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 기행문> 가을 구경, 힐링 여행(5)

<김명열 기행문> 가을 구경, 힐링 여행(5)

경치가 아름다우면서도 인파가 몰리지 않는 가을이야말로 본격적으로 여행과 관광을 즐기기에 좋은 적기이다. 가을이 되면 유명 관광지나 국립공원 및 주립공원은 부쩍 한산해진다. 아이들이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등교하기 때문에 인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온도 떨어져서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해져 더욱 활동하기가 좋은 계절이 된다. 그리고 산맥과 높은 고원위로 가을단풍이 화려하게 무르익으면 한결 기분도 상쾌해지고 여행과 관광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된다.
Tennessee주에는 너무나 많은 볼거리, 즐길 거리들의 오락거리, 역사적인 장소, 공원, 박물관, 워터파크 및 놀이공원, 폭포, 자연 및 야생동물서식지, 유서 깊은 산책로, 유명도시 등등이 무척이나 많이 있다. 이렇게 많고 다양한 모든 것들을 다 구경하고 즐기려면 한달을 다 쏟아 둘러보아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이다. 나는 가급적 이름이나있고 잘 알려진 관광지는 피하여 조용하고 평화스런 자연의 휴양림이나 농촌, 주립공원을 대상으로 하여 그곳을 찾아가 구경하고 휴식을 취하며 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중에 내가 가장먼저 선택하여 찾아간 곳은 Frozen Head State Park이었다. 시간과 환경, 일정계획 등의 제약과 장애를 받는 한정된 여행일정 속에 많은 곳을 다 찾아가고 구경할 수는 없는 사항이다. 후로즌 헤드 주립공원은 남북을 잇는 75번 국도와 동서를 관통하는 40번 국도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약 40여마일 내륙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자연의 숨결과 태초의 신비가 함께 공존하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자연휴양림의 숲을 이룬 주립공원이다. 큰길에서도 멀리 떨어져있고 한적한 시골농촌의 한 가운데 호젓이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많이 머물지 않은 아주 평화롭고 조용한공원이다. Anderson 카운티에 속해있는 이공원은 그야말로 사람들의 손때가 묻지 않고 인간 공해에서도 벗어난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대개들보면 유명관광지나 공원, 명소 등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머물고 놀고 즐기므로 사람들로 인한 상처와 공해로 얼룩진 곳이 많이 있는데 이곳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 곳이다. 공원 안에는 하늘을 가릴 듯한 수십미터씩 크게 자란 각종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한낮인데도 그 많은 나무들의 그늘로 인하여 어둠속의 터널에 들어간 듯 햇빛이 가리워진 야생과 자연이 그대로 남아 숨쉬고 있는 신비롭고 오묘한 경이로운 모습들을 그대로 간직하여 보여주고 있었다. 주립공원 내에는 비포장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산책로와 2개의 폭포가 있어 이곳을 찾은 이들은 자기의 선호에 따라 마음대로 진로를 선택하여 가파른 산길의 공원내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산책하며 둘러볼 수가 있다. 대개의 경우 조지아나 플로리다 등의 주립공원들은 공원을 들어갈 때 입장료형식으로 돈을 받는데 이곳은 주립공원 입장료가 없다. 이곳에는 희귀한 야생동물과 식물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희귀종이며 보호종인 흑색곰도 살고 있다고 한다.
산 윗쪽과 아래에서 물줄기를 타고 계곡으로 쏟아지는 폭포수도 2곳이나 있어 나와 집사람은 상, 하폭포를 다 구경하고 산책길을 따라 산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그곳 두곳을 다녀오다 보니 어느 듯 오후3시가 넘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하여 공원 아래쪽 사무실 옆의 쉘터에서 준비해간 음식들을 테이블위에 펼쳐놓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각종 밑반찬과 고기, 과일 등을 먹다보니 음식물의 냄새를 맡고 어디선가 산 짐승들이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온다. 나무위에서는 다람쥐가 찍찍대고, 래쿤과 파슴은 코를 벌룽거리며 음식을 먹는 테이블 근처에까지 와서 어슬렁댄다. 고기 몇점을 던져주니 금세 달려들어 입안으로 먹어 삼킨다. 집사람이 짐승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안 된다고 만류를 한다. 그러나 던져주는 음식들을 잘 받아먹는 녀석들의 모습이 귀여워서 자꾸만 이것저것을 던져주었다. 그러다보니 던져주는 음식들을 받아먹으려고 나의 발 가까이까지 다가와서 입을 벌린다.
얼핏 눈을 돌려 아랫쪽을 보니 공원 관리인인 듯한 제복을 입은 사람이 이곳으로 올라오고 있다. 가슴이 찔끔하여 주던 음식들을 멈추고 태연한척 나의 입안으로 음식물을 넣어 삼켰다. 우리 곁을 지나는 유니폼 제복의 공원관리인은 우리에게 손짓을 하며 미소로서 인사를 건네고 윗쪽으로 걸어갔다. 잠시 멈춰서서 기다리던 산 짐승들은 우리가 먹을 것을 주지 않으니 주변을 서성이다가 이내 어슬렁어슬렁 나무숲속으로 사라져갔다. 산 짐승들과 함께 나누는 점심식사는 그런대로 동물들의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였다.
가까운 나무 중간에 무슨 표지판의 팻말이 붙어있어 자세히 읽어보니 야생동물들에게 절대로 먹을 것(음식)을 주지 말라는 경고 싸인판이 걸려있다. 음식물을 주다 적발되면 벌금 500달러를 물어야한다고 써 있다. 조금 전에 공원관리인에게 들켰더라면 백발백중 티켓을 받고 벌금을 물었을 것이 명확한 일이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오나가나, 집에서나 밖에서나 남자들은 자기의 부인, 집사람의 말을 잘 들으면 손해보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나의 집사람도 동물들에게 음식을 주는 것을 반대하고 만류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짐승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만약에 이것이 들키고 적발되었다면 오늘, 아니 이번의 여행은 결코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부인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백번 옳은 말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깨닫게 되었다. 마음속으로 곁에 있는 집사람에게 몇번이고 감사의 말을 보냈다.
국지적으로 간간히 쏟아지던 소낙비도 끝나고, 소낙비로 샤워를 마친 수목들은 쏟아지는 햇볕에 노출되어 한결 싱그럽고 청명해 보인다. 마치 방금 목욕을 끝내고 나온 여인처럼 아름답고 요염하기까지 한 모습의 자연속의 수목들은 한껏 가을의 정취에 묻어나 생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나오는 길에 우리는 공원사무실에 들러 그곳에 진열되어 팔리고 있는 각종 서적과 장신구, 동물들의 모형 조각품 등등을 둘러보았다. 그중에서 집사람은 손주들에게 선물할 책과 희귀용품의 동물들의 모형 작품 몇점을 샀다. 집사람의 말인즉, 이렇게 좋은 천혜의 자연공원을 우리들에게 돈도 받지 않고 무료로 제공해준 주립공원이나 주정부측에 감사해서 도네이션 겸 답례로서 물건들을 사준다며 여러 종류의 상품들을 사주었다. 자연이 인간들에게 주는 혜택이나 선물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중에 특히 건강면에서는 어느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도움과 효과를 선물한다. 숲속에 사는 사람은 무병장수하며 질병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요즘에 보면 대개 많은 사람들이 주말이나 연휴, 또는 휴가를 맞아 자연속으로 잠시 힐링여행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은데, 이곳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꼭 한번쯤 찾아와 지친 몸과 스트레스로 상처받은 마음과 영혼을 치료받으며 쉬고 가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주립공원 안에는 각종 자생식물과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을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으며 큰 나무가 많아 울울창창한 숲속에서 산림욕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산림욕이 건강에 좋은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울창한 숲속을 걷다보면 상쾌한 기분이 들어 심신이 편안해지는데 그 원인이 바로 피톤치드 때문이다. 수목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가 우리 몸에 건강한 작용을 할 뿐아니라 청정한 공기를 마시고, 시청각적으로 초록색 자연을 보면서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울창한 나무숲속을 걷다보면 운동효과까지 얻게 되어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까지 얻게 되니 우리의 몸에 너무나 좋다.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과 경치 속에 도취되어 공원내의 이곳저곳을 쉬엄쉬엄 가다가 쉬고, 힘들고 다리 아프면 물한모금 마시고 근처의 바윗돌위나 벤치, 나무등걸 위에 쉬어가며, 도토리 한입물고 저만치서 달려가는 줄색무늬 다람쥐를 보노라면 세상의 모든 일들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마음과 몸은 가벼워져서 멀리 떠가는 구름위로 날아간다. 현실에서 벗어나 시간을 망각하고 자연 속에 빠져서 지내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시계를 보니 저녁때가 다되었다. 이곳은 도회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곳, 호텔이나 모텔등의 잠잘 곳, 숙소를 찾아 나서야할 시간이다. 급히 차를 몰고 공원을 빠져나와 큰 길로 나섰다. 테네시주의 깊숙한 내륙지방, 시골의 깡촌이나 다름없는 이 외진 들판에서 숙소를 찾아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시골길, 꼬불꼬불한 산길, 밭길을 따라 목장과 콩밭, 옥수수밭, 농촌의 허허벌판 들길을 가로지르며 나는 계속 가속페달을 밟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해는 지고 어두운 시골 농촌에서 밤새 고생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으니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감이 생겨난다. 아는 길도 아니고 생전 처음와보는 초행의 타향 길에서 목적지도 없이 그저 서쪽으로 서쪽으로 속력을 내어 달렸다. 내일 우리가 갈 여행의 예정된 코스가 이길 이기에 ………..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095>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