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동장군 행방불명, 실종된 눈나라의 낭만

<김원동칼럼> 동장군 행방불명, 실종된 눈나라의 낭만
▲캐나다에서 본 웅장한 나이아가라 폭포의 장관.
▲캐나다에서 본 웅장한 나이아가라 폭포의 장관. 
캐나다 땅에서 종적을 감춘 눈, 정말 오랜만에 일어난 기현상이다.
눈 없는 캐나다 겨울, 이건 영락없이 앙꼬 없는 찐빵 격이다.
스노보드나 스키 장비를 챙기고 캐나다 국민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한 설국의 낭만을 즐길 권리를 하늘이 빼앗아 간지 오래다.
하마나 하마나하고 기다리던 눈의 실종은 동지 이전부터 오늘 우수로 이어지면서 하늘은 좀채 첸지마인을 모른다.
플로리다 탬파에 한파가 몰아쳐 Clear water beach에 썰매가 등장하고 초원을 뒤덮힌 눈으로 올랜도의 골프장들이 폭설로 크로스 사인이 붙은 꼴과 영락없이 닮은꼴이 아니겠는가.
지구 위에서 몇째 가는 최다 적설량으로 기록되는 캐나다 기후의 이변이다.
특히 캐나다 남단 필자가 살고 있는 이곳 토론토가 대표적이다.
이맘때면 거의 겨울방학으로 들어가는 지척에 있는 나이아가라도 무슨 계절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그 명물인 폭포주변의 얼음고드름이 실종된 지 오래다. 한마디로 이럴수가…가 전부다.일기 전문방송을 틀면 연일 오늘에 있었던 역사상 가장 추웠던 날과 더웠던 날이 나온다. 가장 추웠던 기록은 예외없이 영하 섭씨 20도에서 30도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가장 더운 날을 갱신하려는 듯 기록에 가까운 수치로 바짝 근접하고 있는 요즘이다. 한마디로 끝내 준다는 말에 우려의 말도 더러 따른다.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캐나다 중원지대의 내년도 밀 보리 농사도 걱정 중에 하나일지 모른다.
식물원에서는 예년과 달리 때 이르게 벌써 꽃망울이 핀다는 뉴스도 연신 나온다.
아무튼 만나는 사람들마다 더도말고 이대로만 한겨울 지나갔으면 하는 소리를 예사로 한다. 울상이 된 자동차 세차장 업소와 겨울 스포츠용품 상점이나 연일 Sale price로 하향곡선을 그리는 백화점의 방한복을 비롯한 동복 값은 그야말로 똥값으로 곤두박질 치는데도 자기 편하면 된다는 욕심하나로 그들의 울상에는 아랑곳없는 인간의 본성을 들어내기도 하는 아무튼 못 말릴 날씨의 묻지마 일기예보다.
오늘의 화두가 일기에 관한 것이니 필자로서는 지나칠 수 없는 일화가 있다.
한달만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겪어 봤던 별난 체험담이다.

필자는 몇 해 전 어느날 시작이 반이다 하고 깡다구를 부리며 좋다 미주 이민 100주년, 그 후손들은 어떤 모습인가하고 아메리카 대로망을 선언하며 신문사 벤 트럭에 발동을 걸었다. 그리고는 운전석 옆에 집사람을 싣고는 어디로 가느냐는 물음에 가보면 안다면서 토론토를 출발 벤쿠버 샌디에고 플로리다를 연결점으로 찍고 사각형을 그린 뒤 떴다.
그 여행길에서 필자는 춘하추동 4계절을 경험한 특별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에드먼턴과 텍사스의 휴스턴을 생각하면 영락없는 겨울과 여름을 느꼈으며 미국 서부의 센프란시스코 금문교 난간에서 봄의 향취를 맞 보았는가하면 동부 애틀랜타쯤에서는 가을의 풍취를 만끽했으니 말이다. 엔진오일을 무려 3번이나 갈았고 35일간에 총 17,500킬로의 마일레지를 올렸다.
바다가 육지였다면 토론토를 출발하여 서울을 거쳐 판문점을 거처 민족의 영봉 백두산 기슭 어느 지점쯤에서 캠프를 치고 모닥불을 피워놓은 채 마누라와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음치들의 합창일지언정 목청껏 부를 그쯤의 거리도 넘을 것이다.
딴에는 꾀나 먼 거리였기에 그렇겠지만 귀로에 뉴욕을 벗어나 첫 휴게소에서 토론토 도착 8시간쯤을 앞둔 지점에서 나는 피로에 지친 집사람한테 이제 아파트 문안에 온 기분이라고 뻥을 치기도 했다.
그 정도로 먼 여행길이었기에 나온 소리다. 원래 뻥하고는 거리가 먼 성격인데……

역시 날씨와 일맥상통하는 다른 예기다.
겨울이면 나는 항상 탬파에서 걸려오는 후배언론인의 약 올리는 전화를 받는다.
“형님 춥지요”로 시작되는 그의 전화는 항상 “그래 내가 뭐랬어요, 누가 그런 추운데서 살라고 했어요, 내려와서 이 상하의 도시 탬파에서 글이나 쓰면서 더러는 나 따라다니며 월척이나 낚으라고 했잖아요.”하는 꼬득이는 전화가 올 때는 사실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뜰까 말까하고 말이다.

지금까지의 겨울은 그랬다. 그러나 올겨울은 어림도 없다.
플로리다 별것 아닐세, 하고 여기 좀 와보게 얼마나 좋은가 한번 실감해 보라고 맞장구치려도 요즘은 바둑에 바쁜지 월척에 바쁜지 전화가 없다.
플로리다 바다 낚시의 유혹을 사실상 피할 수는 없다.
아무리 영상의 행진인 2월 날씨를 외면하고 가기에는 아쉽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젠 송학노인회 회장임기를 마친 홀가분해진 김중현씨와 함께 꼭두새벽부터 스카이브릿지 위에 낚싯대를 걸어놓고 따끈한 커피향 못지 않게 나눌 값진 대화들 앞에 까짓껏 월척이 문제인가….
탬파의 유혹, 계속 유효기간이다. <821/0222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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