?”이다. 안녕하십니까의 안녕(安寧)은 편안한 安, 편안할 寧으로, 당신은 편안하십니까? 걱정 없이 무탈한가? 건강한가?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 다른 표현의 안녕은 편안할 안, 영혼 영(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은 다른말로 영혼, 즉 정신을 나타낸다. 그래서 당신의 영혼은 편안하십니까?. 정신 차리고 있습니까? 를 묻는 말이다. 이럴때는 단순히 상대방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본래 정신을 차리고 있는가? 를 확인하는 말이다. 이는 인간 안에 있는 고귀한 영혼을 바라보고 이를 존중하는 표현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흔히 쓰는 인사말 중에 “반갑습니다”와 “고맙습니다”가 있다. 반갑습니다 에서 반은 ‘신’, 하나님과 같은 뜻으로 ‘반갑다’는 반과 같다, 즉 “당신도 신과 같다” 는 의미이다.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하는 것은 “당신은 하늘의 신과같이 크고 밝은 존재입니다”라는 찬사를 보내는 셈이다. “고맙습니다”도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다. 고맙다의 고 는 높은 신을 가리킨다. ‘고’에 여성을 뜻하는 ‘마’가 붙으면서 ‘고마’는 여신, 풍요를 상징하는 땅의 신(지모=地母)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서로 도움을 받으면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는데 이는 “고마와 같습니다” “당신은 신과 같은 사람입니다” 라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인도나 네팔지역에서는 상대방과 인사를 나눌때 나마스테(Namaste)라고 하면서 두손을 가슴 앞에 모은다. 나마스테는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경배합니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인사말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고귀한 인사라며 탄복한다. 그러나 우리의 인사말은 더 깊은 존중과 축복을 담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말의 핵심은 인간 안에 고귀한 영혼이 있고 이를 ‘신’과 같이 대한다는 점이다. 자기 자신을 일컫는 ‘나’라는 말도 태양을 뜻하는 고대어 ‘라’에서 비롯되었다. 인간을 태양같이 밝은 신성을 지닌 존재로 여겼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일컬어 나(태양)라 하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다름없는 존재로서 존중한 것이다. 혈통과 민족을 넘어 모든 사람이 ‘반’과 같고 ‘고마’와 같다는 의식이 우리 정신문화를 관통하고 있다. 남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의식, 사람을 신과같이 여기는 마음이 우리말 속에 담겨있다. 요즘 사회에서 만이 아니라 교회에서도 바르게 인사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다. 직장에서도 예의상의 인사만을 주고 받을 뿐이다. 그러나 인사말의 소중한 의미를 제대로 안다면, 말 한마디에 정중함과 예의, 감사한 마음을 담게 된다. 사람들을 만날 때 이런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인사를 나누어보자. 말의 인격이 높아짐에 따라 서로의 인격이 높아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요즘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만나거나 헤어질때 ‘안녕’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영어로 표현한다면 웰-빙(Well-being)에 해당된다.

예전에는 웰빙이라는 말은 우리사회에서 찾아보기도 힘든 단어였는데, 2000년도에 들어서야 웰빙의 개념인 물질적인 가치나 명예보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 웰빙의 유행과 함께 ‘참살이’라는 한글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건강하라는 덕담이자 웰빙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안녕’이다. 또 다른 인사말로는 “편안하시죠?” 라는 말이 있다. 편안(便安)하다는 뜻이 고대에는 건강한 배변활동의 의미였지만, 이제는 뜻이 변형되어 지금은 게으르게 덜 움직이는 것으로 와전이 되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단군할아버지의 홍익인간(남에게 도움이되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듣고 배워왔다. “예를 잘 지키고 더 능력이 있는 홍익인간은 우리사회에서 형님으로 모시고 예를 차리고 인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나이만 가지고 형님노릇을 하려고 하는데, 원래는 나이만 더 먹었다고 ‘형님’이 아니다. 아직도 조폭들에게는 이러한 옛 모습이 남아있는데, 원래 ‘형’은 고구려때까지 있었던 관직의 명칭이다. 50명 아우의 생계를 책임질 정도의 능력자는 소형(小兄), 소형 50명의 아우를 두면 중형(中兄), 50명 중형의 아우를 두면 대형(大兄=현재 장관급)이고 대형중의 우두머리는 총리급의 태대형(太大兄)으로 불렀다. 한편 일당을 한사람 몫을 하는 온품(100%), 칠푼이(남보다 70%밖에 못하는 사람), 팔푼이(80%), 반편이(50%)같은 말로 평가함으로 밥 굶는 이는 쉽게 칠푼이가 된다고 생각했다. 옛날에는 부자나 권력자나 똑같이 하루 세끼를 먹고 똑같이 1인분 이상의 일을 하려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인사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엉뚱한 방향으로 문장이 바뀌어버렸다.

2년전 어느교회 행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랫만에 만난 목사님에게 인사를 건네려고 다가갔는데, 나를 못 본척 지나갔다. 분명 눈을 마주치며 걸어가고 있었지만, 그냥 지나쳐가 다른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나를 몰라보고 지나쳤겠지”하며 자위를 해보지만 내심 불쾌한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국어사전에서는 인사를 ‘만나거나 헤어질 때 예를 갖추는 일, 또는 그러한 말이나 행동’이라고 정의한다. 인사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행위이자 예의이고, 일반 사회인들 및 지인이나 친척, 친구, 가족 등등의 사람들이 만났을 때 반갑게 나누는 예절의식이다.

몇년전 한국의 어느 방송에서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미,인,대,칭’이라고 소개했다. 이말의 뜻은 미소를 짓자. 인사를 하자. 대화를 하자. 칭찬을 하자이다. 이방송을 보고나서 나는 몇년전에 내가 모 사회단체장으로 단체를 이끌면서 회원들에게 유무념으로 시행했던 ‘감,사,잘,함’이 떠올랐다. 하루에 한번쯤 우리는 가족이나 지인, 이웃, 친구, 친척들에게 감사해요, 사랑해요, 잘했어요, 함께해요를 실천하자는 취지의 표어이다. 밝고 명랑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말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인사를 잘하는 사람은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인사를 잘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존재를 긍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말해 인사를 잘하는 사람은 배려심이 깊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인사에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힘이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법이자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이 인사를 오늘부터라도 여러분께서는 가까운 가족이나 이웃, 지인,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밝고 명랑하게 세상을 살아보는 것이 어떨런지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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