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노년의 친구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나의 주위에서 나이 드신 노인들을 대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늙어보니 매사에 서글픈 생각이 들고 허무한 생각이 들며, 별것 아닌데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 우울증이 생겨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잘 모르겠는데 자식들이나 배우자의 얘기로 쓸데없는 고집이 세어지고, 매사에는 소극적이며 조심성이 생겨나고, 시끌벅적한 것보다는 조용한 것을 더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아울러 인생에 대한 가치와 죽음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보다 높아져서 그만큼 건강에 집착하게 되고 자식이나 주위에 더욱 의존하게 되며 사소한불편이나 질병에도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걱정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들은 노인이라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느 노인들은 자기가 나이 먹었다고 뒷짐만지고 고독하게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쾌적하고 활기찬 노후를 기대하고 스스로 그런 생활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여 매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개들 보면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어서 공원을 찾거나 경로당에 나가 장기나 화투, 잡담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노인들의 일상적인 생활이지만, 최근에는 스스로의 삶을 자식이나 현실의 환경에 의존하기보다는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보내기를 원한다. 전통적인 가치관의변화는 자신의 삶의 형태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개의 부모들은 일찍 은퇴해 한가롭게 살고 자식들을 위해 재산을 남긴다는 원칙에 따라 살았지만 이제는 영원히 살 것처럼 재산을 모으지 않고 사회나 이웃 또는 불우한사람들을 위해 자선을 하거나 자신(부부)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에 돈을 쓰고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시간 나는 대로 여행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며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도 사먹으며 나름대로 자선이나 봉사활동도 즐겨한다. 그러면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고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들에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건강이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우리는 건강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건강한 삶”이라고 정의한다. 진정한 건강이라는 것은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건강해야한다는 이야기다. 늙어서는 육체적으로 질병이 없어도 정신적으로 고독을 느낀다거나 성격상 비사회적일 때에 건강한 삶이라고 말할 수 없다.
노년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재산이나 명예나 권력이라기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과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인간관계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노년기에는 새로운 취미생활이나 친구를 찾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방안에서 TV를 보면서 살다보면 건강도, 삶의 의욕도, 인간관계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현실과 세상이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항상 불평과 불만, 짜증 속에 사는 노인이라면 먼저 자식이나 손주들이 싫어하고 이웃이나 친구들조차도 만나기를 꺼려한다.
노년기에 찾아오는 현상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즉 건강의 약화와 경제적 빈곤, 자신의위치가 없다는 것과 소외감이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육체적으로 약해지는 것은 물론, 직업 및 사회적인활동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성격이나 정신적으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래서 노년이 되면 행복한 노년을 결정짓는 핵심조건으로 건강이나 돈, 취미 외에도 친구를 꼽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재산은 불리고 모으는 재테크만 중요한게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있는 친구들을 주위에 많이 만들어두라는 뜻에서 우(友)테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친구와의 우정을 오래도록 올바르고 우애 깊게 지속해가려면 4가지의 척(아는척, 가진척, 잘난척, 있는척)을 하지 말아야한다. 자기를 낮추고 겸손함과 함께 진정한 우정과 사랑과 이해로 서로를 감싸 안고 위해준다면 그 우정은 오래도록 지속할 것이 틀림없는 얘기다. 진정하고 마음을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대학과 브리검영 대학이 8년간 30여만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좋은 친구와의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온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3~4년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관계는 부부관계처럼 구속력이 없어서 흐지부지되기 쉬운데다가 친밀감을 나누면서도 서로 간에 지켜야할 선은 잘 지켜야 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운 것이다. 특히 노년기에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자기중심적이고 권위적인태도 탓이다.
그 예로서 “내가 예전에는 뭐였는데…”하는 식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진정한 친구관계를 맺기는 어려운 것이다. 노년의 친구 관계에서는 나를 접고 상대방얘기를 들어주며 공통점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끝으로 우리들 인생의 가장 소중한 친구는 뭐니 뭐니 해도 배우자다. 노인부부의 갈등이 되고있는 원인을 보면, 아내는 남편보다 친구가 좋고, 남편은 친구보다 아내가 좋다는 게 원인으로 등장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 부인의 입장에서는 그럴만하겠지만 이것은 뭔가 잘못돼도 많이 잘못된 인식이다. 세상에서 이유 불문하고 배우자보다 친구가 우선일수는 없는 것이다. 배우자 다음에 친구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그 집안이 행복해진다. 부부란 젊은 날에는 연인이며, 중년에는 친구이고, 노년에는 서로 간호사가 된다는 말이 있다. 행복한 노년을 보내려면 부부가 서로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지내며 말이 통하고 뜻이 잘 맞는 친구가 되어야한다. 그다음에 세상적인 친구를 두고 가깝게 정을 나누며 산다면 그 노년의 인생은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이 될 것이다. 참되고 올바른 벗, 친구 한명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노년의 인생은 복된 삶이라고 하겠다. myongyul@gmail.com
<1033 / 08032016>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