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엄마 창피해 죽겠어” 

<김원동칼럼> “엄마 창피해 죽겠어” 

필자가 살고 있는 이곳 토론토는 현지인들을 상대로 하는 편의점이 생업의 주종을 이루고 있기에 무슨 망신살이 뻗쳤다면 현지주민들을 상대로 얼굴을 들 수 없는 일이 종종 있다.
잊을만하면 한번씩 “보신탕”파동도 뜨면서 동물애호가들과 주류언론들이 방방 뛴다.
동물애호가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토론토 총영사관으로 들어갔다.
뒷짐을 진 채 유리창 밖으로 데모현장을 주시하고 있던 총영사에게 “왜들 저래요”라고 물었더니 “글세 말입니다. (개고기)먹어보지도 못한 주제에…” 먹어봤으면 고기 맛에 반해 저러지는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의 토를 단다. 개고기를 못 먹는 필자로서는 공감할 수 없기에 그냥 나오고 말았다. 그런 날도 아침저녁으로 현지인들의 고객을 수 없이 대해야 하는 편의점 주인들은 가시방석 같은 케쉬대 위에서 하루종일 손님들의 조롱을 겪어야 했다.

한 도시에 한 특정민족이 편의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례는 해외동포사회에서 토론토가 유일하다.
한인 인구면에서 거의 10배의 규모에 달하는 LA같은 곳에서는 성매매 탈선유학사례 원정출산 등 국가망신사건이 수 없이 터지지만 한인끼리 모여 사는 동래라는 점에서 큰문제로 부각되지도 않는다.
현지인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엔 좀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한국인이 아닌 현지인을 고객으로 하는 편의점이 생업의 주를 이루는 이곳과는 다르다.

또 최근에는 개고기에 버금가는 어느 교회의 집단성추문사건으로 또 한 차례 시끄럽다.
이 나라 주류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의 방송사들까지 와서 “그것이” “알고 싶다”며 다투어 특종을 터뜨리는 대상지역이 하필 필자가 사는 토론토다.

그뿐이면 좋겠는데 또 그게 아니다. 아주 최근에는 천만달러가 넘는 남의 당첨복권을 당첨자 몰래 바꿔치기 한 후 슬쩍 해 먹은게 들통이 났다.
용의자가 아시안계라고 하더니 또 한국인이라며 친절하게도 아침저녁으로 그것도 뉴스의 첫 순서로 내보내는 친절을 베푼다.
누가 그렇겠어요. 이 나라의 내노라하는 주류방송들이지요. 당국의 끈질긴 수사 끝에 덜미를 잡힌 문제의 한인 편의점 주인의 가족들이 체포 후 법원에 서 있는 장면이 신문지면에 떴으며 용의자의 출생지가 한국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등 주류신문도 열 받고 난리다.
그로 인해 손님들의 조롱에 얼굴을 들 수 없다는 선량한 편의점 주인들의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부분이 고객을 상대로 복권을 팔고 있는 업소들이고 보면 편의점 경영주들의 죄 없이 당하는 고통에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인들 왜 없겠는가.
손님이 꽤나 북적거리는 몫 좋은 코너스토어에서 복권을 파는 친지의 가게를 찾았다.
여느 때 보다 골프 모자를 더 깊숙이 내려쓴 체 대박을 꿈꾸는 수요일 오후의 기나긴 복권행렬 앞에서 말없이 서 있는 그 사람, 그가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 양 말이다.

왜 죄없는 사람을 저렇게 죄인처럼 서 있도록 만드는가. 그리고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운 행운의 대박을 코리언에게 슬쩍 당한 그 진짜 행운의 임자는 코리안을 그리고 코리아를 어떻게 볼까?
남의 행운을 가로챈 그 철면피한 동포는 검은돈으로 3개의 상가건물을 포함한 몇 채의 집과 몇 대의 자동차로 호의호식했다는 후문이다.
선량한 동포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 그 가족들이 불의로 축적한 모든 동산과 부동산은 당국에 의해 한 가족 3명이 동시에 체포되기 전날 이미 압류됐다고 한다.

잠시지만 돈에 관한 한 원 없이 살았던 그들에게 탐욕이 빚어낸 일장춘몽의 막은 내려지고 이제 준엄한 법의 심판만 남았다.
이곳의 큰 회계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딸이 집사람에게 건 전화다. 직장 동료들이 들고 있는 그 문제의 신문 때문에 창피해서 죽겠단다.
“어쩌면 좋아 엄마”라며 울상이란다. 2세들까지 도매금으로 겪어야하는 고통, 정말 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 (kwd70@hotmail.com)  <757/201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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