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시대 2> 실버 세대의 은퇴 뉴트렌드- 해외로 눈길 돌려라!

<실버시대 2> 실버 세대의 은퇴 뉴트렌드- 해외로 눈길 돌려라!
[2007-10-23, 11:00:00] 한겨레저널
■동남아로 눈길 돌려보기
‘한달에 200만원으로 해외에서 귀족으로 사는 법’이라는 책이 나올 만큼, 본국에서도 저렴한 물가로 은퇴이민 최적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동남아. 그러나 은퇴지로 동남아를 살펴보는 눈길은 비단 아시안뿐이 아니다. 미국인들과 유럽인들 역시 가까운 멕시코나 유럽에서 눈을 돌려 동남아로 시선을 돌리는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의료시설이 선진화되면서 동남아가 미국 및 유럽의 은퇴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의료시설을 믿고 동남아에서 은퇴생활을 즐기는 영국인 헤럴드 리처즈 씨 부부의 경우 태국의 푸켓을 노후 예정지로 정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개인풀장과 정원이 갖춰진 호화 빌라를 스페인이나 불가리아의 반값인 50만 달러를 들여 구매했다고 소개됐다. 미국 플로리다의 교사 출신 잭 사이먼 씨는 멕시코나 칠레보다 동남아시아가 훨씬 저렴하고 삶의 질도 좋다는 생각에 필리핀 페낭에 정착한 케이스로, 연금으로만 노후를 설계하는 사이먼씨에게는 월 1500달러 정도만 있으면 골프를 치고 외식도 즐기는
생활이 가능해 페낭에 대만족하고 있다고 소개되기도 했다.
이처럼 몰려드는 미국, 유럽의 실버세대에게 동남아시아가 어필하는 이유는 영어 사용이 비교적 용이하고 외국인 학교도 잘 갖춰졌으며 실버 세대를 위한 의료 및 레저 시설도 예상외로 양호한 편이라는 점. 게다가 동남아 각 국가들이 은퇴 이민자들을 위한 이민 절차도 간소화한 것도 한 몫을 했다.
다음에 소개한 동남아시아 각 국가별 정보를 통해 동남아 은퇴 이민의 추세를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말레이지아-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 자랑
동남아 지역에서 태국. 필리핀 등과 함께 인기 있는 은퇴 이민지로 꼽히는 말레이지아는 선진국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 인프라와 여타 동남아 국가에 비해 높은 경제 수준을 자랑한다.
은퇴 이민자들이 선호하는 곳은 수도 쿠알라룸푸르로,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 기온도 생각만큼 높지 않아 노인들의 생활에 좋고, 10만 달러면 40~50평형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반면 한국인들은 주로 암팡 지역에 모여 있으며, 월세 500달러에서 1000달러 정도에 은퇴부부가 살 수 있는 깨끗한 주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이 암팡 지역에 한국대사관, 한인회 사무실, 한국 상점 및 식당 등도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쿠알라룸푸르에서 1시간 거리의 외곽 도시인 ‘몽키아라’도 은퇴 이민 추천지. 시원한 도로, 고급 아파트와 최신 시설의 콘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신도시로, 500스퀘어피트대 고급 아파트가 약 30만불이어서 암팡 지역보다도 저렴한 가격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공식적으로 이민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2003년부터 ‘말레이시아, 마이 세컨드 홈(Malaysia, my second home)’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을 유치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10년간 사용이 가능하고 평생연장이 되는 사회사업방문패스(Social Visit Pass)를 발급 받을 수 있고 일정 금액의 예치금을 내면 멀티풀 엔트리 비자(Multiful Entry Visa, 복수 입국 비자)를 받게 된다. 말레이시아 MSH 프로그램의 라이 쉐브렌 대변인은 “우리는 아시아와 미국 유럽을 거쳐 중국의 거대한 중산층 은퇴 인구를 유치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5월17일부터 개정된 세컨홈 규정에 따르면 △50세 이하는 30만랭깃(8만2500달러), 50세 이상은 15만랭깃(4만1250달러)를 은행에 1년간 예치, 1년후엔 6만랭깃을 남기고 인출가능하며 △비자 기한은 10년으로, 정부운영 병원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자발급을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말레이시아에 입국할 수 있으며, 비자날인을 받은 후에는 자유롭게 체류 할 수 있다. 2006년에는 이 프로그램의 높은 인기를 발판으로 원스톱센터(One-stop center)를 운영해 모든 행정절차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3월 1일부터는 종전 5년이었던 비자유효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기도 했다.▽필리핀-영어 통하고 사업하기 편한 나라
필리핀 은퇴이민의 최대 장점은 영어가 통하고 인건비가 싸다는 점. 가사도우미의 경우 월 100달러, 운전 기사는 100~200달러에 고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공산품 가격은 한국과 비견할 만큼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월세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마닐라의 경우 500-1000달러 선이며, 외국인들은 땅을 구입할 수 없어 임차만 가능하다. 다만 ‘콘도미니엄’으로 등기에 명시된 일종의 아파트는 구입이 가능한데, 부부가 살 만한 제법 괜찮은 집이라면 20만-30만달러는 호가한다.
한인들은 마닐라 지역 부촌인 마카티, 루손섬 북부 휴양도시인 바기오, 미군기지로 유명한 수비크 등에 주로 모여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은 1985년 ‘필리핀은퇴청’을 두어 은퇴이민 활성화를 꾀하고 있어, 이미 전국 곳곳에 미국, 일본 출신의 은퇴이민촌이 다수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서는 특별 영주 은퇴비자(SRRV: Special Resident Retiree’s Visa)로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으나, 은퇴자를 받아들여 사회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지정 은행에 일정액을 예치해야만 은퇴비자를 내준다. 35~49세 신청자는 미화 7만5000달러, 50세 이상은 5만 달러이지만, 최근 50세 이상의 경우 5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낮추는 등 은퇴이민자 유치에 적극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사진2) 필리핀의 경우 마카티, 바기오, 수비크 등에 한인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마닐라 지역의 부촌인 마카티 시내 거리.

▽태국-휴양지 중심 이민, 치안 잘 돼 있어
치앙마이, 후아힌, 파타야 등 유명 휴양지가 은퇴 이민지로 꼽히고 있는 태국은 다른 동남아 지역보다 치안이 잘 돼 있고 의료시설도 국제적 수준이어서 이민자들의 선호를 받고 있다. 특히 태국 왕실 휴양지이기도 한 후아힌 같은 경우는 해변을 끼고 있는 다운타운 바로 옆에 왕실 별장과 경호부대가 자리잡고 있으며, 소규모 공항도 갖추고 있고 외국인도 생활하기 좋은 환경이 구비되어 있다. 언어 역시 공식어는 태국어지만 영어도 일상적인 언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태국의 경우 기후가 온화하고 물가가 비싸지 않다는 점도 은퇴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 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과 후아힌을 수시로 오가며 생활하는 박승리 알텍코리아 회장(62세)의 경우 태국인 운전사와 관리인이 집안을 관리하는데 각각 200달러 정도와 150달러 정도를 들이고 여기에 전기, 수도비 100달러 정도에 차량 유지비 100달러, 골프비와 통신비를 다 합해도 생활비가 2000달러 선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의 은퇴 이민자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롱스테이 프로젝트’. 태국 관광청 산하의 TLM(Thailand Longstay Management)은 태국 은퇴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외국인의 이주 절차를 도와 서류와 입국 심사를 간소화한다. 이주 후에도 현지 콜센터를 운영하여 여행 정보는 물론 보안 및 가정부 등 생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태국 역시 비자 심사에서 예치금 규정을 두고 있지만, 고정적인 월수입이 있을 경우 아예 예치금 규정을 폐지하는 등 은퇴자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롱스테이 프로젝트’ 외에 태국정부가 발행하고 보증하는 ‘엘리트 카드’도 이용 가능하다. 일종의 태국 VIP 회원권이라 할 수 있는 ‘엘리트 카드’는 2만5000달러를 내고 사며 입국 절차 간소화, 골프장 무료 이용 등의 특혜를 제공받을 수 있고, 구매 1년 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도 있다. 회원은 평생을 태국에서 보낼 수 있으나 5년마다 복수 관광비자을 취득해야 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40%, 사업가가 30%가량을 차지하며, 전체 회원의 35%가량인 720여 명이 한국인으로 채워져 있다.

(사진3)세계 10대 휴양지 중 한 곳인 후아힌은 태국에서 은퇴 이민자들이 많이 몰리는 곳 중 하나. 특히 태국 왕실 휴양지가 있어 치안이 잘 돼 있고 생활도 편리하다.

▽베트남-인건비 싸지만 집값 부담 만만찮아
현지의 한류 열풍으로 한국인들에게 각광 받는 은퇴 이민지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은 당국이 베트남 상류층을 겨냥해 야심차게 건설한 신도시인 푸미흥으로 이민자들이 집중되고 있다. 주민 60%가 한국 교민이어서 ‘한인촌’으로도 불리는 푸미흥은 아파트나 빌라 단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9홀 골프장과 대규모 야외 골프 연습장, 수영장, 테니스장, 놀이동산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의 가장 큰 장점은 인건비가 싸다는 점. 오전 7시부터 저녁 준비가 마무리되는 오후 5시까지, 한 달에 1~2회만 쉬고 일하는 가사도우미의 월급이 80달러 수준이고, 운전기사 월급은 100달러 정도이다.
반면 집값은 만만치 않다. 집 렌트 비용은 월 350-500달러 수준이지만, 보통 2개월치 집세를 선불하고 이후 임대비도 2개월씩 선불로 지급해야 한다. 구매 가격 역시 비싼 편으로, 180스퀘어피트 정도의 아파트가 4만달러 이상, 3-4층짜리 빌라는 30만-40만달러를 호가한다.

▽막연한 동경 지적 목소리 많아
아름다운 풍경에 저렴한 생활비로 은퇴자의 천국처럼 그려지는 동남아, 그러나 “월 200만원에 황제생활이라는 말은 너무 많이 부풀려진 것”이라며 막연한 동경심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대한은퇴자협회(KARP)는 지난 4월 10일 서울 명동의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동남아 이민정책, 그들로부터 직접 듣는다’는 주제로 정기 포럼을 열었다. 동남아 각국의 이민정책 설명하고 동남아 이민의 현실을 듣는 자리로 마련된 이날 포럼 참석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는 지금까지 알려진 동남아 이민에 대한 정보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것.
필리핀 한인회 이영백씨는 “필리핀 월 평균 생활비는 임대료와 생활비, 인건비를 포함하면 300만원 수준이라 결코 싸지 않다”며 “최소한 5,6차례는 사전 방문을 하고 정확한 자료나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충분히 이민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한인회장 이광선 씨 역시 “말레이시아에서 순수 생활비는 3,4인 가족 기준으로 월 150만 원 정도, 집세가 50-100만원, 총 생활비는 230-250만 원 정도로 싼 편이 아니고 통용되는 말은 말레이시아어인데다 한인 식당도 거의 없어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고 설명했다.
태국 한인회의 한 관계자는 “200만 원으로 한 달 정도 머문다면 황제 같은 삶을 살 수 있겠지만 이민 온 경우는 곤란하다”며 “집을 하나 구입해도 외국인에게는 2배, 3배 정도 부풀려서 받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는 매한가지. 본국의 조선일보 역시 은퇴 이민 특집 보도에서 현대 경제연구원 허만율 연구위원의 말을 인용해 “은퇴이민은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일반적인 이민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고 은퇴 이민에 잠재된 위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여느 다른 사안들처럼 은퇴 이민 역시 성공과 실패, 꿈과 현실이 엇갈리는 법이기에, 사전에 현지답지를 통해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자칫 준비가 소홀한 여행사의 은퇴 이민 패키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민관련 정책, 부동산․재테크 등 경제현황, 의료보험 여부 등 전반적인 은퇴이민 컨설팅 능력의 부재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평범한 관광일정에 부동산관련 설명회나 모델하우스 참관 혹은 해당 국가의 한인촌을 둘러보고 오는 식의 안일한 구성은 아무 소용이 없을 터이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은퇴관련 비자 공식파트너인 ‘렝캄 사트리아(Lengkap Satria)’의 한국지사나 필리핀 은퇴청의 한국사무소 업무대행업체인 ‘락소’처럼 현지에 대한 해박한 정보와 수준 높은 분석력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를 통해 답사를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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