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반갑다 친구야”

▲한겨레저널 창간2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맡은 (좌로부터) 정채환 미주신문인협회 회장,김원동 필자,김현철 전 한겨레저널 발행인

<김원동칼럼> “반갑다 친구야”

3시간의 비행 중에도, 공항 출국장을 나온 귀로의 아스팔트 위에서도 나는 반세기만에 만난 전우와의 해후(邂逅)로 가득 찬 탬파에서의 필름이 끊어지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노병(老兵)은 사라지지 않았고 살아서 만났으며 반세기 전으로 돌아간 추억담을 나누며 사라소다 해변을 거닐었다.
50년 전 모슬포 공군기지에서 보던 태평양바다와 흡사한 그 바닷가의 모래사장을 걸으며 끝없이 이어지던 추억의 산책길은 탬파 체류 6박7일간의 기간 중 단연 압권으로 해후(邂逅)라는 문구가 갖는 만만찮은 매력에 취한 하루였다.
미국과 캐나다에 헤어져 살면서도 모르고 살았던 우리, 더러는 플로리다 땅을 오가면서도 바람처럼 그냥 스쳐 지나갔던 우리다.
다행히 “김원동 칼럼”이라는 제목에서 혹시 내가 아닌가 느끼고 있던 그가 먼저 50년전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신문사로 문의한 결과 필자가 공군 출신이 맞다는 말에 용기를 내고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만났으며 이승봉 발행인의 번뜩이는 기지(機智)로 “반갑다 친구야”라는 우리 둘 만의 오붓한 프로그램은 이루어졌다.
지난달 23일 크라운 프라자호텔 볼륨에서다. 한겨레저널 창간 20주년 축사를 마치고 기념식 단상에서 헤드테이블로 내려오는 순간 “선배님 접니다 저”라는 말로 우리는 반세기전의 전우의 모습을 확인하고 노병의 해후는 이루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이른 아침 호텔 정문에서 그와 만났다. 그리고 차안에서부터 우리는 반세기전 그 날 병영생활의 추억담으로 화제의 꽃을 피웠다.
특히 하늘이 내린 재앙으로 불리던 59년 9월의 사라호 태풍~ 영화 허리케인의 한 장면을 연상하기에 족한 그 날 미 공군 전사상 유례가 없던 레이더 안테나가 사라호 강풍에 쓰러지면서 대한민국 남단 영역방어에 구멍이 뚫렸다.
초비상상황의 그날 그 순간 그는 낮 근무를 마치고 내려올 시간이었고 나는 바로 근무 교대 차 올라가려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움직이지 못했다.
우리를 교대시켜줄 차량이나 근무자가 살인적인 태풍의 위력 속에 파묻혀 문밖출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숙소가 바람에 휘청거리던 그 날의 추억담을 되새기면서 숱한 이야기 속에 우리는 또 한번의 만남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반갑다 친구야!
그리고 다음날로 이어진 또 한분의 소중한 만남! 김중현 노인회장의 만남이다.
그 역시 초면이자 동년배인 필자에게 부인과 함께 과분할 정도의 예의를 갖추어 필자를 곤혹하게 만들었다.
통성명을 하고 명함에 적힌 서로의 이름을 보며 우리는 바로 같은 핏줄의 안동 김가(安東金家) 후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내가 한 항렬 위라는 사실에 그분 부부의 입에서는 내가 주체하기 힘든 “집안 어르신”이라는 표현이 간혹 나왔다.
지남철처럼 달라붙던 그 강한 흡인력에 말려들면서 가문에 대한 이야기로 플로리다의 밤을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낮 그 역시 자신이 즐겨 찾는다는 플로리다의 명물인 선사인 스카이 브릿지 옆에 있는 낚시명소를 찾아 따끈한 한잔의 커피 향을 음미하며 적잖은 시간을 보내면서 수평선의 노을이 지는 순간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던 일이다.
그리고 호텔축하행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필자를 찾아와 열렬한 팬이라며 예쁘장한 노트를 펼치면서 싸인을 요구하며 기념촬영과 함께 가벼운 대화도 나누었던 올랜도에서 오신 어느 부인의 모습도 오늘따라 유난히 강하게 떠오른다.
한겨레저널 외에도 미국전역을 커버하는 다른 매체에 나오는 필자의 글까지 꼬박 모아 스크랩해두고 있다는 아리따운 미명(未名)의 여인! 결례가 될듯해 가벼운 포옹도 못했던 가난한 용기가 아쉬움으로 변해 온다.
행운의 여신이 나와 함께 했던 플로리다 여행길!
그래 또 가야지,
백번을 보아도 들어도 반가울 그분들의 얼굴과 정겨운 음성들이 벌써 그립다. 감동 그 자체다.
참으로 감회가 깊은 만남이었기에 그렇겠지…..
호텔 창에 와 닿던 미풍(微風)에 휘적거리던 야자수 나무와 함께 세분의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 오버랩 되어 온다. (kwd70@hotmail.com) <770/201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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