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반민주주의와 분열주의의 싸움에 까뭉개진 체전

<발행인칼럼> 반민주주의와 분열주의의 싸움에 까뭉개진 체전

플로리다 도시에서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마이애미 지역 한인회가 플로리다 한인회 연합회와의 대립으로 인해 동포 2세들에게 화합의 장을 만들어주고자 열리는 전통적인 체전인 연합체육대회를 보이콧하여 그 의미를 훼손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사건의 시작은 2년 전 잭슨빌에서 열렸던 체육대회에서 비롯된다. 당시 축구대회에서 마이애미 선수가 부상당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주최측인 잭슨빌 한인회(당시 회장 김종호)와 연합회(당시 회장 채종훈) 측에서 부상선수의 치료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고 지역 한인회로 미루면서 다툼이 일어났다. 당시 마이애미 한인회를 이끌고 있던 정의황 회장은 그것을 기화로 연합회와 갈등이 시작되었는데, 그 이후 연합회장이 된 양정수씨와 연합체육대회 개최지 건으로 대립을 하게되었다. 즉 정의황 회장은 양정수 전 회장이 공문을 제대로 보내지 않고도 언론과 사석에서는 ‘공문을 보냈는데 정회장이 연합체육대회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공공연히 자신을 비난하고 다녀 갈등의 골이 심해져 결국 정 회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에는 연합회의 활동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게되었다.

그래서 정 회장은 집행부와 전임 회장들을 소집하여 연합대회 참가 여부를 토의하였는데 당시 박기남, 황상연 김광웅 회장 등이 참석하여 참가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잭슨빌 김중호 전 회장은 “당시 부상 선수 치료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그 후 도의적으로 성의를 다했고, 지난 번 평통 인선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다시 한번 사과하고 서로 그 문제는 털어 버리기로 했다”면서 그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대회 참가를 거부한 것은 비상식적인 처사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대회에 선수단과 함께 참가한 조수세 전 회장은 “정 회장으로부터 한 번도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이사회조차도 구성하지 못한 한인회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도영수 회장은 “한인회장은 동포들의 대변인이 되어야 한다며, 청소년들의 만남의 장이며, 스포츠를 통해 동포애를 다지는 21회 전통을 가진 연합체육대회의 참가 문제를 회장 단독으로 처리하면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각 지역의 한인회장들 대부분은 연합회와의 관계가 불편하더라도 일단 참가해서 비판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 방식이라고 말하고, 더구나 연합체육대회는 후세들을 위한 전통 있는 대회인데 회장들의 다툼으로 인해 후세들이 누릴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정회장의 이번 보이콧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한편 정의황 회장은 현재 연합회가 한인동포들의 발전에는 안중에도 없고 몇몇 회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회원들을 배제하고 있다면서, 비록 연합회가 친목 단체이긴 하지만 각 지역 한인회의 발전과 한인동포들의 발전에 힘을 써야 하는데, 회원들이 지역의 유지를 자처하면서 평화통일자문위원(이하 평통)이 되는 것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양쪽의 입장을 청취한 기자는 연합회와 지역 한인회의 대립에서 비롯된 이번의 사태가, 자신들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지만 연합회장의 선출과정에서 갈등이 시작되었으며, 연합회장의 위치가 단순히 지역 한인회의 전현직 회장들의 친목단체 수준을 넘어 총영사관과의 관계에서는 상급기관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영사관은 지역 한인회에 보내고 받는 공문의 수발(受發) 업무를 대부분 연합회로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연합회는 평통 인선에도 깊숙이 관계하고 있고 그로 인해 지역 한인회는 연합회와 야합하거나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을 본다면 ‘동포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를 외치든 ‘전통 있는 체육대회’를 부르짖든지 그것은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일 뿐 그들 마음 속의 속삭임은 누가 평통위원이 될 것이며 누가 거기에서 배제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물론 평통위원 전부가 혹은 민주평화통일협의회가 전적으로 부정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이 국내외의 역량을 집중시키려는 발상이라면 그럴듯하고 좋은 제도로 정착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에 개념조차도 없는 사람들이, 아니 오히려 반민주적이고 지역사회에서 분열만 일삼는 사람들이 민주평화통일을 들먹거리고 있다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차라리 평통위원은 한인회장을 배제하고 각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평통의 취지에도 맞고 제도를 올바르게 이끄는 길이다. 누구나 아는 일을 똑똑한 외무공무원들이 모를 리가 없는데 여전히 한인회장들과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자신들이 수고롭게 동포사회에서 인재들을 찾지 않아도 되고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체질에도 서로 죽이 맞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몇몇 사람이 모여서 독단적으로 회의하고 그 결과를 전체에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의견을 통합하고 조율하면서 시작된다. 이민 사회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한인동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는 수고로움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떠들어대는 것은 민주주의를 짓밟는 반 민주주의 행위이다. 또한 공인인 단체장이 잘못된 제도를 거부하기만 하고 바깥에서 비난하기만 하는 것도 분열을 일삼는 일이다. 그 과정에 한인동포들의 의지가 끼어 들 틈은 어디에도 없다.

후세들의 미래를 위해 마련된 체전이라는 연합체육대회의 명분이 반민주주의와 분열주의의 이전투구(泥田鬪狗)의 현장의 진흙뻘 속에서 까뭉개지고 있다. <598호/200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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