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공짜관광”이 따로 없다

<김원동칼럼> “공짜관광”이 따로 없다
노인들을 상대로 부담 없이 즐기시라며 관광버스에 태운다. 효성 지극한 젊은이들의 친절에 황홀함도 순간 공짜관광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요즘 세상에 공짜가 있을 리 만무지 하고 후회할 때는 이미 늦었다. 손에 들고 있는 가짜 약봉다리들 뿐이다. 만병통치약은 포장지에 적힌 약효와는 정반대의 부작용이고 회춘(回春)은 사춘(死春)으로 안 먹기만 못한 심각한 후유증을 안고 핑크색 꿈은 물거품이 된다. 따지려고 나서면 우선 은박지에 새겨진 회사전화는 불통이고 사무실은 텅 빈 채 오간데 없다. 대한민국 “공짜관광”의 현주소다.
공짜관광이라면 나도 빼놓을 수 없다. 약장수 버스는 안타지만 월요일 오후 7시면 방영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프로는 단연 봐야하는 나야말로 공짜 관광마니아다. 이날만큼은 그 시간대에 어떤 약속도 하지 않고 일찍 귀가한다. 그리고 필자는 한 때 중국을 위시하여 멕시코와 하와이를 돌면서 보고 느낀 것을 신문에 연재한 적이 있다. 그리고 다시 16.500킬로라는 거리의 미국일주를 자동차 여행을 하며 이민 100년 그 후손들의 현주소를 나름대로 적어본 “아메리카 대로망까지”합쳐 “이민100년 그리움 100년”이라는 책자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래서 관광 꽤 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과 멕시코의 이민 100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민역사 탐구라는 거창(?)한 구호를 외치며 딴에는 심혈을 기울이며 돌아보고 기록하느라 관광에 할애한 시간은 별로 였다. 그래서 이젠 홀가분한 차림으로 여행을 위한 여행만을 한번 해보고 싶다 걸어서 가든 타고 가든 나도 “세계 속”으로의 꿈은 변함 없다. 그래서 빛 바랜 세계지도는 늘쌍 끼고 산다.
그건 그렇고 이것도 관광이라 표현해서 될지 모르겠다. 하기사 유식한 분들의 기행문이 아닌 거기 가봤노라 하는 걸 남기는 수준이지만 이것도 관광에 들어갈 성 싶다. 못 보고 못 들은 신기한 사례들을 보고 듣는 것을 관광이라는 테두리 속에 도매금으로 포장하는 결례를 범한다.
어느 특정지역을 방문하면서 그곳의 역사와 풍물과 문화 등을 남들처럼 수준 높게 기록하지 못하는 필자지만 이것도 공짜관광치고는 꽤 괜찮다고 우기고 싶어 해보는 잔소리다.
요즘 대한민국 정치권 돌아가는 구경도 공짜구경치고는 재미에서 공짜관광에 견줄바 아니다. 엄청 재미있다. 약장수들의 위장된 사기성효도관광은 저리가라 정도다.
대통령의 측근 및 친인척비리로부터 죽기 살기로 다투어 터져 나오는 못 말릴 비리행진곡이나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마저 구경거리로서는 저리가라다.
소위 한나라당의 돈 봉투사건은 이보다 더한 추락은 없을 성 싶을 정도의 부정과 비리극의 최후의 막장극을 보여주며 백미를 장식한다.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별의별 설익은 소리들을 보면서 백화제방백가쟁명(百花齊放百家爭鳴)이라는 표현으로 인구에 회자되기도 한다.
2012년 새해는 오랜만에 찾아오는 흑룡의 해다. 그런데 용이라면 상징되듯 승천(昇天)하는 흑룡(黑龍)이 아닌 초장부터 곤두박질치며 참혹하게 추락하는 흑룡의 해로 시작이다.
크게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다. 대한민국이 그나마 지켜지느냐 와 종북 세력들에게 먹히느냐하는 엄청 중요한 해에 용은 추락하는 꼴이니 어쩜 좋은가! 게다가 새해벽두부터 비대위원 김종인이라는 헷갈리는 사람은 “보수”라는 말을 당의 강령에서 빼자고 한다. 이념적인 용어는 불편하다며 좌로 가자는 듯 소름끼치는 신호가 전과자인 그 정치약장사의 입에서 나온다.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르고 그나마 지탱해온 보수인데 말이다. 망가지고 헝클어졌지만 다시 추수려서 적전 분열 속에 사분오열된 당이지만 이제라도 건져야 할 판에 그나마 지켜야 할 보수의 가치와 이념을 송두리째 김정은 기쁨조들에게 바치자는 위험천만한 소리까지 나오는 될 대로 되고 갈대로 가보자는 식의 무서운 구경거리다.
한국판 후쿠시마 쓰나미가 여의도를 삼키려 휘몰아쳐 오는 듯하다. 엄청난 파고와 함께… 라는 정치권 일기예보다. 굉장한 구경거리가 될 판이다. 지구상 어디에 이만한 공짜구경 거리가 또 있을까 싶어 혼자 내뱉어 보는 소리다. “공짜관광” 따로 없다니까….. <815/0111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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