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칼럼> 내가 본 마이애미지역 한인사회의 옛 모습 (14) 

<김현철칼럼> 내가 본 마이애미지역 한인사회의 옛 모습 (14)
기사 썼다고 신변 조사까지 당한 필자

어느 날 젊은 부부 한 쌍이 신문사에 찾아왔는데 남편의 한 쪽 눈이 피가 번진 안대로 가려져 있는데다 얼굴 전체가 피멍 투성이요, 불편한 손놀림에 다리마저 절뚝거렸다. 웬일이냐고 묻자 부인은 격앙된 목소리로 “세상에 사람을 어찌 이렇게 때려서 전신이 피멍 투성이에 한 쪽 눈까지 멀게 할 수가 있습니까? 억울해서 못 살겠습니다”며 통곡했다.
필자의 취재 결과, 육감적인 여성을 가운데 두고 피해자인 이 남편과 가해자인 태권도 사범 등 삼각관계에서 빚어진 치정극의 폭력 피해자였다.
문제는 1대 1의 남자다운 결투가 아니라, 태권도 사범이라면서 비겁하게 동료 한 사람이 피해자 뒤에서 꼼짝 못하게 붙잡아 놓은 상태에서 30여 분간을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 얼굴부터 가슴, 배 등 전신에 폭력을 가하다가 한쪽 눈을 강타해서 불구를 만들었으니 태권도 사범답지 않은 비굴한 폭력배의 짓이었다.
무도 유단자의 주먹을 무기로 간주하고 있는 미국 법이라 가해자측은 깜깜한 밤중에 아무도 없는 상가 건물 뒤쪽을 폭행 장소로 택하면 목격자가 없어 문제가 없을 줄 알았겠지만 공교롭게도 삼각관계의 한 축을 이룬 여성이 자신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 마음에 걸려 처음부터 이들을 미행, 불과 50여 미터 거리에 숨어 시종 사건 내막 전부를 목격하게 되었고 비겁하기 짝이 없는 가해자의 자세에 격분 끝에 이 사건의 증인이 되기를 결심했다.
더욱 놀란 것은 이 사건이 크게 보도되자 증인의 승용차가 계속 보복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한 밤 중에 차체가 길게 긁히면 다음 날 수리하고 수리가 끝나면 또… 이렇게 일곱 차례나 당한 것이다. 자기 때문에 일어 난 사건이라 양심상 증언은 했지만 기사 때문에 벌어진 증인의 막대한 차체 복구를 위한 피해액을 알고 필자는 두고두고 이 증인을 볼 면목이 없었다. 누구의 짓인지 100% 심증은 가지만 밤중에 무슨 일을 또 저지를 지 겁이 나서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이렇게 이 세상은 정의 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냉혹한 경우가 너무도 허다하지 않은가.
사건 전모가 플로리다 전역에 생생하게 보도되었기에 가해자는 결국 이 고장을 떠나 다른 주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 측근 인사 한 분은 ‘가해자를 보는 눈들이 너무 냉정함을 견딜 수없어 떠났다’고 했다. 가해자가 이 고장에서 살지 못하고 떠남으로서 피해자 부부의 한은 좀 풀렸을까?
몇 해 후, 평소에는 신문이 ‘정의감이 있는 드문 신문’이라며 박수를 치던 미모의 중년 부인(당시 동포사회의 모 여성 단체 리더로서 영향력이 막강했음)이 갑자기 ‘이 신문 죽여!’ 하며 50 여명의 여성 선후배 동료 회원들을 동원해서 마이애미 최남단 홈스테드에서 북쪽으로는 팜비취 카운티(고속도로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걸쳐서 필자가 이곳으로 이주한 이후(당시 약 20여년 간)의 금전 거래와 여성 편력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서 동포사회에서 필자를 매장시키겠다는 각오로 6개월간이나 전력을 다 해 노력했으나 단 한 건의 결과가 안 나오자 결국에는 필자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그런 일을 꿈에도 몰랐던 필자는 이 분의 정중한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그간 신문의 적극적인 팬이었던 분이 어떻게 갑자기 등을 돌렸느냐?’고 묻자 이 분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와 아주 친한 분이 저지른 불의가 신문에 크게 보도되면서 감정이 생겼다’고 했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실수는 당연히 보도돼야 하고 나나 나하고 친한 사람의 것은 보도돼서는 안 된다는 게 그 분만의 생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사실은 우리 동포들 중 상당수가 이 분과 같은 의식수준이 아닐까?
이어 이 부인은 “한국 남성이라면 20여년씩이나 한 고장에 살면서 돈이나 여자 문제에 자유로울 자가 있겠냐는 생각에 뒷조사를 해 봤는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그러나 ‘대어 대신 피라미’라고 이 고장의 다른 남성들의 스캔들만 빠짐없이 모두 낚았다”면서 의미있는 눈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가해자나 불의, 부정 사건의 장본인 또는 연루자일 경우, 미국 등 앞서가는 나라 국민들은 물론, 국내 동포들도 ‘언론의 역할’을 알기에 큰 덩어리인 언론 앞에 양심상 고개를 숙이는 반면 엘에이(L.A.)나 뉴욕, 시카고 같은 큰 도시 이외의 작은 재미 동포사회에서는 언론인들이 평소 잘 아는 좁은 사회라 앙심을 품고 보도기관에 보복할 생각을 한다는 것은 외부 세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일 것이다.
필자와 가까운 친구의 부인은 어느 날 필자의 아내에게 “이곳 한인사회를 위해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꼭 달아야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우리와 친한 댁의 남편이 욕먹지 말고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대신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하더란다. (계속) kajhck@naver.com 김현철(플로리다자연치유연구원장) < 873/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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