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명품녀(名品女)와 흑진주 3남매
자신을 미국의 억만장자 상속녀 패리스 힐튼에 비교하는 것을 싫어 한다나, 자신이 입고 걸치고 끌고 다니는 의상과 보석 그리고 자동차등 명품으로 치장된 명품녀의 이야기에 한국이 뜨겁다.
된장녀의 극치를 보여 줬다는 네티즌들의 악플로 뎃글 공간이 만원사례다,
부모가 주는 용돈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그 문제의 명품녀인 김경아(24)가 끌고 다니는 핑크빛 명품자동차 벤틀리 컨티넨탈의 가격은 5억원(50만불?)을 호가하며. 최고급 옷과 악세사리만 합해도 4억이 넘는다는 10억짜리 그 명품녀야 말로 움직이는 한국은행이다.
그녀의 기세는 더욱 가관이다. 네티즌들을 향해 씹을테면 씹어라 나는 내일로 릇본가 힐즈(동경의 명품집중 판매거리)로 날아가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한 다음날(8일)은 흑진주 3남매를 두고 견딜 수 없는 생활고에 자살한 흑진주 아버지의 소식이 보도되어 극과 극을 이루었다.
그리고 3년 전 병사한 어머니(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유골함이 안장되어 있는 바로 옆자리에 장례식도 못 치룬 채 한줌의 재가 된 아빠도 그 함께 나란히 했다.
문제는 그날 그 자리에 섰던 3남매의 흑진주들이다. 검정색도 아닌 아무렇게나 걸친 그 어린 상주들은 그러나 울지 않았다. 나란히 한국식 큰절로 아빠의 마지막 길을 조용히 배웅했다.
그리고 하루만에 명품녀를 질타하던 네티즌들의 온도차는 극명하게 나타났다.
한국특유의 지독한 양극화 현상에 쇼크를 받은 듯 흑진주 3남매를 돕자는 온정의 물길로 다시 온라인 을 메꾸었다.
기성복 검은 정장도 한 벌 급히 마련할 수 없었던 남루한 무상속자(녀)들인 그 암담한 남매들의 고통분담을 외치는 온정에서다.
도를 넘은 아버지들의 과도한 딸 사랑이 빚은 장관 딸 특채파동이나 명품녀 파동 속에 한국사회는 한마디로 혼돈 그 자체다.
경제적 뿐 아니다. 모든 면에서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한국에서는 특히 장관 딸 특채로 인한 국민적 공분과 위화감 등,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소외감과 허탈감이 이변을 낳고 있다. 우선 자식들을 상대로 공부만 열심히 하라던 부모들의 말이 이젠 안 먹힌다.
엄마가 공부 열심히 하라면 “엄마 외갓집에 빽 있어?” 아버지가 말하면 친가 쪽에 국회의원이라도 있느냐고 따지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개천에 용 나오던 시대도 갔다. 빽이 없으면 아무리 공부해봤자라는 자식들의 이유 있는 반항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란다.
한세상 빽으로 때우며 행복을 구가하려는 쪽이나 부모덕에 원없이 낭비하며 사는 걸 낙으로 삼는 명품녀나 죽어서의 긴 지옥생활에서 비하면 한없이 짧은 세월이거늘…
흑진주 3남매 때문에 무척이나 가슴아파하던 그 날이다. 인터넷에 뜬 재미있는 기사 하나가 나를 슬픔에서 깨어나게 했다. 지옥에서 만난 김대중과 노무현의 대화 한토막이다.
“무현아 왜 박정희는 여기에 보이지 않느냐”는 말에 “아따 형님 박정희가 왜 여기에 옵니까. 그 양반은 남들이 1000년 걸려야 할 일을 18년 만에 이룩한 사람입니다. 형님처럼 노벨상 타려고 적장(敵將)에게 국민혈세를 몰래 빼돌린 사람이 아닌데 왜 여기 옵니까?”라는 한 토막의 우문현답(愚問賢答)을 보면서 흑진주 남매 때문에 쌓였던 우울하고 힘들었던 하루를 털고 일어났다.
명품녀나 장관 딸이나 전직대통령들의 지옥에서의 대화가 이 땅에서 자라나는 순진한 우리 2세들이 모르고 지나야 할텐데 하는 걱정이다.
미주 한인 동포결집지역에서도 위장도피나 유학생 및 일부 기러기 족들에 의해 강남이니 압구정동이니 하는 말들이 돈다는 건 이미 구문이다. 명품녀라고 왜 없겠는가.
이 또한 제발 우리들의 순진한 2세들의 귀와 눈을 피하고 지나갔으면 싶은 생각에서 해보는 말이다. (kwd70@hotmail.com). <752/201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