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 기행문<29> 핫 스프링을 비롯한 주변의 여러 주(州),

김명열 기행문<29> 핫 스프링을 비롯한 주변의 여러 주(州)
여행작가 및 칼럼니스트 / myongyul@gmail.com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TV 뉴스를 보니 콜로라도주의 로키 산맥 어느 산자락 스키장에서는 눈 덮인 설원 위를 스키어들이 신나게 스키를 타고 산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11월달이 되고 보니 북쪽지방에는 벌써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고, 어느 곳에는 눈이 많이 내려서 쌓여있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플로리다 탬파지역의 아침 기온을 보니 밖의 온도가 화씨 76도를 가리키고 있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파란하늘을 보여주고 있고 오늘 한낮의 최고기온은 84도가 될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마치 초여름의 더운 날씨를 연상케 하는 온도이다. 오늘은 우리 부부가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오랫동안 벼르고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 했던 알칸사스주의 핫 스프링(Hot Spring)을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여행의 여정 스케줄은, 먼저 조지아주에 살면서 한의원을 경영하는 친구 D 한의원의 L원장님 댁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그곳 애틀랜타에서 여행에 필요한 물품 및 밑반찬, 먹거리들을 사서 챙겨 넣고 내일 일찍 목적지를 향해 떠날 예정이다. 이곳의 L원장님은 시카고에서부터 20여년을 이웃에 살면서 친하게 우정을 쌓고 부인들끼리도 마음이 통하여 무척 가까운 사이로 격의 없이 지내는 흉허물 없는 사이이다. 몇 년 전에 이곳 애틀랜타로 이사를 와서 시카고에서 경영했던 한의원 이름그대로 D한의원을 경영하고 있는데, 그는 틈틈이 아프리카나 아시아, 유럽 등등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의료선교사업을 무료로 베푸는 살아있는 하나님의 천사이다.
2년 전에는 이곳 탬파에 와서도 무료로 침술을 시행하며 동포들에게 자선을 베푼 선하고 착한 한의사님이다. 사람은 살면서 이렇게 자기의 갖고 있는 달란트를 활용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자선의 온정을 베푸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보람된 일인가를 그분을 통하여 몸소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하늘에서 복을 받을 착한사람이다.
나는 이번 여행길에 지나게 되는 5개주를 경유하며 그 주변에 있는 관광지나 명소, 맛집들을 찾아 즐기고 구경하며 여유 있고 느긋하게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심신의 피로와 정신적 해방감을 마음껏 느끼고 즐길 예정으로 계획을 세웠다.
이번의 여행에는 완전히 오붓하게 나의 가족끼리만 즐기려는 가족여행이다. 알칸사스 리틀락 현지에서 3일후에는 시카고에서 항공편으로 도착하는 막내딸과 합류하여 계획하고 정해진 곳을 방문하여 관광을 할 예정이다. 나는 이렇게 가족끼리만 함께하는 여행을 가끔씩 하는 편이지만, 때로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가까운 친구나 지인, 교회의 교우들과 여행을 함께 즐기곤 한다.
지난번에 기행문을 쓸 때 함께 여행을 다녀왔던 분들이 대표적인 예이며, 그분들과 지난 2년 동안과 오늘날에 걸쳐서 즐겁고 재미있게 지내며 여행을 했던 추억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어 추억을 되새길 때마다 엔돌핀을 솟게 해준다. 미네아폴리스에 살고 있는 허원회 회장님 부부를 비롯하여 시카고에 살고 있는 정효대 선생님 부부, 김건희 사장님, 멀리 한국의 인천에 살고 있는 홍준우 민서영씨 부부, 그리고 이곳 탬파에 살고 있는 교회의 정다운 교우, 정원복 권사님부부, 김영길 집사님 부부, 나현자씨 부부 등등 이분들 모두는 적게는 1주일, 많게는 2주일 넘게 나와함께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이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 더욱 유대감과 친근감과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다질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여행이 주는, 보이지 않게 인간관계를 튼튼한 끈으로 연결해주는 고마운 선물이기도하다. 여행은 여행을 하는 것 자체도 묘미가 있고 즐겁고 재미있지만, 마음이 맞고 서로가 뜻이 통하는 격의 없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면 그 여행은 훨씬 더 재미가 있고 흥미로우며 서로가 협동심을 키우고 유대감을 강화시켜준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며 여행의 값어치와 보람, 즐거움이 배가된다.
여행은 인간을 변화시킨다.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 경우 소극적인 사람을 적극적으로 바꿔주고 패기 없는 사람을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켜주기도 한다. 여행은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인 한계를 시험하며 불편하고 낯선 환경에 빨리 적응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너와 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은 거의 다 기본적으로 비슷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또한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 친구와 가족이 중요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보호하고 싶으며 하루하루를 어제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더 발전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인간사 세상살이에 우리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항은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세상살이를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위의 사실을 쉽게 잊게 된다. 오히려 말도 안 되는 고정관념에 갇혀 생각과 사고관념이 경직되기도 한다. 우리는 여행을 통하여 나와 세상 사람들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으로 묶여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기를 “여행은 다리 떨릴 때 떠나지 말고 가슴 떨릴 때 여행을 가라”는 말처럼 아직은 내 다리가 떨리지는 않지만, 청년기 같은 설렘도, 환희에 들뜬 부풀음도 없지만 가보지 않은 미지의 풍물과 환경, 자연의 경관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여행을 떠나간다. 내 세계관과 인생관에서의 여행은 본격적인 여행이라기보다는 관광에 좀 더 가까운 차원의 시각적인 여행이었다.
글을 쓸 때, 자료나 검색, 또는 상상력으로는 어느 순간 한계가 온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는 애당초 상상력이 나올 수가 없다. 상상력이라고 하는 것도 어느 정도의 어떤 바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책의 글귀가 될 수 있고 칼럼을 쓰는데 메시지도 될 수 있으며 여행지에서의 느낌일 수도 있다. 오래전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고 많은 작가들의 책을 탐독하면서 깨달은 것 중의 하나는 세계적인 위대한 작가들, 글에 열중해 소설이나 시, 칼럼, 논고 등을 쓴다는 소위 글쟁이나 문학인들을 보면 대개 거의가 다 누구보다도 여행광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자서전이나 산문집, 문학저서들을 읽어보면 짧게는 며칠, 또는 몇 개월, 많게는 몇 년, 심지어는 수십 년간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쓴 작가도 있다. 여행정보를 전달하는 여행 작가로서의 관점이 아니라 순수한 창작물에 대한 관점이다. 다니며 들은 얘기로 글 쓰는 사람을 위한 오래된 호텔로 유명한 일본 도쿄의 야마노우에 호텔(Hilltop Hotel)에는 객실 내에 보통의 테이블이 아닌 글쓰기용 책상이 있어서 작가들은 이 책상에서 영감을 얻으며 글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오로지 창작을 위한 여행이다. 아니 다른 한편의 눈으로 본다면 현실로부터 격리된‘떠남’에 의미를 두는 편이 나은 표현이다.
지면 관계상 다음 호로 기행문, 이어집니다. <1054 / 0111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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