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하나님아버지 그 때 어디 계셨습니까! 

<김원동칼럼> 하나님아버지 그 때 어디 계셨습니까! 

▲노동자 유홍준씨를 폭행하고‘맷값’이라고돈을 준 최철원 전 M&M 대표(우측)와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믿기지 않는 구타 사건' 화면. 노동자 유씨는 입안도 터져 피가 흐르고 있다.(하단)

▲노동자 유홍준씨를 폭행하고‘맷값’이라고돈을 준 최철원 전 M&M 대표(우측)와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믿기지 않는 구타 사건’ 화면. 노동자 유씨는 입안도 터져 피가 흐르고 있다.(하단)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한 대에 100만원씩 계산해 일시불로 지급한 후 뒷풀이로 아구통을 돌린 값은 외상으로 남겼다.”
“눈물의 연평도”가 왼 종일 울려 퍼지고 있는 와중에 비집고 나온 어느 화물노동자에 대한 재벌2세의 맷값 기사 내용중에 하나다.
SK그룹의 재벌2세인 최철원이 가해자(加害者)고 화물운송노동자 유홍준씨가 피해자다.
노동승계에 제외된 채 일인시위로 항의하자, 해결하자며 사무실로 불러 해결책으로 5천만원에 탱크로리를 인수하며 그 돈은 피해자의 통장으로 입금했다.
그리고 나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온 40대의 재벌2세는 50대의 유씨를 향해 손 좀 보겠다면서 일방적으로 한방에 100만원이라며 20대를 후리쳤다.
실신상태로 매타작을 한 후 2천만원을 맷값이라고 지불하고는 이어 뒷풀이로 아구통을 돌렸다.
아구통 돌린 값은 외상으로 남긴 채 악마는 자리를 떴다. 한화그룹 총수 김승연이 자식을 구타한 술집종업원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돈으로 해결하려 했듯이 재벌들에게는 선폭행 후지불로 돈이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듯하다.
달포 전, 사건 발생 직후 종로경찰서는 피해자의 고발로 조사를 하는 척 했으나 가해자인 재벌2세는 소환도 하지 않은 채 사건자체를 묵살하고 말았다는 사실도 함께 터져 나왔다.
가해자가 재벌이라는 데서 공권력은 무의미했다. 유씨는 병석에 어머님이나 군에 있는 아들이 알까봐 차일피일 미루다 변호사를 선임 고소하면서 이 기막힌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사건이 기사화 된 다음날 SBS의 “괜찮아 아빠 딸”이라는 연속극(2회)에서 역시 어느 돈 많은 로펌 후계자가 한 여자를 유혹하려 했던 과정에 차질을 빚게 한 사람에게 보복으로 4백만원을 주겠다고 선언하며 폭행을 했다.
돈다발을 머리위에 뿌리며 폭행하는 장면이 있다 해서 확인 차 그 화면을 봤다.
전후 스토리는 관심 없고 열어본 짤막한 순간에서도 기막힌 대사가 나온다. “이놈아 한 장도 남기지 말고 다 주워”라며 골프채로 쥐어박는 말에 화면을 끄고 말았다.
한국에서는 가진 자들이 없는 자들에게 폭행의 댓가를 돈으로 치루면 된다는 그런 인식하에 재벌들에 의해 예사로 일어나는 사건인 듯하다.
지난 1일 LA타임즈는 <세계면> 머리기사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한국사회에서는 재벌들에 대한 서민들의 반감이 더 커졌다”면서 “한국에서 서민들은 오래 동안 아무렇게나 취급당해 왔다”는 내용이다.
뉴스가 터지자마자 최철원을 즉각 구속하고 중형에 처해 달라는 청원운동은 네티즌들에 의해 삽시간에 3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새우면서 우리들도 돈을 모아 맷값을 정하고 최철원을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패자는 내용의 댓글도 떴다.
노동자의 육신이 무슨 “따로국밥”인가 맷값 현금결제를 엉덩이 따로 아구통 따로 인가.
그리고 정치권도 따로 국밥이다. 진보정당이나 양대 노총은 격한 성명을 내는데 한나라당 민주당 등은 이 문제에 철저히 침묵을 지킨다.
재벌들이 저지른 악행에는 항상 관대한 그들이고 보면 재벌들의 폭행사건은 근절될 희망이 없는 나라다. 폭행 같은 것이 아닌 부(富)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기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 땅의 재벌문화를 보면서 지구상에서 처음 있을 법한 한국 땅에서 일어난 이번 재벌의 맷값 사건을 보며 한없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오늘 주일예배를 끝내고 귀가 길의 차중에서다. 항상 약한 자 편에 서 계시던 주님 그때 그 자리에 왜 계시지 않았습니까 하고 질문했다.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가 있고 붉은 십자가의 네온이 불야성을 이루는 서울에서 일어났던, 돈으로 노동자의 생 살점을 뜯어내던 그 기막히게 가혹한 현장을 외면하시게 된 특별한 용건이라도 있으셨습니까?. 그렇게 바쁘셨습니까?. 하나님아버지 그 때 어디 계셨습니까!. (kwd70@hotmail.com) <763/201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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