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도덕경(道德經) 이야기
2주전 “겸손과 교만”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써 올린 내용중에, 도가(道家) 철학의 창시자인 노자가 저술한 ‘도덕경’에 실린 내용을 인용하여 상선약수, 즉 물과 같은 사람이 되자는 비유의 설명을 곁들여 글을 써 올렸었다. 나의 글을 읽으신 애독자 여러분들께서 이메일을 통하여 독후감을 보내주셨는데, 그중에 몇분께서 도덕경에 대하여 문의를 하셨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참고로 그 도덕경에 대하여 설명을 드리며 글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도덕경은 기원전 4세기경 중국 도가철학의 시조인 노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책이다. 약 5000언(言), 81장으로 되어있으며 상편 37장의 내용을 도경(道經), 하편 44장의 내용을 덕경(德經) 이라고 한다. 도덕경의 사상은 한마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사상이라고 한다.
‘무위’는 도는 언제나 무위이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다의 무위이고, ‘자연’은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 받는다의 자연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도덕경의 사상은 모든 거짓됨과 인위적인 것에서 벗어나려는 사상이다.
고전의 가치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이 시대에도 메시지를 전해준다. 최근 격렬하게 동요하는 시대의 흐름을 지켜보며 다시 한번 도덕경의 내용을 되새겨본다.
노자의 도덕경을 보통사람이 다 읽어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읽어도 뭔 소리인지 모르기가 다반사이다. 따라서 먼저 읽어본 사람들의 인용하는 글이나 설명을 보거나 듣는 것이 방편으로 효과적일 것이다. 그래서 노자 ‘도덕경’의 가르침을 예전에 읽어본 나 나름대로의 기억과 느낀바를 요약하여 정리해 짧게 글을 써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원문의 내용이 궁금한 사람은 원문을 구해서 읽어보면 되는 것이고, 아닌 사람은 대충적인 설명과 내용을 참고하시면 되리라 생각된다. 도덕경의 1장부터 81장 전체적인내용을 짧은 지면을 통하여 설명드리기란 힘든 얘기이고, 내가 읽고 이해한 노자 ‘도덕경’의 가르침의 요점만 요약하여 정리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도(道)란 우주만물이 생기기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무언가’인데, 그것은 마치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과도 비슷하지만 하나님이라 할 수 없고, 자연의 생명을 주관하면서 꽃이 피게도 하고, 또 적당한때가 되면 지게도 하는 ‘어떤 힘’과도 같은 것이다. 가득차 있으면 비우려 하고, 비워진 것은 채우려하는 ‘어떤 힘’이다. 따라서 적당히 빈것(허)를 좋아한다. 그(도)는 항상 억지로 하려고 하는 ‘유위(有爲)’와는 달리 ‘무위’를 함으로써 결국은 달성하려는 것이 달성되는 것이다. ‘도’는 물과 같아서 아래로 자신을 낮추고 경쟁하지도 않으며 모든 것을 포용하고, 유약한 것 같지만 대단히 강력한 그 ‘무엇’이다.
성인(다스리는 사람)들도 도와 비슷한 특성과 품격을 지닐 것을 추천한다. 자기가 드러내놓고 무언가를 앞장서서 생색내며 하기 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열심히 임하면 그의 업적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그 사람은 높임을 받는다. 오히려 생색을 내려고 아둥바둥 하는 사람은 낮아질 뿐이고 욕만 먹을 뿐이다. 겉으로 뻔지르르함을 추구하지 말고, 공부좀 해서 지식께나 갖추고 있다고 생색내며 잘난 척 하지 말며, 욕심이 지나쳐서 모든 것을 그르쳐 망치지 말고,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고 아끼며 사랑해야 한다. 일반 사람들은 자기의 삶에 가능하면 만족하면서 살아야하고, 죽음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말며,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좋은 것이고, 도의 모습을 닮아가도록 살아가는것이 좋겠다.
‘유연한 마음’과 ‘남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갖어야 하며 ‘나서려는 욕심’은 버리면 좋겠다. 모든 것을 넓게 포용하는 물을 닮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자’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도덕경’은 ‘장자’와 함께 도가사상의 대표적 저작이다. 도덕경은 옛날 중국의 춘추시대에, 장자는 그다음 시대인 전국시대에 쓰인 것으로, 둘 사이의 시간적 간격은 있으나 100개가 넘는 국가들이 영토분쟁을 벌이고, 몇몇 대국들이 패자의 자리를 놓고 중국전역이 영토분쟁의 거대한 전쟁터라는 시대적 상황은 이들 철학의 동일한 출발점이었다. 도가류의 사람들은 대부분 사관출신이다. 정치의 성공과 실패, 나라의 흥망성쇠, 세상의 행복과 불행 등에 관한 이치를 기록하다가 마침내는 그 요체를 깨닫게 된다. 근본을 깨달아 스스로를 비우고, 낮고 약한 처지를 받아들이니 군주의 통치술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여긴다.
도가류의 이러한 처신은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왕위를 물려준 것이나 ‘역경’에서 말하는 겸손의 덕에 부합되는 태도로써 이들의 장점이라 할만하다. 노자는 나라의 흥망성쇠를 보다가 근본을 깨닫고 낮고 약한 처지, 즉 겸손의 덕에 부합되는 태도를 이상적인 것으로 설정한다. 그것은 수많은 세력과 국가가 자신의 잘남과 힘을 자랑하며 무력으로 다른 세력을 규합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세태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물리적인 힘으로 타인과 타 국가를 자신의 밑에 두게 하는 당시의 세력싸움은 마음을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큰 싸움과 경쟁을 양산하여, 결국 세상은 끝없는 전쟁의 폭풍속에 가둘 뿐이라는 것이 노자의 당시 세태에 대한 통찰이었다. 노자는 이러한 혼란을 막는 방법이란 싸우려는 자세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자신을 낮게 생각하는 겸손함을 갖추는 것이라고 하였다. 내가 이기려고 마음먹으면 그 상태는 이미 싸울 준비를 갖춘 것이므로, 싸움을 그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기고 지려는 마음 자체를 갖지 않을때 싸움도 경쟁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노자의 생각이다.
오늘날 우리는 경쟁의 한복판에 서있다. 개개인은 물론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 또한 그것이 경제적이든 군사력이든 물리적 힘의 우위를 갖지 않으면 자신의 것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싸울 태세를 애초부터 하지 말라는 노자의 말은 세상을 등지라는 현실 도피적 해결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마음가짐과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의 마음가짐이 초지일관 힘의 쟁취라는 지금의 상태와 동일하다면 경쟁으로 얽힌 인간관계와 세상살이는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 명약관화이다. 도가류의 사상서가 현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는 이유는 오늘날처럼 자본주의 체제가 정착되면서 발생한 인간 소외와 환경오염, 자연파괴와 자연고갈로 전 인류에게 위기가 닥치자 그 대안의 모색에 나서면서였다. 하나를 더 가지려는 마음가짐이 결국 모든 것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자성이, 하나를 포기해서 모두를 살린다는 마음가짐을 바라보게 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커 보이는 하나이고 나 혼자서 갖고 싶은 것일 수 있지만, 그것을 가짐으로서 결국 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여 더 시급한 대의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을 하는 것이 지구촌을 사는 우리가 가져야할 현실 대처법이다.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아닌 자연에게 항상 겸손할 것을 강조했던 ‘노자’의 말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아슬아슬한 현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도덕경을 읽고 느끼며 살펴보는 것은 바로 자금 우리의 삶과 그에 대한 성찰이고 나와 내이웃, 우리들 사회의 미래를 여는 산실이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