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고문, 그거 하나님도 못 견뎌요”

<김원동칼럼> 고문, 그거 하나님도 못 견뎌요”
12월 30일 새벽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통하던 김근태씨가 6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서울대 재학 중이던 70년대 초 내란음모사건으로 수배령이 내린 후 장장 20여년의 세월을 그는 도피, 체포, 구금, 고문이라는 힘든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는 박종철이 물 고문 끝에 숨을 거둔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는 악명 높은 인간도살장에서 수 없는 전기고문 물고문으로 그의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으며 결국 그때 그 고문의 후유증으로 얻은 파킨슨병인가하는 병마에 시달리게 된 것이 화근이 되어 여타 합병증을 불러 들여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한국 민주화 운동의 기수이자 대부라고 불리기도 한 민주화 운동을 통한 한시대의 획을 그은 장본인이다.
그래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수많은 발걸음들이 빈소로 향하고 있으며 명복을 빌고 유족을 위로하는 모습이 하루 종일 화면을 떠나지 않는 한해를 마감하는 날이다.
물론 김근태를 외치며 애도하는 물결 속에서 비판의 글도 따른다.
그는 죽는 날까지 폭압정치라는 압제의 그늘에서 고문이상으로 아픈 과정이랄 수 있는 텅 빈 창자를 움켜쥐고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 살아생전 아니 죽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북한의 자유와 민주화를 외쳐본 적이 없는 남한의 독재만 거부하는 반쪽짜리 민주화인사라는 네티즌들에 의한 뒷말이다.

남한의 독재는 내가 조지고 깔 터이니 북한민주화는 딴 사람들이 알아서 하라는 “따로국밥식 민주화 운동”은 안 된다면서 남북 공히 깔 것은 까야만 분단국가에서의 참된 민주화인사라는 일견 그럴듯한 평가도 나오지만 글쎄다. 그 타이밍에 적절한가 하는 데서다. 우선은 군소리에 앞서 고인의 명복을 빌 때라는 생각이다.

“고문”이라는 말이 나오니 나의 뇌리에 꽤 오래 진하게 각인되어 있는 어느 사건이 있다. 지금도 데모현장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노익장을 과시하는 재야세력 중에 한분 백기완씨다.
전두환 정권시절, “통일벽돌쌓기운동”의 일환으로 북미지역을 순회하는 과정에서 이곳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한인상가의 어느 식당 2층에서 이곳의 몇몇 소위 민주인사들과 모임을 가진 후 필자와 둘이서 따로 얘기할 시간에서다.
“일제에 항거한 상해임시정부가 있었듯이 전두환과 싸우기 위해 저와 함께 이곳에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만듭시다”라는 필자의 황당한 제언에 “그거 말이 되네, 말이 돼”라고 하면서 해어졌다.
그런데 이틀 후 귀국을 앞둔 날 LA에서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사장 엊그제 했던 말(임시정부 건)없었던 걸로 하고 지나갑시다”라는 전갈이다.
내가 두 사람간에 있었던 말을 기사화 할까봐 지레 겁을 먹은 투다. 천하의 백기완이 말이다. 이어지는 말 “고문, 그거 하나님도 못 견뎌요”라는 소리다. 그의 요구대로 없던 것으로 하고 말았다.

그리고 한참 후 어느 날이었다. 5공 청산문제에서 전두환에 대한 공소시효문제로 방송대담프로에 나왔던 백기완 선생은 “피해자에게는 고문후유증으로 쉼 없는 고통이 이어지는데, 가해자에는 어떻게 범죄가 마감되는 시효가 있을 수 있냐”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오늘의 화두가 “고문”이었던지라 그런가, 백기완선생의 모습이 강하게 떠올라 해본 말이다.

그리고 김근태씨의 죽음을 계기로 적잖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나오듯이 분단의 한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와 닿을 수 있는 민주화인사라는 진정한 모습은 남북을 함께 민주화를 외쳐야 한다는 충고를 귀담아 듣는다.
물론 필자는 남쪽을 비판할 때 북쪽도 예외없이 건드렸다.
청와대를 비판할 때는 주석궁도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에서 해왔다.
어느 한쪽만을 위한 민주화가 아닌 남북 공히 민주화를 외치는 대열에 들려고 늘 노력했다. 남들이 말하는 민주화니 민주인사니 하는 반열에야 감히 접근도 못할 위치의 턱없이 부족한 나지만 지금부터라도 남 북 따로라는 “따로국밥 언론인”이 되지 않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해 보려한다.

그리고 지난 한 해 필자의 아는 것 없고 미숙한 언론관 탓에 독자들의 생각과는 다른 애매하고 잘못된 표현으로 만의 일 마음 상하신 독자가 계신다면 새해 아침을 맞아 넓으신 도량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에 가내 두루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기원합니다.
임진년 새해 아침 김 원동 올림
kwd70@hotmail.com <814/0104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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