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가난에 대한 진정한 보복은 베푸는데 있다. 

지난주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배우 고두심이 출연한 “힐링캠프”라는 프로를 보았다.
그러나 “국민 어머니”라는 대명사가 붙을 만큼 김회장 댁의 맏며느리로써 연속극 “전원일기” 시절의 그 고두심은 아니었다.
이경규와 김제동의 익살스런 질문을 거침없이 받아치던 촬영장에서의 몸차림부터다. 몸배차림이 아닌 다른 이미지의 고두심이다.
고급정장 보다 훨씬 비싸게 보이는 명품 케쥬얼 복장에 얼굴에도 비싼 돈을 들여 도로공사를 한 흔적이 보이는 자연미가 아닌 인공미로 가득 포장한 화려한 변신(變身)이다.

이런저런 대화중 정치권으로부터의 러브콜(출마교섭)이 있었다면서 그 정당을 상대로 물었단다. 국회의원이 월급이 얼마냐고? 그래서 그 월급으로는 살 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그녀의 이어지는 말은 꼭 돈 문제 뿐은 아니다.
연예인들이 인기를 믿고 너도 나도 정치권으로 들어서면 정치를 전공한 사람들은 뭐냐는 뼈있는 소리다.

정치 정(政)자도 모르면서 노가다판(정주영)과 딴따라판(강부자 이주일 등등)의 수준이하의 의기투합으로 금배지를 똥배지로 만들었던 사람들이나 동료 연예인들에게는 귀감이 될 말임에 틀림없다.
인기와 돈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지만 고두심의 돈타령은 조금 다른 차원에서의 얘기였지만 암튼 돈을 떠나지는 못했다. 그리고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의 상호를 들고 나온 어느 소주회사는 광고용 모델로 소위 아시아 최고 섹시걸로 불리었던 이효리를 내세웠다. 그리고 그 광고는 국내외를 통털어 전파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런데 하루는 여고생 교복으로 둔갑한 이효리가 술병을 흔드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닌데, 초심(처음처럼)을 잃었구나 하고 실망했다. 그 후로는 여론의 지탄이 있었는지 교복차림의 술 선전은 없어졌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일수록 스포츠나 연예스타의 광고는 빠른 속도로 받아드려지는 파급효과가 있다는데서 문제는 심각하다. 그리고 김연아다. 그녀의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심으로 뭉친 야무진 꿈은 끝내 세계 빙상계를 석권하는 여왕으로 등극했다. 올림픽 시상대에서 애국가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되는 순간 흘리던 그 진한 눈물 앞에 국민 모두가 함께 울었음은 물론이다.
그 김연아가 최근 맥주회사의 광고모델이 되어 맥주 캔을 들고 흔드는 장면이 나왔다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돈 앞에서는 다 무너지는 그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단연 김연아다. 그래서 그걸 보고도 별 반응이 없는 국민들의 “한심한 침묵”을 깨고 나온 이들이 있다. 일단의 의료기관이 “국민스포츠 스타가 나서서 술을 권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묵직한 타이틀을 걸고 성토하기 시작했다.

OECD국가 중 고위험 음주율 1위라는 세계보건기구의 지난해 발표다.
그런 나라에서 인기스포츠스타가 나서서 술 광고로 청소년들을 유혹하다니 말이다. 선진국에서는 담배 주류광고의 스포츠행사 마케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물론 스포츠행사나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여하한 마케팅도 선진국에서는 어림없다. 맥주와 와인의 나라인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주류광고 일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삼다도의 한 해변가에서 별 볼일 없는 가정에서 태어난 고두심이나 동래 이발소 집에서 태어나 여섯 가족이 한 방 속에서 살며 천덕꾸러기 딸로 자란 이효리나 별로 부유하지 않는 가정에서 태어난 걸로 아는 김연아나 모두의 공통점이 있다면 지난날에 있었던 가난에 대한 보복을 돈을 버는 것으로 앙갚음한다는 절제를 모르는 속물들이라는데 있다. 그들에게 전해줄 적정한 말이 있는데 불러오려니 좀 가물거린다.
억수로 저장되어있는 나의 컴퓨터지만 골동품 수준에 드는 73년째 되는 연륜탓인지 “불러오기”가 전에 같지 않다. 그래서 제대로 된 “불러오기”인지 몰라도 감리교 창시자 요한 웨슬리 목사가 했던 말이 아닌가 싶다.
“가난에 대한 진정한 보복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베푸는 것”이라던 그 명언(名言)의 출처 말이다. <839/0711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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