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한식 세계화운동은 즉각 중단하라

<김원동칼럼> 한식 세계화운동은 즉각 중단하라
▲지난 5월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식 세계화 추진단 발족회의.

▲지난 5월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식 세계화 추진단 발족회의.

그동안 변죽만 울리던 한식세계화 운동이 드디어 1차 투자대상지역으로 뉴욕이 결정되었다는 뉴스다. 100석 자리에 100억 투자라면 만만찮은 예산이다. 드디어 대한민국의 국립식당 제1호가 뉴욕 한복판에 들어서게 되었으며 2차로 LA 그리고 연차적으로 대한민국 국립식당은 북미주 전역의 한인밀집 대도시로 뻗어나갈 모양이다. 영부인을 명예총재로 앉혀 놓았으니 예산을 포함한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나간다.
안되면 말고 식의 국립식당의 미주한인사회 상륙은 기존 동포식당, 그 중에서도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소규모식당들에 미칠 파장은 뻔할 뻔자다. 탤런트 출신 장관의 약육강식의 논리로 밀고 나가는 즉흥적인 아이디어라는 그 졸속행정의 극치를 보면서 하는 말이다.
기존 동포경영식당들과 맛 대결을 펼치자는 건가! 그렇지 않아도 불황으로 몸살을 앓는 미주동포사회다. 뉴욕은 물론 2차 선발지역이라는 해외에서 동포들이 가장 많이 몰려 산다는 LA같은 곳에는 지금 음식재료의 원가도 안 되는 값으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버티면 이긴다는 그 피나는 전쟁 속에 안 되도 상관없고 라며 쳐들어오는 모국 발 국립식당의 출현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한심하고 괘씸하다. 지도에도 없는 700만 재외동포들이 보고(寶庫)라고 외치며 이젠 참정권까지 부여한 시점에 이런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노라니 기가 막힌다. 국립식당 덕분에 꼼짝없이 당(망)하고 말 군소 식당의 업주들의 입에서 나올 말이 무엇일까? 임수경의 말처럼 “나에게 조국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하고 내뱉으며 마지막으로 정들었던 가게문을 잠그겠지! 그래서 이 한식세계화운동이라는 국립식당 설립계획은 무조건 취소해야 옳다는 제언을 하는 바다.
그리고 더 웃기는 것은 세계한인밀집지역으로 파고 들어오는 주제에 한술 더 뜨면서 내뱉는 개그다. “한국표준 조리법 지침서”라며 내놓은 황당한 책자다.
표준조리법이 어디 있는가. 중국 사람들은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면서도 그들의 표준조리법 지침서라는 건 없다. 한국의 중국음식과 호주의 중국음식과 멕시코 중국 음식은 다르다. 세계 속의 모든 중국요리는 현지사정에 맞게 각양각색으로 조리법이 달라진다. 중국 사람들이 뭔지도 모르는 그 자장면을 우리가 중국음식이라고 먹는 것만 해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한식도 세계화에 성공하려면 같은 불고기나 비빔밥에도 현지 사정을 참작 그 나라 국민 입에 맞게 양념이 달라져야한다. 그런데 표준 지침서라니 그 표준을 어기면서 식당운영 하다가는 김포공항 출입국시에 불이익이라도 당한다는 말인가!
뉴욕에서는 이미 한국의 맛을 익히 알린 맛의 전도사들도 많다. 주류언론도 한국 음식 예찬에 많은 지면을 할애 해 주고 있는 터다. 그곳에 느닷없이 기존동포식당들을 상대로 한판 붙자며 국민 혈세를 뿌리는 심보가 도대체 뭔가! 그 100억원의 예산이 있다면 줄도산을 눈앞에 둔 찬바람속의 미주지역 한인식당들을 위해 뭔가 다른 식으로 지원하도록 예산을 전용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주류사회 매스컴을 상대로 한국의 맛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광고를 내어줘도 이 불황에 보통 보탬이 되는 일이 아니다. 꼭 한국음식세계화를 외칠 바에야 또 예산이 확정되어 집행하지 않을 수 없다면 한인식당들이 없고 한국인들이 살지 않는 아프리카나 여타 오지로 쳐들어가는 방법도 있을테니 말이다. 기존 한인식당과 경쟁을 붙으려는 그따위 치매성 발상의 한식세계화운동 추진은 즉각 중단해야 옳다.
(kwd70@hatmail.com) <756/2010-10-13>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