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지칠 줄 모르는 “묻지마 헛발질” 

<김원동칼럼> 지칠 줄 모르는 “묻지마 헛발질”
정말 보기에 딱할 정도로 민망한 일이다. 일국의 대통령 부부의 역사인식이 이 정도라면 말문이 막힌다는 표현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지난 3월 26일 오후에 일어난 일이다. 핵 안보 세계정상회의에 참석한 지도자급 정상들의 부인들 중 14명을 골라 영부인인 김윤옥여사가 만찬장으로 초대한 그 장소 문제다.
국보급문화재들이 즐비한 중앙박물관 유물전시관에서 감히 먹고 마시며 놀아난 사건이다. 어떤 소리나 색깔이나 습도나 빛에도 유물에 악영향이 끼칠까봐 심지어 냉수 한 컵도 지참하고 들어갈 수 없는 박물관 유물전시실에서 때아닌 난장판이 벌어졌다.
서해안 꽃게습과 한우 등심구이가 왔다 갔다 하는 먹자판 와중에서 카메라맨들의 후레쉬 세례속에 미소를 머금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김여사의 역사인식에 대한 무지와 천박함이야말로 단연 그곳에 전시된 유물처럼 아니 그 이상의 국보급 망신이라는 비판성 찬사(?)가 쏟아져 나온다.
물론 영부인 김여사로서도 할 말이 있을지 모른다. 나만 그랬나 남편 이 대통령도 G20정상회의 때 일부 국빈들을 데리고 놀았다는 변명 일 테다. 그리고 “내가 어디 고려청자에 꽃꽂이를 했나 청자 속에 오이소박이를 넣고 들고 다닌 적이 있나 경복궁에 이부자리를 펴고 잠자리를 마련해 준 것도 아닌데 그까짓 역사가 뭐 대수냐”면서 별꼴 다 본다며 그녀의 수준답게 되받아 칠지 모른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찬을 연 이들 이 대통령부부를 두고 천생연분의 커플이라며 부창부수의 롤 모델로 꼽았다는 댓글이 나오는가하면 대영제국 중앙박물관에서 수상부부에 의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국민들의 격렬한 돌팔매질 속에 정권이 퇴진했을 것이라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그리고 고명한 역사학자이며 서울시문화재 위원인 전우용 교수는 한마디로 “미쳤다”며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청와대측의 압력이라 해도 무조건 굽신거리며 장소를 빌려준 역사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을 한 박물관장이나 주최자인 영부인은 물론 그 황당하고 기막힌 모습을 보고도 비판의 글 한 줄 없이 자랑삼아 무조건 추켜세워 준 언론이나 모두가 “미쳤다”는 말 이상 표현할 길이 없다는 탄식이다.

그런가하면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사용했다는 영부인의 말에 참 좋은 구경했다며 떠들 수 있는 그 또래 수준의 다른 정상부인의 귀국 후 자랑삼아 한마디한다면 도대체 어느 후진국에가서 보고 느낀 것이냐며 그런 문화자랑 차원의 국격은 없노라고 할 것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부부보다 유난히도 국격을 높이 쳐드는 대통령 부부가 벌린 국격 떨어뜨리는 처사에 대한 아쉬움에서 하는 말이다.
대통령 부부의 역사인식 그것은 무엇에 비할바 없는 귀중한 일인데도 그렇지 못하니 역사에 관한 한 “묻지마 헛발질”은 계속되고 있다. 역시 일국의 대통령이 되려면 역사의 인식차원에서도 적어도 그 나라에서 출생한 사람이어야 한다. 꼭 MB가 오사카 태생이라서 하는 말만은 아니라 치더라도 …….. <826/0404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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