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한 지붕 두 가족의 막가는 싸움판

<김원동칼럼> 한 지붕 두 가족의 막가는 싸움판

품격있게 싸울 수는 없는가. 동래 깡패들 간의 물리적인 충돌도 아니고 명색이 정치인들 간의 싸움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것도 한나라당이라는 같은 지붕 안에 두가족 간이 벌리는 집안 싸움판일 진데 말이다. 최소한 지켜야 할 남을 배려할 도량인 금도(襟度)라는 단어마저 까뭉긴 채 벌거벗은 난장판 싸움만 보인다. 후일 무엇으로 위로해도 상처가 아물기 힘든 아주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설 연휴를 통해 잠정적인 휴전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여론형성기인 설 연휴가 끝나면 재 점화될 아젠다임에 분명하다.
최근 정몽준이라는 한나라당 대표가 박근혜의원을 상대로 한물간 고사성어로 시비를 걸어 양계파간의 말장난 선수들이 총대를 메고 나서 저마다 아전인수식 궤변을 토해내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설전(舌戰)이 이어지더니 이어 지난 7일 충북도청을 방문한 이대통령이 누구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지 애매모호한 “강도”라는 표현의 연설을 하면서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정몽준 때처럼 이번에도 박근혜의원이 발끈하며 덤벼든다.
세계경제위기의 여진 속에 유럽 발 금융위기가 터진 판국에 우리끼리 죽기 살기로 싸울 때가 아니다. 잘되는 집안은 싸우다가도 강도가 들어오면 뭉쳐서 강도부터 내쫓는다는 비유로 한 지붕 두 가족인 친이 친박계의 막가는 싸움판을 끌어들여 슬쩍 “강도”라는 정제되지 못한 단어를 사용했다. 세종시 문제가 빚은 국민갈등과 국론분열의 양상을 보고 그 책임을 친박쪽으로 떠넘기려는 듯한 인상이다. 박근혜 진영을 바짝 건드려 놓고는 병주고 약주고 하는 식으로 달래는 척 하는 시늉도 한다. 박근혜의 오해라며 정쟁중단을 외친다. 세종시 원안수정이라는 정쟁의 빌미를 제공한 사람으로서의 적절한 처신인지 모를 일이다.
박근혜는 즉각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한집안 식구가 강도로 돌변했을 때는 어떡하느냐”고 대통령을 강도로 비유한 직격탄을 날렸다.
그뿐 아니다. “앞으로 일 잘하는 사람만을 밀어 주겠다”는 같은 날 있었던 대통령의 문제 성 발언에도 청와대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두고 한 말인데 박근혜씨의 곡해라고 나온다. 그러나 박근혜는 자치단체장을 두고 한 말이 아닌 자신을 겨냥한 한나라당의 차기대권 후계구도를 두고 한 말이라며 누가 이기는가 어디 한번 붙어보자는 투다.
대통령의 표현처럼 세계경제전쟁에 뛰어들어 나름대로 활약하는 바도 크다. 국가경제를 위한 그의 노력은 과소평가할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 외에는 문외한인 그로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 좋다. 문자를 써도 이게 맞는 말인가 생각해 봐야한다.
굳이 강도라는 표현을 쓰려고 어설픈 작심을 했다면 친박계가 아닌 김정일을 보고 써야했다. 그런 김정일한테는 겁을 먹고 정상회담설까지 풍기면서 왜 강도라는 표현을 첨예한 이해관계에 있다 치더라도 한나라당이라는 내부진영에 하필 띄우면서 적중분란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 쓸데없는 고사성어나 정제되지 못한 발언으로 말썽을 피운 두 사람 다 공통점이 있다면 현대그룹과의 관계다. 앞뒤 나오는 대로 내뱉던 오너인 그 창업주의 노가다정신의 산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늘의 현대가 있도록 밀어준 사람이 바로 다름 아닌 박근혜씨의 선친이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서 박근혜와 정몽준 그리고 박근혜와 MB의 막가파식 싸움판의 모습이 더욱 눈여겨 보여 진다. 이전투구(泥田鬪狗)식의 막장싸움판이 아닌 다른 해법은 없는가. 경선에서 지면 원수가 되는 우리의 후진정치문화를 보면서 같은 당 대선 경선에서 패배했던 힐러리가 오바마의 국무장관직 의뢰를 기탄없이 받아드리던 그 쿨 한 장면이 떠오르는 설날 아침이다. (kwd70@hotmail.com) <724/201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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