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사랑의 미소
지난 옛날, 박정희대통령 시절, 박대통령의 부인 육영수여사를 가리켜 혹자는 철녀(鐵女)라고 불렀다. 철녀라고 하니 이글을 읽는 독자분들께서는 육여사가 무척이나 강인하고 고집불통의 꽉 막힌, 양보심이 전혀 없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오해하리라 생각이 든다. 철녀는 단지 겉만 강한게 아니라 속까지 강한 여자를 말한다. 진정한 철녀는 남자처럼 공격적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여자만이 갖고 있는 모성적, 여성적인 감수성으로 이 시대 모든 사람이 원하는 배려와 사랑의 미학을 통해 사람들을 이끌 수 있어야한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옥중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그의 어머니인 육영수여사를 닮아 철의여인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나 개인적인 판단과 생각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역시 아버지 박정희대통령이나 어머니 육영수여사 못지않게 사심 없이 국정을 이끌어온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지금은 한국사회에서 국정농단이니 뭐니 해서 재판을 기다리며 영어의 몸이되어 옥중에 갇혀있지만, 언젠가는 올바른 역사의 판단과 진실이 이를 증명해주리라 믿는다.
한국의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당선후 대개들 하는 말이 “국민을 열심히 섬기겠다”고 다짐을 하고 공약을 한다. 그러나 이 말을 100%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최근 나는 우연한 기회에 유튜브(뉴스타운 TV 2월1일자)를 보면서 동계올림픽이 시작되기도 전에 평창시내 어느 아파트촌 창문에 버젓이 내걸린 북한의 인공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장면을 뉴스타운 티비가 비판을 하며, “도대체 이곳이 북한인지 남한인지 분별이 안된다”는 아나운서의 볼메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아무런 제재 없이 북한의 인공기를 백주 대낮에 내걸어도 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는지 궁금(?)도하고 기가 막혔다. 아무튼 그 장면이 지나고 곧 이어서 화면의 자막에는 “같은 자리, 너무나 다른 두 여인”이란 제하의 장면을 보여주어 나의 시선이 그곳에 멈췄다. 그 뉴스의 동영상에는 살아생전의 육영수여사 일생의 업적 이야기가 짧게 소개되었고, 이어서 현 문재인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여사가 싸이의 노래(2017년 11월15일 자료)에 맞춰 미소 짓고 손뼉치고 웃으며 몸을 흔들고 팔을 들어 말타는 흉내를 내며 신나게 말춤을 추는 장면을 커다랗게 크로즈업 시켜서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로는 “같은 자리, 너무나 다른 두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같은 영부인이라도 하는 일이 너무나 다르고 얼굴에 떠오른 미소의 의미와 모습도 너무나 판이함을 설명하며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엔도 슈샤코는 그의 저서 <삶을 사랑하는 법>에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여자의 미소”라고 했다. 사실 내가보고 느낀 바로는, 여자의 미소는 보이지 않는 힘이 담겨있고 빙산이라도 녹일듯 한 뜨거운 마음과 사랑이 들어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위로와 평안이 함께 서려있다. 특히 엄마가 아이를 바라보며 짓는 미소에는‘너를 이렇게 사랑하며 지켜주고 있잖아. 괜찮아 아가야’라는 마음과 사랑이 담겨있듯이 이렇게 미소는 타인을 관대하게 포용하는 가장 좋은 메시지이다. 나는 앞에서 얘기했듯이 유튜브 동영상의 고 육영수여사의 사진과 미소띈 얼굴의 모습을 바라보며 슈샤코의 말을 떠올렸다. 언제 어디서나 어느 순간에도 온화함과 다정, 다감을 잃지 않았던 여사의 미소에는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고 편안함에 안착케 하는 힘이 있었다. 어떻게 이런 미소가 가능했을까?. 그 힘의 원천은 여사가 타인과의 소통원칙으로 간직했던 것, 바로 진심과 사랑, 포용이었다.
1971년 추운겨울의 소록도, 나병(문둥병) 환자를 격려 수용하고 있는 소록도에 박정희대통령의 영부인인 육영수여사가 방문했다. 사람들이 나병을 전염병이라고 기피하던 시절에 육영수여사는 이곳을 찾았다. 양손가락 마디가 완전히 뭉그래지고 진물이 묻어난 나환자 한사람이 고마움의 표시로 육여사께 사과를 한 개 드렸다. 순간 육여사는 아무런 망설임이나 주저함도 없이 사과를 받아 그 자리에서 덮썩 한입 베어 물었다. 그 순간 그곳에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놀랍고 당황스러워서 어쩔줄 몰라 했다. 주위에는 긴장되고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설마하니, 그 진물나는 손으로 건네주는 나병환자의 오염된 사과를 받기라도 할 것인가?가 의문이었고, 궁금증이 증폭되었는데 육여사는 잠시도 주저 없이 그 나환자가 두손으로 받쳐주는 사과를 받아서 깨물어 입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긴장이 고조된 정적을 깨면서 “맛있네요. 고맙습니다”라고 하면서 사과를 건네준 나환자의 손을 덥썩 감싸 안아주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그곳은 삽시간에 눈물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육여사가 손수 입고 있던 앞치마로 나환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그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일이 돌아가며 그 나환자들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그러면서 “희망을 가지세요. 나병은 결코 불치의병이 아닙니다. 희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시고 나중에 청와대로 저를 찾아 오세요”. 이러한 육여사의 따듯한 마음과 사랑, 천사의 미소가 그곳 소록도의 추위를 따듯히 녹여주고 있었다.
육영수여사는 전국의 나환자촌을 직접 방문하여 자활사업을 지원하였으며, 빈곤과 소외와 싸워야했던 나병환자들이 자기의 힘으로 살도록 돼지와 소를 키우도록 지원해주고 장려했으며, “진정한 정신을 갖는 인간회복을 내 안에 정립시켜 생활의 자리를 여러분 스스로가 쟁취하는 것이……..여러분들이 숙명처럼 살아온 빈곤과 수모와 질병의 역사를 청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잘못없이 주위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억울한 일이 생겼을때는 직접 청와대로 연락해달라”고 격려하였다. 청와대시절에도 육여사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 거리의 여론을 수집하고, 하루 수십통의 민원은 일일이 처리 지침을 남겼으며, 특히 억울한 민원현장에는 비서들이 늘 발로 달려가게 했다고 한다. 육여사의 살아생전 쌓아놓은 업적과 베풀은 인간애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다. 1974년 8월15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광복절 기념식도중 문세광의 저격에 의해 서거했지만, 육영수여사에 대한 인간적 평가는 거의 모두가 호의적이고 역대 모든 대통령의 어느 부인들보다 월등히 점수가 높았으며 여사가 세상을 떠나간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비판의 여론은 찾아볼 수 없다.
그에게는 이권개입이나 사리사욕에 관한 얘기나 정실 인사에 관한 얘기가 없다. 한마디로 육영수여사는 역사에 영원히 남아 기록될 존경스럽고 훌륭한 대통령의 영부인이시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