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이건 또 뭐꼬?”
▲호텔 직원 성폭행 미수 혐의로 체포된 국제통화기금(IMF) 스트로스칸 총재가 지난 19일 뉴욕주 대법원에 초췌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글로벌경제의 파수꾼, 글로벌 경제의 소방수라고 자처하는 소위 IMF. 그런 슬로건에 걸맞게 그들의 위력은 한마디로 난폭한 수준이다. 빚 다 갚을 때까지는 별수 없다.
“없는게 죄고 빚진게 죄”라는 한숨밖엔. 더 나올 건덕지가 없다.
국제통화기금의 긴급지원을 담보로 그들의 요구는 끔찍하다 못해 신탁통치 수준이다.
사체를 빌려주는 조폭들이 거는 조건과 유사한 그들은 말이 좋아 구제금융이지 국제금융마피아에 다름 아니다.
지난날 IMF사태를 맞았던 한국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한국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전면 개입한 그들의 횡포 말이다. IMF 파견관이 고급호텔 특실에 들어앉자 경제관련 장관들을 호출하는 건 예사요. 대통령 주재의 국무회의를 모니터링하고 어떤 아젠다를 두고는 국무회의 연장까지 지시하는 정말 식민지도 그런 식민지가 없었다.
정부 구조조정을 취하면서 대한민국 해외공관의 수를 자기네 맘대로 축소하고 주재국에서 철수시키는 파워까지 과시했다.
그렇듯 저들 돈을 썼거나 저들 보기에 만만한 상대들에게는 어떤 횡포도 통하는 줄 알았던 그 단체의 하물며 그들의 수괴였던 총재라는 자에게 무슨 두려움인들 있었겠는가.
그래서 IMF 총재인 스트로스 칸이라는 인간이 욕실에서 나체바람으로 나와 때마침 방 청소를 하러 들어온 호텔종업원을 붙들고 오랄섹스를 시도하다가 침실로 끌고 가 강간을 하려했으나 구제금융을 빌려쓴 나라의 사람이 아닌 탓인가 여인의 반항에 결국 성폭행 미수범으로 쇠 발찌를 차고 무장경비원의 감시 속에 살아야하는 가택연금 수순에 들어갔다.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보석은 취소되고 법정구속에 이은 싸늘한 감방으로 기어 들어가야 한다.
그때는 62세인 그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그에게는 종신징역이나 다를 바 없는 약25년의 징역형이 내려질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주요 경제관련 장관직을 두루 섭렵한 후 대망의 국제금융마피아의 총재가 되었는가하면 차기프랑스 대선에서도 여론 조사상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그다.
현직대통령 사라코치에 앞서는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세계의 중심도시인 뉴욕 한복판에서 백주에 벌린 지랄발광 극으로 끝내 성범죄자라는 낙인 속에 영원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 사건을 보면서 느낀 점이다. 미국 공권력의 위력이다.
특히 파출소 기물을 예사로 파괴하면서 경찰에 폭행을 가하는데도 있으나 마나 한 권총을 찬 채 의자를 들고 대항하던 순경이 끝내 파출소 밖으로 달아나는 풍경을 본 공권력부재의 어느 후진국의 한심한 작태를 보기 싫어도 늘 보아 오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오기에 더욱 그렇다.
어디 그 뿐인가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되는 쇠고기 수입을 가지고 광화문 네거리를 점거하며 몇 달 동안 깽판을 부리는 정부와 이념을 달리하는 집단의 횡포 앞에서도 공권력 발동은커녕 찍소리 못 한 채 숨을 죽이던 그 초라한 모습. 미국이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도 장님 같은 공권력으로 대했다가는 오늘의 미국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호텔청소부인 그 피해여성의 신고를 접한 뉴욕경찰의 민첩한 기동력을 보고 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그 법집행 과정이다.
호텔을 뛰쳐나와 허둥지둥 케네디 공항으로 달려가 에어프랑스 일등석에 몸을 싣고 출국하려던 그 성범죄 자를 긴밀한 연락망을 통해 출국 10분전에 체포해 수갑을 채워 뉴욕경찰청으로 끌고 오는 기민한 모습이다.
그리고 600만 달러의 보석금에 성전과자들의 훈장인 발찌를 찬 채 24시간 무장경관의 감시 속에 다음 재판기일까지 지낸다는 조건으로 보석이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관용”을 베풀어 달라는 프랑스 측 요구에 미국은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며 예외는 없다면서 “정의”를 앞세우며 법 대로를 외치는 엄격한 법의 잣대로 일관한다. 정말 모 처럼만에 보는 미국다운 멋진 모습이다.
광주일고 출신 금융마피아들이 부산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날 강도짓을 하는 최근 터져 나온 저축은행 사건이 실린 신문을 들고 “이게 뭐꼬?”라고 흥분하던 엘리트 출신 부산노인 A씨의 표정이 생각난다.
저축은행 사건과는 또 다른 이번 국제금융마피아 두목의 뉴욕 한복판에서 백주에 벌어진 이 발광 극을 돋보기 너머로 보면서 그가 할 말에 먼저 짐작이 간다.
틀림없이 “어이 김사장 이건 또 뭐꼬?”라 하겠지…….(kwd70@hotmail.com) <783/2011-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