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전쟁 꿈, 그건 개꿈 일세

<김원동칼럼> 전쟁 꿈, 그건 개꿈 일세

“전쟁이 났나 봐요, 모두들 피난 간다고 난리고 G20에 참가한 어느 국가대표가 미아리 쪽에서 들리는 포성에 놀라 허겁지겁 우리 집으로 뛰어들며 숨을 곳을 찾더라고요”
“아직 G20회의도 열리지 않았고 아무 곳에도 총성이 울리지 않고 있는데 무슨 전쟁이야” 하고 물었더니 꿈에서 본 일이라기에. 그건 개꿈이라고 했단다. 뭘 좀 아는 사람 같다.
개꿈이 확실하다. DMZ에서 자그마한 국지전이 일어날지는 몰라도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남북한이 임의로 벌릴 수 없는 미국과 중국이 있고 그들이 한반도의 전쟁을 원치 않을 때는 말 전쟁으로 흐지부지 되고 말 일이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거막바지에서 세(勢)불리를 느낀 야당이 내건 슬로건도 가관이다. 유권자를 상대로 “전쟁을 원하느냐 평화를 원하느냐”며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민주당을 찍으라고 외치며 야간 촛불집회까지 여는 또 한번의 깽판을 벌린다. 자신들은 평화를 사랑한다며 천안함 사건을 집권당의 북풍조작으로 몰아붙이며 MB가 안보장사를 한다고 쏘아 댄다.
물론 천안함 사건의 조사발표나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시기 등을 고려해볼 때 북풍조작의 냄새가 풍기는 일면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대통령을 완전 호전(好戰)집단으로 몰아붙이며 아니면 말고 식의 대국민 선동에 과연 얼마나 약효가 설 까는 의문이다.
그들은 안보불감증에 걸린 한국인들의 생리를 한참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정부측의 안보장사에 하도 속아 본 경험도 그러려니와 이젠 안보약장수들 앞에 듣는 척 하는 국민도 없다. 전쟁에 대한 공포로 불안을 느끼며 금사제기 달러사제기 하던 시대도 지난지 오래다.
전쟁 나봤자 재수 없는 놈이나 죽지 별것 아니라는게 핵을 이고 사는 한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다. 전쟁이야 나건 말건 월드컵 16강에 대-한-민-국을 외치며 올인 할 뿐이다.
그리고 소총도 한번 안 들어 본 국가 최고 안보라인들의 단호한 대응이니 철저한 응징이니 하는 전쟁분위기 조성에도 헛 구호로 들린다는 어느 사람은 그들을 향해 “당신들이야 소총도 한번 못 들어 봤지만 자식들이라도 군대에 보내놓고 떠들라며 그렇게 전쟁분위기로 몰고 가려면 유학가 있는 자식들부터 귀국시켜 전선에 내 세우라고 외친다.
특권층 자제들의 조기귀국을 바래는 이분의 꿈도 소박한 개꿈일지 모른다. 유학에서 불러들이는 거나 후방에서 전방으로 보내기 앞서 항시 소지하고 있는 여권, 더러는 영주권신분들인 고관대작 자식들은 전쟁이 나면 국외탈출을 위한 인천공항 행 제1순위일 것이다.
6일 전쟁 때다. 미스유니버셜 대회에 참가한 미스 이스라엘은 모든 대회일정을 취소하고 이스라엘로 돌아갔다. 모국의 전쟁상태에 비하면 미인대회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녀 뿐 아니다. 미국의 수많은 이스라엘청년들의 귀국대열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윤영하 소령 등 몇 사람의 해군장병이 목숨을 잃었던 2002년 6월의 연평해전 때다. 해외에 나가 있다가도 급히 귀국해야할 전시발생 상황에서 그 중대하고 절박한 시각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한민국 대통령은 거꾸로 월드컵 축구관람차 적잖은 식솔들을 거느리고 일본을 향해 전용기로 유유히 날아갔다. 미스이스라엘과 김대중을 두고 비교해 보는 말이다.
그리고 요즘 들어 전쟁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모국 가족들에게 걱정하는 전화를 거는 미주 동포들이 부쩍 많다는 소식이다. 걱정도 팔자다. 그 땅의 대통령이 누구인가 외상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람이다. 외상이지만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한국전쟁은 없다는 말에 신빙성을 더 한다. 오바마의 외상평화상이 문제 아니다. 전쟁은 안된다. 열세 살에 6.25를 겪었던 필자의 귀에도 60년만에 맞는 6월에 환청(幻聽)으로 들린다. 피난길에 뒤따라오며 들리던 그 요란하고 섬짓하던 포성(砲聲)말이다. 전쟁은 안된다! (kwd70@hotmail.com) <738/201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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