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아름다운 여자

<김명열칼럼> 아름다운 여자

흔히들 말하기를 여자는 아름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이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마다 다르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특정시대나 사회가 원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춰 자신의 외모를 꾸민다. 금년초 어느 여성잡지에 실린 글을 우연한 기회에 읽은 적이 있다.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많은 여성들은 작은 얼굴, 잘룩한 허리, 길고 가는 다리의 소유자가 되길 바란다. 지금의 이 시대가 날씬한 몸을 곧 아름다운 몸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뚝한 콧날에 작은 머리, 쌍꺼풀이 있는 큰 눈 등 서구형의 미인이 아름다움의 표본이 되고, 각종 성형수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여인이나 사람들이 성형외과를 찾기 바쁘다.
허지만 오랜 옛날, 고대시대에서는 지금과는 달리 뚱뚱한 여성이 미인으로 인정받는 시대도 있었다. 그때는 엉덩이, 배, 가슴에 살이 많아야 아름답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시대 그 당시에는 다산(多産)과 풍요가 사회적 요구였다.
기계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그 시대에는 사람이 곧 노동력이었는데, 아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살이 많은 여성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즉 노동력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옛날 그리스시대에도 이런 건강미가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미의 기준은 로마제국시대에 와서는 달라진다. 로마제국에서는 진하고 야한 화장에 일자 눈썹, 하얀 치아에 날씬하고 털이 없는 몸을 소유한 여성들이 미인으로 사랑을 받았다. 메이크업을 하지않은 여성은 ‘소금없는 빵과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장이 인기가 있었다. 그 당시에 이렇게 인공적인 치장을 하는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이런 치장이 돈과 지위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넓은 식민지를 거느리며 사치와 허영을 부리던 로마의 귀족들은 노예의 도움을 받아가며 3~4시간이상 화장을 했다.
진한 화장은 귀족들이 자신들이 부를 축적했다는 걸 드러내는 증거였다. 종교의 힘이 막강했던 중세의 유럽에서는 작은 가슴과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 피부의 여성들이 미인이었다. 큰 가슴(유방)은 여성의 성적인 매력을 상징한다. 그런 이유로 가슴이 큰 여성일수록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이고 정숙하지 못할 거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래서 정숙과 순결을 높은 가치로 평가하던 중세 시대에 그린 그림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여성들의 가슴은 부각되지 않았다.
이렇게 역사적 및 사회적인 환경에 따라 미인의 기준이 달라지는걸 보면 절대적인 아름다움도 없다고 볼 수 있다. 개개인이 가진 미의 기준 역시 그가 속한 사회환경속에서 형성된 것이고 개인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민족의 독특한 미인의 기준은 우리가 생각하고 보고 느끼는 사회적인 통념과는 크게 다르다. 예를 들자면, 아프리카의 무르시족은 입술을 찢고 그 속에 나무를 둥글게 만들어 넣어 입술을 주걱처럼 튀어나오게 한다. 그들에게는 입술이 많이 나올수록 미인이다. 미얀마의 카렌족은 몸에 링을 여러
개 끼워 링이 커감에 따라 링의 수를 늘리면서 목을 사슴처럼 길게 만든다. 그들에게는 목이 길수록 미인이라는 가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달라진 미의 기준은 특정시대 사회의 분위기나 사회적인 요구를 잘 나타낸다.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는 큰 가슴, 두드러진 허리와 엉덩이, 굴곡 있고 풍만한 이른바 섹스어필(Sex appeal=성적인 매력이 있는) 형의 몸매가 주목을 받았다. 이 시기에 이런 몸매가 공공연하게 사랑을 받게 되는 사회적분위기에 영향이 크다. 이 시기에는 그동안 음지의 영역에 있던 성(性)이 공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성에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른바 성적매력이 있다는 말로 상징되는 큰 가슴, S자 허리와 엉덩이 등을 소유한 여성의 이미지가 주목받게된다. 그 중심인물이 바로 1953년 ‘플레이보이’ 창간호표지에 모델이자 배우였던 마릴린 몬로다. 몬로는 풍만한 가슴과 잘룩한 허리를 강조하며 20세기 섹스 심벌이 된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서 요즘은 개
성을 강조하는 시대가되었다. 그래서 예쁘다고 입을 모으는 의미의 기준은 남녀노소 할 것없이 날씬한 몸매를 선호한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날씬함이 곧 부를 상징하는 코드이기 때문이다.
‘미국 공중보건 저널’에 보면 선진국은 소득수준과 비만율이 반비례하고 개발도상국은 비례한다고 써 있다. 어느 사회이든 경제수준이 낮을떈 뱃살이 부의 상징이 되지만 사정이 나아지면 말라깽이 몸매가 상류층을 상징하는 코드가 된다는것이다. 미국이나 한국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은 빠른 시간안에 더 많은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하기 때문에 칼로리는 높고 건강에는 좋지 않은 정크푸드를 먹는일이 많다. 그리고 자기를 관리할시간도 부족하다. 반면에 돈과 시간이 충분한 사람들은 대다수가 아름답다고 하는 수준에 맞춰 날씬한 몸을 만들기에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경제가 발달하지 않은 사회에서 뚱뚱한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부자이고, 미인 또는 미남으로 인정받기 쉽다. 하지만 경제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 몸이 뚱뚱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못난 사람으로 인식되며, 미혼자는 좋은 짝을 고르거나 찾기가 힘들며, 뚱뚱하거나 비만자는 아예 그 대상에서 제외해버린다. 그래서 몸이 비대한사람은 결혼하기조차 힘든세상이라고들 말한다.
오래전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 한국인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온 여인의 얼굴은…..?. 쌍꺼풀이 없는 작고 가는 눈에, 복스럽고 약간은 퍼진듯 하지만 둥글둥글한 코, 얼굴은 보름달같이 둥굴고 희며 뺨은 통통하고, 입술은 앵두처럼 붉고 탐스러워야하며 버들가지와 같이 가는 허리에 연적 같은 젖무덤, 푸짐한 엉덩이를 가져야 최고의 미인으로 보아왔다. 곧 건강하고 풍만한 여성이 아름답다고 생각을했다. ‘복스럽게 생겼다’ 우리는 이 말에서 인정과 덕을 중시했던 선조들이 생각한 아름다운 얼굴을 짐작할수 있다. 그리고 유교 윤리에 입각한 ‘현모양처’를 여성의 삶을 통해 이뤄야하는 아름다움으로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전통사회에서 일찍부터 미녀의 첫째조건으로 꼽았던 기준은 ‘우아하고 정숙하며 맑은 태도’, 바로 그 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그러한 전통사회에서의 미적 기준과는 달리 서구적인 미모를 닮아가고 선호한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성형수술을 통하여 자신의 얼굴이나 신체의 여러부위를 뜯어고치고 있다. 워낙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진짜 원래 얼굴모습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혹자는 나중에 애를 낳아보면 안다고 한다. 왜냐하면 원판보존의 법칙(?)에 따라 그 원래의 모습을 닮은 2세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 수필가는 이렇게 적고 있다. 이런 외형가운데서도 피부가 고운여자가 아름다운 여자이며, 한걸음 더 나아가서 피가 맑은 여자가 아름다운 여자이고, 여자가 가장 아름다울때는 목욕하고 방금 나왔을때라고 한다. 그것은 아무것으로도 치장하지 않은 순수한 모습 때문이란다. 그렇지만 정말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마음이 고운 여자라고 하였다. 남자들이 결혼을 한 후, 예쁜 부인은 3년이 지나면 싫증이 나고, 마음이 아름다운 부인은 평생을 가도 싫증이 나지않는다는 말이 이 말의 표현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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