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미주 한국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5>

기획특집 미주 한국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5>
[2008-06-13, 10:37:46] 한겨레저널
미주한인사회가 이민 100주년을 지나 이제 새로운 세기를 향하여 첫발을 내딛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민 역사가 경제력을 통한 정착의 단계였다면 이제는 질적 변환을 도모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할 시기이다. 70년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생소한 나라인 미국에 희망과 두려움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던 이민 1세는 이제 경제적으로 ‘은퇴’하면서 그 당시의 1.5세들과 2세들이 이제 경제적 주도권과 사회적 역할을 담당할 40대에 포진하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향한 도약의 단계로 세대가 교체되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따라서 한인사회는 이제 기존의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불합리한 점을 지양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한인사회 전반을 점검하고 그것을 한인사회 전체로 공론화하여 미래를 향한 청사진 마련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1>한인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 <2> 한인회의 역할 <3> 이민교회의 역할 <4> 각종 단체의 역할 <5> 맺는 말 순으로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동포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기획특집 미주 한국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5>
새로운 100년, 한민족 네트워크를 위하여

연재를 맺으며

본지가 “미주 한인사회의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연재한 기획특집이 동포사회에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동포들로부터 전해지는 평가는 시기 적절한 기획이었다, 동포사회가 새로운 방향과 목표를 마련하는 계기로 작용되기를 바란다, 진단은 정확하지만 한인사회 안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등등 다양한 평가를 받았다.
탬파에 거주하는 한 동포는 “다 맞는 말이지만 구체적으로 플로리다와 같은 한인수가 적은 주에서는 아직 먼 구상이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하였으며 또 전 한인회에서 활동하던 임원은 “한인회가 솔선수범해서 자신을 반성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한다면, 교회나 각종 단체들도 따라가지 않겠냐”라고 평가하였다.
반면 한 교인은 “너무 복잡한 것은 싫다. 교회만 열심히 다니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라며 신문에서 제안한 교회의 역할에 대하여 은근히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으며 또 한 교인은 “교회가 동포사회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최일선에서 봉사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교회들이 동포사회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 “개교회의 부흥과 발전에만 신경을 쓰고 욕심을 내고 있다” 며 예수님의 지상명령인 복음 전파를 하려면 동포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참여하는 교회 지도자들의 모습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동포들의 반응을 보면 자신과 관련된 것에 대하여서는 많은 관심을 나타냈는데, 특히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호불호(好不好)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어, 아직도 한인사회 전체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는 한인 사회의 발전을 위한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다.

“한인 사회는 운명 공동체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자신이 사는 곳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올바른 생각이다. 그러나 미국 사회와 세계 정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이다라는 전제를 한인들은 이해해야 할 것이다. 물론 미국을 지배하는 앵글로 색슨은 강력한 지배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미국의 문화는 혼합문화를 넘어 융합문화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영국인들이 만든 미국의 문화 위에 유럽인, 아시안,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들이 미국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인이 된다는 것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한국문화를 미국문화 위에 융합시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미국에 확고한 뿌리를 내리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인문화를 선도하는 그룹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한인회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시켜나가는 운명공동체의 리더 역할을 한인회가 해야한다는 것이다. 동포들은 이러한 운명공동체의 비전을 동포사회에 제시하고 리드해 나가는 한인회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인회가 그 모든 것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단체, 한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교회, 한인사회의 경제적 동력인 각종 단체 등 모든 한인 공동체와 관련된 것들이 한인회를 정점으로 논의를 활성화하고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인회장을 비롯한 각 기관단체장이나 교회 목회자 등 한인사회의 리더들이 사욕을 버리고 봉사 정신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세계화 전략과 한상 네트워크

세계 정세는 지난 세기인 90년대를 보내면서 동서 냉전이 종식되고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도 크게 변화되고 있다. 과거 한국 정부는 재외동포에 대하여 “현지화”라는 정책을 통하여 모국과 동포사회의 단절을 내세웠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이후 재외동포의 경제력이 커지고, 아울러 전세계적인 세계화,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재외동포를 한국의 자산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단계에 와 있다.
세계화란 이른바 외적으로는 경제적 국경의 해제를 의미하며 내적으로는 국가간의 무한경쟁시대를 의미한다. 한민족은 1998년 말을 기준으로 세계 142개국에 564만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정책을 통하여 한민족의 경제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마치 유태인의 경제네트워크나 중국인의 화상(華商)을 본뜬 한상(韓商)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경제전략이다. 이 한상은 작게는 해외동포 무역인을 의미하고 광범위하게는 남북한을 포함한 전세계 한인 경제인을 의미한다.
오는 10월 26∼28일에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제3차 세계한상대회”가 제주도에서 개최된다. 세계 한상대회는 전세계에서 활동중인 한민족 경제인들의 역량을 집결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이광규)은 이번 대회는 지난 대회에서 구축된 한상 네트워크를 토대로 한상들의 성장동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40여개국에서 900명의 해외 참가자와 300명의 국내참가자를 포함해 모두 1200여명이 참가해 CEO포럼과 투자유치 설명회, 기업 전시회, 산업분야별 토론회 등을 갖게 된다.
지난 2차 한상대회 이후 749억원 규모의 상거래가 이루어 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상 네트워크는 전세계에 흩어져 살고있는 한민족의 경제인을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와 여기에 참여하는 모든 경제인, 경제단체, 기업이 상호간에 실리를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한인 사회의 변화

이러한 세계 정세의 변화와 그에 따른 경제 전략의 변화를 한인사회는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즉 미국인으로 살아가기에서 세계인으로 살아가기로 인식을 변화시킨다면, 미국에 사는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이 확실해질 것이다. 지금은 한 국가, 한 민족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야 하는 세계화 시대이며, 경제적 연대를 더욱 강조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므로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달리 말하면 경제적 토대가 유리한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과 한국인이 퍼져있는 전세계 150여개국과 상거래를 한다면 경제적 이득이 폭발력을 가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인사회는 2세 교육이나 각종 기관 단체의 활동, 한인회의 주요 사업 등에 이를 반영하여야 한다.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한인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로 비판하고 비판을 수용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본지가 이번 기획특집을 연재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면서 진행되는 논의는 너무나도 치열하여 내일 당장이라도 무슨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 또 둘 이상 모이면 나머지 한 사람을 중상모략 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러나 비판이든 비난이든 모든 논의가 밝은 광장에서 이루어져야 발전이 있을 수 있다. 그 공론의 장을 본지는 한인 사회에 제공하고자 한다. 공론이 활성화 될 때 책임감 있는 오피니언 리더가 생겨나는 것이며, 공론의 장에서 한인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진정한 리더가 탄생하는 것이다.
본지가 4회에 걸쳐 기획 연재한 이번 특집은 동포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총론(總論)에 불과하다. 각론(各論)은 한인사회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동포들의 머리와 몸에서 나올 것이라 믿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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