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김 구라에게만 돌을 던져서야……”

<김원동칼럼> “김 구라에게만 돌을 던져서야……” 

10년 전 무명 시절 어느 인터넷 방송에서 정신대 할머니들을 자극한 MC 김 구라의 발언이 새삼스레 떠오르자 그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방송에서 재빨리 하차했다.
그런가하면 김구라만을 향한 돌팔매 짓을 막고 나오는 사람도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그 발언의 사실을 아는 이도 많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터 져 나온 배경에는 최근 치렀던 총선이 있다.
새누리당이 집중공격 했던 막말꾼 김용민을 김구라가 최근 지원했기에 소위 괴씸죄에 걸렸다.
그래 서 어느 특정 진영에서 재빨리 서둘러 흘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무슨 의도였건 까발린 측을 탓할 의사는 추호도 없다.
단 선거철이 아니었을 때 폭로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데서 해보는 말이다..

구라의 동료 정 찬이라는 배우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 까지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인가? 라며 살인자에게도 공소시효는 있는데 연예인에게는 시효도 없는가? 라고 반문하면서 죽은 친동생의 부인인 제수씨를 성추행하고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형태 같은 인간보다 김구라가 더 잔인무도한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예인에게 들이대는 대중의 도덕성 잣대를 형평성에 맞게 정치인들에게도 들이밀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반대로 차제에 막말풍토를 청소하자는 글들도 수없이 뜬다.
맞는 말이다. 필자도 동의한다.
그리고 4.11총선의 부산물로 막말추방이 일어났다는데 이유 없이 환영하는 편이다.
그러나 김구라의 실언에 대한 발설 타이밍이나 배경에 대한 진의(眞意)보다는 막말의 퇴출을 요구하는 왁자지껄한 와중에 여류 방송인 김미화의 트위터를 통한 용서의 미학은 그것대로 돋보이는데도 있다.
무명시절에 먹고 살려고 무의식중에 나온 실언에 대한 너그러움의 요구만이 아니다.
피해 당사자들인 그 할머니들은 우리들의 할머니이자 어머니들이라면서 했던 말이다.
그 할머니들 단체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녀는 사전에 할머니들과 김구라에 대한 용서에 관해 교감이 있었다는 말도 흘린다.
“구라야 은퇴하지 말고 나랑 손 잡고 할머니들을 찾아가자 할머니는 어머니고 어머니는 아들의 허물을 다 용서해 주신다”면서 가서 무릎 꿇고 빌자는 설득이다.
그러면서 “노구를 이끌고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할머니들이 몇 십년을 외쳐대도 해결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인데 너에게만 돌을 던질 이유는 없다”는 그녀의 이유 있는 항변이다.
잘못했으면 물론 벌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용서와 함께 회개하고 죄를 짖기 전보다 한결 나라를 그리고 이웃과 가족을 더 사랑하며 죄값을 치르는 사례도 본다.
그리고 주일마다 교회에서 듣는 값진 소리이기도 하다. 어머님과 용서에 대한 글을 치면서 한마디 첨언(添言)해 본다.

강원도와 인접한 낙동강상류인 경북의 어느 산간벽지 같은 조그마한 시골마을, 서로가 그곳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동래 초등학교를 함께 나온 선배 한 분이 이곳에 계신다.
그 학교 동창생은 40년을 두고 찾아봐도 없다. 우리 둘뿐이다.
고향에 대한 애착심이 유난히도 강한 그 선배님 역시 김미화의 말처럼 고향은 어머니 가슴 같은 곳이라며 그래서 고향과 어머님은 뭐든지 용서하고 감싸주신다고 늘 말씀하신다.
올해 83세인 그 선배는 의학박사로 의대교수와 내과전문의로 동포사회에 기여도도 만만찮은 분이시다.
그 선배님이 최근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 생명 속에 사시면서 죽고 나서 장례식이 무슨 의미 있느냐며 살아생전 만나서 송별식을 갖고 싶다는 말씀이 활자화되면서 이 땅 토론토 동포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필자가 긴 세월 그 어려운 신문을 할 때도 뜻을 굽히지 말라며 물심양면으로 아낌없이 도와주시던 이 땅에 단 한 분밖에 없는 선배님이시다.
그런데 먼저 배웅해야할 차례가 온듯하니 허전한 마음뿐이다. 그리고 이제 외톨이가 된다는 데서 한없이 착잡하고 쓸쓸해지기만 하는 달리 달랠 수 없는 그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더 어떻게 쓰랴 싶은 심정에서 컴퓨터의 전원을 끄며 말없이 노트북을 덮는다. <829/04242012>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