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꾸러기의 짧은 글 긴 생각> 속으론 울고 있어도…

이경규목사 / 서울 새로운 성결교회 담임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 남편과 헤어진 아내의 모습이 나온다. 피난길에서 남편과 이별을 하고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내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세명의 자녀를 키우기 위해 자신이 약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을 더욱 굳게 다잡고 일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피난길에 막내동생을 잃어버려서 아버지와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첫째아들이 나온다. 그는 가족에 대한 죄책감에 지니고 산다. 그래서 자신을 희생하며 가족을 위해 살아간다. 노인이 된 첫째아들은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보며 지나온 세월동안 자신이 지고 왔던 삶의 무거운 짐에 대해 아버지에게 위로 받고 싶어 말을 건넨다. “아부지! 잘했지예! 아부지! 힘들었습니더!.”

험란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 보면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 참아야 하고, 기쁠 때 기뻐하지 못하는 아픈 사연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속으로는 눈물을 흘려도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을 할 수밖에 없는 삶의 모습이 우리에게도 있다. 하루가 천년 같은 힘든 나날들이 다가올 때도 있다. 힘든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인생의 무게가 느껴질 때마다 어른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잘 참고 견디어야 한다.

성숙한 삶이란 마음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절제하는 모습이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이 있다. 이 감정이 흔들려서 겉모습으로 나타날때 슬픔과 좌절과 절망과 원망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할 수 있으면 표현하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 세상은 나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나의 모습으로 인해 내 가족과 이웃에게 또 다른 상처를 받게 된다면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감정을 절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겉모습에서 감정의 기복이 느끼지지 않는다. 하지만 속모습에는 그 감정의 기복이 분명히 있다. 주위를 생각하며 수위 조절을 해서 약하게 나타낼 뿐이다.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우리의 부모님이 어린아이에서 어른의 모습으로 변화되며 사셨듯이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시간의 흐름속에 우리는 어른의 나이를 먹어간다. 물리적인 시간을 통해 내 자신이 어른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어른다운 삶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감정의 기복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고,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잘 견디어 나가며,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지향해 나가는 삶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배려와 존중의 모습이 우리의 삶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한 평생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지난 100년의 역사만 돌아보아도 이 말에 대한 깊은 의미를 알 수 있다. 앞으로의 100년은 어떻게 될까?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두려운 마음이 앞서지만, 인생의 발걸음을 한걸음, 한걸음 내디뎌야 하는 것이 후대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오늘도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 하루이다. 속모습은 복잡하고 고민스러울 수 있지만, 겉모습은 평온한 모습을 살아가자. 어른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자. 그리고 좋은 삶의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자. 한사람, 한사람의 좋은 어른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아름답게 변하게 된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한번 스스로 관찰해 보자. 어른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좋은 어른이 되어가자. <997/102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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