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 애완견(반려견), 리암의 상사병 <4>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시카고 다운타운 중심부, 밀레니엄 팍 동북쪽의 시카고 강과 미시간호수가 만나는 코너부근의 넓은 녹지공간에는 2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9홀의 아름다운 소규모의 골프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시카고시의 도시계획에 의하여 이 지역은 최저 40~50층의 고급 콘도를 비롯해 높게는 60~90층까지 하늘 높은줄 모르게 솟아오른 최고급수준의 콘도들이 아름다운 공원을 가운데 두고 병풍처럼 둘러싸여 미시간호수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빌딩의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의 특이한 현상은, 이곳에는 도시 한 복판의 중심가인데도 불구하고 전원적인 환경 속에 주거인들의 대부분이 애완견을 기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뻥을 튀겨 말을 하자면 한집건너 한가구씩 거의 많은 사람들이 개(애완견)을 기르고 있다. 내가 플로리다로 이사 오기 전에 보았을 때의 느낌은, 다른 곳보다 개들을 많이 기르고 있구나 ! 였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니 개들의 개체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현상이다. 나의 딸 아일린이 살고 있는 콘도빌딩 내에도 나의 딸을 비롯한 앞집, 옆에 집, 건너 집 등등 거의가 애완견을 기르고 있으며 애완견과 함께 가족처럼 함께 집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들 개를 많이 기르고 있다보니 아침저녁으로 강아지의 용변과 운동을 돕기 위해 집 앞에 있는 공원으로 나와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는 줄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개를 데리고 나와 산책을 하다 보니 자주 똑같은 사람과 개를 만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안면을 자주 접하다보니 인사를 나누고 자연적으로 친하게 되었다. 하루 이틀, 한달 두달, 일년 오년등의 시간과 세월을 거치면서 자연적으로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강아지(애완견)동우회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사람들끼리는 친목을 나누고, 개들은 개들끼리 친구를 만들고 하며 일석이조(?)의 효과 속에 재미있게 매일 만나며 가끔씩 가축 수의사를 초빙하여 애완견의 건강강의도 듣고 올바른 사육법을 비롯한 교감을 통한 애정나누기, 트레이닝 교육 등의 정보와 경험을 나누며 집에서 함께하는 애완견에 대한 사랑을 더욱 돈독하게 쌓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공동으로 애완견의 먹이(개 밥)도 구입하고 함께 개와함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물론 여기서 개(애완견)의 식사는 별식의 개만 먹을 수 있는 특별식이다. 이제는 개들도 제대로 대우를 받고, 식당에서는 특별히 맛있는 먹이도 얻어먹을 수 있는 개팔자가 상팔자인 시대가 도래 했다. 옛날에는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었던 애완견의 살기 좋은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이 그만큼 우리와 가까이서 함께하는 동물(애완견)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발로 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의 딸이 기르고 있는 이 리암도 언니에게서 극진한 대우와 사랑 속에 살아가고 있는 애완견중의 한 마리이다. 이렇게 나의 딸, 아일린이 애지중지하는 리암이 추운 시카고의 겨울을 피하여 탬파 나의 집으로 겨울 휴가를 왔다가 병이 난 것이다. 걱정이 되어 급히 가축병원에 입원을 시켰으나 우리 부부의 마음은 편치 않고 걱정이 태산이다. 며칠을 안절부절 속에 보내고, 드디어 3일후에는 동물병원으로 리암을 찾으러 갔다. 담당 수의사를 만나보니 그의 말인즉, “리암의 건강상태가 많이 악화됐다”고 한다. 당뇨, 갑상선, 간기능 등의 모든 신체적 조건이나 상황이 전보다 많이 좋지 않아졌다고 걱정어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말을 전한다. 그리고 거기에 한마디 덧붙여서 하는 말이”이 강아지가 뭔가 불안해하며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정되고 스트레스가 쌓여있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우리부부는 지극정성을 다하여 리암에게 올인하며 마음과 사랑을 다 쏟아 보살피고 돌봐왔는데 왜 이렇게 상태가 나빠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고 믿을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리암은 처음 며칠은 괜찮은 듯싶더니 며칠이 지나자 이내 마찬가지로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섰다. 걷잡을 수 없이 용변을 자주보고, 때때로 허공을 보고 짖어대며, 힘이 없어서 한쪽 구석에 가서 쭈그리고 엎드려있다. 그러한 모습을 보는 우리 부부의 마음은 몹시도 불쌍하고 가슴이 아팠다. 우리의 생각에‘아마 이제는 늙어서 노병으로 죽을 때가 되었나보다’이렇게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죽더라도 사랑하는 제 언니 곁에 가서 죽어야 할텐데, 저 상태로는 비행기조차 탈수가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거기에 리암은 시력조차 더욱 나빠져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다보면 문 앞의 계단, 층계를 잘못짚어 굴러 넘어지기까지 했다. 밤에 용변을 보러 나가다보면 손전등을 비춰줘야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었고, 수시로 용변을 보러 일어나 나가다보니 우리부부는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게 되었다. 잠을 충분히 못자다보니 골치가 아프고 너무 피곤하며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밤낮을 이렇게 리암에게 매달려 있다 보니 우리의 볼일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의 볼일도 그렇지만 몸이 불편한 리암이 더 걱정이 되고 마음이 아프다. 점점 더 상태가 나빠지는 리암을 보다 못해 우리는 이러한 리암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딸 아일린에게 상의를 했다.
리암의 모든 상태와 현 상황을 설명해주고, 차라리 이런 상태라면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나의 딸 대답은 한마디로 No다. 더불어 덧붙여 하는 말이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해준다. ‘이곳 시카고에 있을 때나 내가 그곳 탬파에 갔을 때는 건강하고 이상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더 아파졌어?’하고 되묻는다. ‘엄마 아빠가 리암에게 뭐를 잘못해 준거 아냐?’라고 질책성 발언을 해온다. 아일린의 이 말을 들으니 너무나 기가 막히고 억울하기 짝이 없다. 결과적으로 리암이 이러한 상태에 놓였으니 우리는 할 말이 없게 되었다. 한국의 속담에 ‘물에 빠진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이 되었다.
밤에는 잠을 제대로 못자며 수시로 일어나 리암의 용변을 도왔고, 아무 곳이나 마구 오줌, 똥을 누는 바람에 비싸게 사다 깔은 럭이 몇개가 더럽혀져서 내다버렸고, 집안은 아무리 청소를 깨끗이 해 놔도 또다시 번복되는 리암의 용변으로 냄새가 가시지를 않고, 그로인해 우리부부는 어깨허리가 저리고 아프고 골치는 지끈지끈한데, 제 부모의 고생한 것을 생각은커녕 이해조차 못하며 제 동생, 제 새끼(?) 걱정만 하니 너무나 야속하고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우리가 얼마나 먹을 것도 건강식과 영양식으로만 먹이고 주사와 약도 시간 맞춰서 또박또박 주었는데 결과만가지고 제 부모를 원망하는 딸 녀석이 밉기만 하다. ‘그렇게 불만스럽다면 네가 갖다 길러봐라’하고 호통을 쳤다. 이 말을 하고나서도 금방 돌아서서는‘알았다. 미안하다. 좀 더 잘 보살피고 돌봐서 2월말에는 시카고에 데리고 갈게’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끝났다. 그 후로도 똑같은 상황과 상태 속에 리암과 매일같이 씨름을 하며 시간과 날짜를 보냈다. 어언 매서운 추위가 끝나가는 3월초가 되었다. 이제는 좋든 싫든 간에 리암이 시카고 제집으로 돌아갈 때가되었다. 길고 길었던 겨울, 시카고의 혹한도 3월이 되면 풀이 죽어 멀리 사라져갈 운명(?)에 처하게 된다. 리암이 제 언니에게 돌아갈 준비를 서둘렀다. 언니가 할머니 비행기표와 리암의 티켓을 함께 보내줬다. 시카고에 가기 전날밤에도 리암은 서너 번을 일어나 용변을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일찍 새벽바람을 쐬이며 리암을 데리고 바닷가 산책길을 걸었다. 어쩌면 이제 내년에는 이 길을 못 걸을지도 모를 리암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저런 상태라면 몇 달을 살기가 힘들 것 같다. 힘없이 터덜터덜 걷고 있는 리암의 모습이 처량하고 불쌍해 보인다.
시한부 인생이란 말이 불치의병으로 세상 떠날 날만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붙여져서 부르듯이 이 리암에게도 시한부 견생이란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아픈 마지막 탬파에서의 산책이다. 맛있는 영양식을 먹이고 Pet Shop에 가서 예쁘게 털을 깎고 목욕도 시키고, 약과 주사도 맞고, 이렇게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고 드디어 리암은 시카고로 향하는 귀가 길에 올랐다. 비행기를 타고가면서 용변이 마려우면 케이지안에서 편히 보라고 케이지 안에는 패드와 기타 용품들을 넉넉히 넣어서 불편 없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리암의 살림도구가 들은 커다란 백을 짐으로 부치고, 리암은 비행기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미리 공항내의 자그마한 정원에서 용변을 보게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잘 가거라 리암아, 바이 바이 안녕” 리암을 떠나보내면서 그동안 함께 고생하고 동거 동락했던 애완견 리암, 우리 부부의 사랑과 정성, 마음을 듬뿍 받고 떠나가는 리암에게 다시 건강을 회복하여 반갑게 해후할 것을 마음속으로 빌며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드렸다.
할머니의 품에 안겨 비행기 탑승을 위해 안쪽으로 사라져가는 리암에게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제발 시카고에 가서는 직장에 다니며 바쁜 시간에도 정성과 사랑을 다해 돌보는 제 언니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고생도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무거운 마음을 억누르며 제발 무사히 잘 가기만을 빌며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불쌍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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