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이 아름다운 가을에…………..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가을이 무르 익어가고 있는 이 아름다운계절, 추석을 전,후한 내 고향에서는 이맘때가 되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속에 들어가 야생으로 자라나고 열매를 맺은 산밤과 머루, 다래를 따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산속에서 재미있는 하루를 보낼 때가 많았었다. 이제는 아주 먼 옛날얘기처럼 아련하고 어렴풋이 기억되는 사라져간 옛 추억의 한 장면으로 머릿속에 간직되어 있지만, 이렇게 청명하고 아름답게 황금빛으로 채색되어 무루 익어가는 이 가을에는 빼놓을 수 없이 해마다 떠오르는 아름답고 즐거웠던 잊지 못할 추억이다.
요즘은 옛날과 달라져서 몇몇 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봄과 가을이 짧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1년에는 4계절이 있다.
물론 Sun Belt 지역인 아열대지방이나 열대의지방과는 거리가 먼 얘기일지라도…… 각 계절은 계절마다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늘이 기가 막히도록 푸르고 맑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농부들이 들판에서 벼를 추수하거나 얕은 야산이나 집 뒷동산에서 감이나 밤을 따는 모습을 보았을 때, 또는 기러기가 떼로 줄을 지어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아~ 가을이 왔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이러한 현상은 4개의계절이 각각 특징 있는 빛깔을 가지는 온대지방에서 더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우리의조국인 한국은 이렇게 4계절이 확실하게 있어서 축복 받은 나라이고 조물주인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살아야겠다. 대개 사람들은 9월에서 11월, 3개월간을 가을
이라고 부른다. 가을은 여름보다 비는 적게 오지만 초가을은 여전히 햇볕이 따갑고 곡식과 과일을 추수할 수 있는 계절이다. 자연히 하늘은 다른 계절보다 더 맑고 더높아 보인다. 더욱이 목장의 말들은 영양이풍부한 건초를 먹고 살이 찐다. 그래서 나온 말이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우리들 귀에 익숙한 속담이다.
많은 시인들이 이러한 가을을 칭송하며 시를 지어 가을이주는 독특하게 고즈넉하고 쓸쓸하면서도 풍성한분위기를 강조했다. 일 년 4계절중 특히 가을을 좋아하는 나 역시 지난 10여 년 동안 신문지상에 글을 써 올리면서 이 아름다운 가을의 계절을 글로 옮겨 실어 매년가을마다 여러 번씩 감상문겸 가을을 예찬하는 추감문(秋感文)을 써 올렸는데, 금년에도 이렇게 글을 써 올리며 앞으로도 몇 번을 더 써서 독자들과 함께 가을을 공유하고자한다.
나의 느낌과 관찰의결과로는, 이 가을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잠시 쉬고,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춥고 어두운 계절에 대비를 하게하는 계절인 것 같다. 가을의 특이한 맛, 냄새, 소리는 가을을 다른 계절과 더욱 뚜렷하게 구별지어준다.
한국의 설악산정상은 이미 지난 9월 23일경부터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시작하여 점차 낮은 지대로 퍼져가며 그 울긋불긋한 만산홍엽의 아름다운 단풍진 모습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여주리라. 가을의 전령사인 코스모스와 귀뚜라미는 벌써 늦여름인 8월 달부터 피기 시작하고 울기 시작하여 가을이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특히 귀뚜라미는 똘똘똘하는 특이한 울음으로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전령이다. 귀뚜라미는 댓돌 밑이나 정원의 풀 숲속에서 찌르르 똘똘 소리를 내며 운다. 귀뚜라미 소리를 벗 삼아 아버지와 아이들은 희미한 석유등잔불이나 촛불 밑에서 새끼를 꼬거나 책을 읽고 어머니는 의복이나 양말에 구멍난곳을 바느질로 기운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고막이 터져라 울어대는 매미소리의 도움으로 그 더위를 이겨냈듯이, 사람들은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가을밤의 정취를 즐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콘크리트, 아스팔트 포장의 도시 속에서 살고 있고, 그러한 도시의 환경 속에서는 이러한 귀뚜라미우는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밤하늘의 별과 달조차 볼 수 없는 바쁜 생활과 환경 속에 살아가는 현대의 도시인들은 가을이 왔다는 것을 직접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훌쩍 가버린 가을을 뒤늦게서야 아쉬워하며 그리움 속에 추억으로 간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추위를 느끼며 두터운 옷으로 갈아입으며 가을이 어느새 자기의 곁을 떠나가 버린 것을 한참 후에야 느끼는 둔감한사람들도 우리주위에서는 적잖게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또 다른 전령사인 코스모스를 보면서 사람들은 위안을 삼는다. 그리고 또한 높고 낮은 산의 가을단풍의 울긋불긋한 현란함은 분명히 우리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물한다.
옛말에 국화가 피고 달이 뜨면 막걸 리가 익어간다고 했다. 농부들이 벼와 과일과 채소의 수확을 마치면 각 가정에서는 가을에 의례껏하는 행사로서 된장을 담고, 기나긴 겨울을 지내며 먹을 양식인 김치를 만들며 간혹 막걸리를 빚기도 한다. 가을은 덥고 추운 두계절 사이에 끼어있다. 따라서 가을은 우리의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어려운 때를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이상적인시기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가을은 힘든 삶의 순간순간을 견딜만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계절이기도하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가을에 맺혀진 열매 중에 나는 감나무에 열린 감을 특히 좋아한다. 내 고향 산골마을의 초등학교 짝꿍 친구였던 영중이네 집은 가을이 되면 온통 감나무 숲으로 쌓여서 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긋불긋 주렁주렁 달린 감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감을 얻기 위해 엄마가 싸주는 시루떡과 계란꾸러미를 짊어지고 친구 집을 놀러 가면, 서리 맞아서 빨갛게 잘 익은 홍시를 배가 터져라고 먹고, 친구 집에서 차려주는 밥은 반도 못 먹고 남겨서 미안한마음으로 눈치를 살피는 경우도 있었다. 실컷 먹고 놀다가 집으로 올때는 으례 영중이어머니는 감을 한보따리 잔뜩 자루에 담아줘서 그걸 갖고 오느라고 허리와 어깨가 담이 들고 온몸이 노골노골해
져서 고생을 한적도 몇번 있었다.
감나무는 예로부터 오상(五常)이 있다하여 칭송이 자자했다. 단풍진 감나무 잎이 시엽지로 종이로 된다하여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하여 골프채의 우드헤드로 묵은 한국의 감나무이상 좋은 것이 없다는 정도로 단단한 나무여서 옛날에는 화살촉으로 쓰인다하여 무(武)가있고, 만천하의 과실가운데 속과 겉이 다르지 않고 똑같이 붉은 것은 감밖에 없다하여 안과 밖이 한결같은 충(忠)이 있으며, 이빠진 노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 하여 효(孝)가 있고, 서리를 이기고 만추(晩秋)까지 유일하게버티니 절(節)이 있다고 했으니, 감의 맛만 즐기는 가을이아니라 감에 배어 있는 문무충효절도 함께 우리 몸에 묻어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러본다. 식물의 목적은 꽃이 아니라 열매이다. 꽃은 화려한 모양과 향기는 있지만 생명은 없다. 그러나 열매에는 생명이 있다. 꽃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열매는 생명이 있어 새로운 생명을 창조한다.
사람들은 열매 맺는 인생보다 꽃같은 성공을 선망한다. 옛날 성경의 기록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무화과나무에게 열매를 기대하셨다. 무화과나무는 화려한꽃은 없어도 열매를 맺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은 열매를 위하여 존재한다. 그러므로 화려한꽃으로 남기를 고집하지 말고 이제는 성숙한 열매로 남아야한다. 꽃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열매는 후손을 남기는 씨를 가지고 있다.
이 결실과 수확인계절인 가을, 가을열매처럼 성숙한 인격은 우리들의 사회를 살맛나고 복된 사회로 만들어줄 것이다.  myongyul@gmail.com <995/100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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