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가을에………….
이제는 가을이 성숙되고 풍요를 구가하는 절정의 달이라고 할 수 있는 10월달이 숨 가쁜 호흡을 조절하며 바쁘게 11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들 곁에서 숨을 고르며 나무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매를 맺어 기우뚱대는 사과나무를 보고 어서 속히 그 열매를 떨어내라고 소리치고 있다. 꽃은 봄에만 피는 것이 아니다. 요즘 같은 가을철에도 철이 늦은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 그 꽃들의 꿀을 퍼내느라 분주히 날아다니는 꿀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마치 어느 현악기의 소리를 듣는것 같은 착각을 불러온다.
농촌의 농부들에게는 낙원이라는게 따로 없다. 황금빛으로 이불을 덮은 들판의 논두렁에 들어가면 논뚝에 살곳이 피어난 노오란 들국화가 진한 향기를 품어낸다. 농부는 향기에 취해 가을의 품안에 안긴채 꿈을 꾼다. 나 역시도 어릴적에 농촌에서 자랐다. 넓은 들판에는 오곡이 물결처럼 출렁거렸고 밭고랑에는 온갖 채소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밭두렁이나 언덕배기 산자락에는 백과중에서 달콤한 감들이 빨갛게 익어서 매달려있었다. 코흘리개 꼬맹이 친구들은 산과 들을 넘나들며 군침이도는 열매를 남몰래 맛보기 일쑤였다. 이것은 분명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수 없다. 가을은 분명 성숙과 풍요의 계절이다. 아침, 저녁으로 들녘을 바라보며 바람에 하늘거리는 황금색 벼이삭을 보노라면 저절로 배가 불러오는 듯한 풍요로움을 느낀다. 그러한 기분에 휩싸이다 보면 풍요로움이란 꼭 물질적으로 쌓아 놓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닌 듯 싶다. 만물이 나름대로의 충만한 모습을 조화롭게 보여주면 정신적으로 결핍을 느끼지 않고 자족(自足)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결국 풍요는 어느 한쪽만 충만하고 넘쳐서는 느껴질 수 없는 것으로, 풍요가 전반적으로 확보되어야 비로써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는것이다.
풍요라 함은 가을의 상징이기도 하다. 가을저녁 어스름이 내리면 나무가지 위에서 참새, 뱁새, 작은 각다귀들이 합창을 하고, 한 여름동안 포만감을 느끼며 실컷 풀을 뜯어먹은 어미소의 풍부한 젖을 마음껏 먹고 성큼 자란 송아지새끼가 ‘매~애’ 울음소리를 내며, 뜰에는 귀뜨라미, 정원 나무위에는 울새, 뒷동산에는 부엉이들이 앞 다투어 노래의 경연장을 펼쳐낸다. 이런것 들을 보노라면 이것은 가을에 자라는 모든 곡식과 백과만 풍요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만물들이 거기에 상응하게 조화를 이루고 기꺼이 찬양한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즉 신이 내려준 섭리의 풍요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공유하고 축제를 벌일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풍요와 성숙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들은 생산한 것들을 보편적으로 공유하고 분배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풍요가 될수 있다는 것을 자주 망각한다. 아마도 인간의 욕망이 가장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공산주의와는 달리 자본주의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만드는 사회는 그리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 나의 눈에 비쳐지는 한국은, 언론매체나 뉴스, 각종 채널로 전해지는 현재의 상황을 볼때 많은 사회적인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신 자유주의(진보와 적폐 타파)로 인한 극심한 이념과 사상(진보와 보수)의 대립속에 생겨난 현상이다. 그래서 지금의 가을의 들판처럼 모든 존재가 풍요를 노래하는 풍요의 보편성을 상실하고 흉년속에 맞는 가을처럼 간혈적 풍요에 그치고 있다.
지금 우리들 곁에 찾아와 함께 공존하는 이 가을은 저 높은 하늘로부터 시작해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실려 오고, 먼 산의 표정에서도 오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을은 역시 저 황금빛 들녘에서 펼쳐지는 수확의 현장에서 심도있게 체감할 수 있는것 같다.
가을하면 여름날의 땀방울이 결실을 맺는 계절이다. 금년 여름은 유난히 길고 더위가 기승을 부린 계절이 모든 생물들에게 힘든 삶을 살게 한 원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어려움을 겪고 이제는 시원한 가을바람소리에 시름을 날려 보내고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였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던가. 힘이든 오르막길이 있으면 편하고 쉬운 내리막길이 있는 법이거든, 사람들은 어찌 어려움만 있다고 푸념할 것인가……………세상을 살다보면 우리네 인생은 힘든 만큼 얻어지고 수확되는 결실이 있는 법이다.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듯이 자기가 심은 만큼 거두어들인다는 것이 진리이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어렵지만 고생 끝에 낙이오고, 흐리고 비오는 날이 지나가면 햇빛 나고 밝은 날이 찾아오듯이 현실에 만족하고 열심히 주어진 일에 총력을 다하여 노력한다면 반드시 좋은날이 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은 모두가 다 자기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볼수 있다. 자연이 준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다보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온다.
농부들은 누구나 논밭에 씨를 뿌리지만 결실은 똑같지가 않다.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노력과 정성을 다 기울인 농부만이 풍성한 수확을 거둬 들일 수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대개들 힘들고 고생스러운 일보다는 편하고 쉬운일에 쉽게 매료되고 그길로 빠지려고 한다. 하지만 빛깔 좋은 버섯이 독이 들어있듯이 빛깔만 좋은 일에 중독이 되면 결실 없는 빈 쭉정이 인생이 되고 만다. 인생에 있어 풍요로운 수확을 원한다.
면 편하고 쉬운 일만 찾아서 하려고 하지 말고 남보다 많은 땀을 흘려서 좋은 결실을 얻어내야 한다. 힘들게 노력하며 흘리는 그 땀방울은 좋은 결실과 많은 수확을 거둬 들일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이세상에는 공짜란 없다. 나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수확할 것이 하나도 없다. 이것이 이 풍요의 계절, 수확과 결실의 계절, 가을이 주는 교훈이다.
가을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이 끝났다는 즐거움을 누린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뿐, 지혜로운 사람은 서둘러 앞으로 찾아올 추운겨울을 대비하기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여름내 바쁘고 힘들었지만 이것을 빨리 추스리고 가을을 맞으며 다가올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잘 이길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지금은 가을이다. 이는 곧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을을 감상하고 즐기는 것은 잠시로 족하다. 시련도 끝이 있지만 좋은 시절도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발버둥치고 피 하려고 해도 다가오는 겨울은 결코 피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 가을은 참으로 중요한 시기이다. 일년의 4계절에서 혹독한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가 가을인것 같이, 인생의 겨울을 잘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 다가오는 여러 문제들을 준비하지 못하고 가을의 좋은 날씨만을 즐겼던 사람들은 겨울이 시작됨과 동시에 혹독한 시련을 맞게 될 것이다. 이에 반해 가을의 좋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다가올 겨울을 미리 예상을 하여 철저히 준비한 사람들은 추운겨울에 따듯하고 편안한 실내에서 휴식과 안정을 취하며 아무런 걱정없이 생을 만끽하며 범사에 감사하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것이다.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