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카트리나 피해 현장을 가다

<특집> 카트리나 피해 현장을 가다
[2005-10-26, 11:09:37] 한겨레저널
카트리나 피해 현장을 가다
<사진설명>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 동포들에게 본사 이승봉 발행인이 플로리다 동포들에게 모금한 성금 26,356달러를 피해대책위원회에 전달했다. 사진 왼쭉부터 김선일 회장, 이상호 대책위원장, 이승봉 발행인, 홍석진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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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헌금 26,356달러 전달 <2005/10월27일 518호>
카트리나 피해 현장을 가다<2005/10월27일 5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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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나 피해 현장을 가다

마음이 급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망설이고 있다. 플로리다 독자들에게 22일 뉴올리언스를 방문해 지난 한달여간 본보가 모금한 카트리나 피해 한인동포돕기 성금 26,356달러도 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이상호)에 전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기자의 욕심은 피해현장과 재기를 위한 복구현장을 직접 취재해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욕심 또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망설이며 난감해 한 이유는 바로 22일경에 대형 허리케인 윌마가 플로리다에 상륙한다고 하니 갈수도 없고 안갈수도 없는 입장에 고민하면서 내린 결론은 뉴올리언스 행 이였다.
이렇게 되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지나 간 피해지역은 어떻게 변했을까?. 지금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용품이 턱없이 모자라고 허기에 시달리는 많은 피해자들의 생활은 어떠할까라는 생각에 지난 한달 여간 사랑의 성금을 모금한 본보는 플로리다 동포들의 사랑을 “카트리나 피해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상호)”에 직접 전달하고 또 독자들에게 약속도 지키고 생생한 소식도 전하기 위해 700여마일 떨어진 뉴올리언스를 향해 운전대에 앉았다.
8시간의 운전으로 플로리다주를 지나고 알라바마주, 그리고 미시시피주를 지나 루지니아주의 뉴올리언스 시에 들어가기 까지 11시간을 운전해 간 고속도로 주변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기고 간 상처가 얼마나 크며 또 그 위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 정리와 청소가 되지 않은 도로와 길가에 무질서하게 쓰러져 있는 나무들, 어디서 날아 왔는지 건물 지붕 잔해 들, 길 한쪽 모퉁이에 처박혀 있는 자동차들 모두가 그 참상을 말해주고 있었다.
플로리다에 살면서 매년 서너 차례의 허리케인으로 불안한 마음과 초조함은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본 피해 현장은 정말 아수라장이었다.
이렇게 11시간의 운전으로 도착한 뉴올리언스 약속장소에는 이상호 대책위원회 위원장 대신 기자를 반갑게 맞이해 준 사람은 뜻밖에 마이애미한인회장을 역임한 홍석진장로와 서부플로리다한인회장을 역임한 김선일회장이었다. 기자는 그동안 플로리다에서 잘 알고 지내던 두분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함께 돌아본 피해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 이상의 그 자체였다. 도시 곳곳에는 아직도 전기와 물이 나오지 않아 사람들이 살수가 없었으며 물에 잠겨 폐허가 된 집들은 눈뜨고 볼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고 참혹했다.
지난 1992년 허리케인 앤드류가 마이애미지역의 홈스테이트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그 참혹한 현장을 보는 것처럼 어디를 가나 폐허가 되어 있었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총 180,000여채의 가옥이 있는데 그 중에 110,000 가옥이 이번 카트리나로 물에 침수됐으며 이중 절반 이상의 집은 수리가 불가한 상태로 허물어야 한다고 한다. 또한 그나마 수리가 가능한 많은 가옥들도 너무 오랫동안 물에 잠겨있어, 수리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나와 대부분의 주택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카트리나의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미국 역대 재앙중에 최대규모의 피해를 기록한 이번 카트리나의 피해에 대해 워싱턴 이그재미너지는 총 피해액이 2천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며, 9.11 피해액에 최소 10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인의 피해는 어느정도 일까. 이에 대해 이상호 피해대책위원장은 카트리나 피해지역 한인동포 인구는 약3천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며 많은 한인들이 청소업과 세탁소, 미용재료상을 운영하고 있는데 피해를 본 업소는 약 180여개이며 가옥은 약 800여채에 달해 한인들의 재산피해는 총 1억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피해로 인해 벌써 뉴올리언스를 떠나는 한인들도 많이 있다면서 복구기간이 빨라야 2~3년 이상 걸린다는 말에 새로운 거주지와 사업터를 찾아 보고있는 한인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을 눈앞에 두고 열심히 노력한 보람도 없이 하루아침에 꿈을 잃어버린 한인들이 처음에는 망연자실한 채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다행인 것은 지금은 많은 동포들이 좌절을 딛고 재기를 위해 일어서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정부에서 지급하는 피해 지원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에 따르는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서류미비자(불법체류자)나 유학생들을 볼 때마다 앞길이 깜깜하다는 이상호 위원장은 우선적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위원회에서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서류미비자들은 또한 신분을 변경할 수 있었던 직장이 사라지면서 불안해하며 혹 추방이라도 당 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폐허가 되어버린 한인교회

홍석진장로와 김선일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피해지역을 돌아보다 한국어 간판이 선명한 뉴올리언스 한인장로교회(목사 박관준)앞에 주차했다. 작고 아담한 교회내부를 들여다보니 역겨운 섞은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교회 밖의 건물에는 물에 잠겼던 지점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어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했다. 마음을 고쳐먹고 카메라를 메고 교회안에 들어가니 의자들은 침수당시 물에 떠서 둥둥 떠다니다가 물이 빠지면서 나갈 때 가 없어 서로 뒤엉켜있는 모습이었다. 또 친교실이나 주방에도 성경과 찬송가 그리고 각종 용품들이 쓰레기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지저분하게 널려있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PCUSA 소속인 뉴올리언스 한인장로교회는 창립한지 18년이 되었으며 그동안 60여명의 성도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동포들에게 믿음과 사랑을 함께 전한 곳이라고 홍석진 장로는 말했다. 피해지역인 장로교회 인근의 주택들도 정부에서 한달이 넘게 출입을 막고 피해자들을 통제하며 대피령을 내려 손쓸 시간도 없었지만, 이들이 피해 복구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전기와 물이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한 심한 악취와 건물 붕괴 위험으로 정부에서 복구작업을 못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흙밭이 되어버린 백화점과 상점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가 물에 잠겼지만 다행히도 홍석진장로 집에는 물이 들어오지 않아 순식간에 집과 삶의 터전을 잃은 10가구의 한인동포들에게 따듯한 보금자리를 제공해주며 불편하지만 동포애를 발휘해 주위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이렇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아픔을 함께 한 홍석진장로 또한 이번 피해로 두 개의 가게를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은 사람이기도 하다. 홍장로는 오랫동안 살아온 정든 마이애미를 떠나 지난 2001년 새로운 개척지로 뉴올리언스를 선택하고 시내 백화점안에 쥬얼리와 향수 그리고 시계 소매상을 개업한 후 꾸준한 노력과 정성으로 제2의 가게를 열고 사업이 성공적으로 꾸준하게 성장세로 접어들었는데 이런 일을 당했다며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시 한번 재기를 꿈꾸고 있다. 또한 김선일씨는 지난 2003년 플로리다에서 경영하던 사업을 전매하고 사업터와 가정을 이곳으로 옮겨 삶을 시작하면서 매입한 7천 스퀘어 피트의 미용재료상 사업도 번창해 5개월 전 4천 스퀘어 피트의 또 다른 가게를 인수해 안정을 찾을만할 때에 카트리나 피해를 입어 두가게 모두 물에 잠겨 120만달러 상당의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김선일씨는 한달 이상의 주민 추방령으로 휴스턴과 인근 홍석진 장로의 집에 기거하면서도 피해를 본 가게에 가보지도 못하다가 물이 빠지고 처음으로 가게에 가보니 벌써 앞의 출입문을 쇠뭉치로 부치고 들어가 물이 차지 않았던 곳에 있었던 물건들을 약탈해 갔다고 한다.
한달 이상을 물에 잠겼던 물건들은 썩어가고 있었으며 지독한 악취 나는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들어가 보니 내부에 물건들은 상품가치를 잃어버린 쓰레기가 되어 있었다. 김선일씨는 임시 출입문을 만들어 놓고 못질을 해 놓았지만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모르겠다며 재기를 위해 가게수리를 하려고 자주 오지만 어디서부터 수리를 해야 할지 엄두가 안난다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하지만 김선일씨는 처음에는 좌절과 실망으로 아무 용기도 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이 힘을 내고 있으며 재기를 위해 최선을 다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또 이번 피해로 인해 배우고 느낀점도 많았는데 특히 이전에는 사업상의 문제로 서로 감정대립을 하던 동포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친근하게 지내는 일도 빈번해 그나마도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있어 보기가 좋았다고 말한다.

재기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포들

아직도 전기와 물이 공급되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는 뉴올리언스의 한인동포들은 하나같이 복구에 필요한 것은 물론 복구비용이지만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것이 재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청소를 하기 위해 일반적인 인부를 구하려면 시간당 18달러를 준다고 해도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며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으로 이들은 이번 침수사건으로 너나할 것 없이 주택보험과 사업터에 침수피해 보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또 실향민에서 이민자로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며 살다가 이런 어려움을 겪어 많은 동포들은 실의에 빠져 이곳을 떠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실정이지만 남기로 한 한인들은 앞으로 최소한 2년이상이 걸릴 복구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희망을 바라보며 성취를 위해 또 한번 신발 끈을 다시 잡아매고 있었다.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한인들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희망있는 얼굴로 피해 당시에 망연자실하던 모습은 사라졌으며, 복구를 위한 계획을 세우며 제2의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서로 협력하며 위로와 용기를 주는 모습을 눈으로 느낄 수 있었다.
플로리다에 상륙할 예정이라는 허리케인 윌마 때문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뉴올리언스의 취재를 서둘러 마치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 홍석진장로와 점심식사를 대접해 준 김선일씨 그리고 피해대책위원회 이상호 위원장과 작별을 나눈 뒤 돌아오는 발길은 무거웠지만 그래도 피해동포들에게 플로리다한인동포들의 조그만 사랑이지만 전하고 간다는 마음으로 위로를 삼았다.
운전을 하면서 김선일씨가 기자에게 던진 한마디가 자꾸 머리에 떠오른다. “플로리다에 허리케인 윌마가 상륙한다는데 가지고온 성금 도로 가져가야 되지 않아” 하는 여유 있는 농담이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며 살고 있는 따듯한 한민족의 정과 사랑이 아닐까?
기자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뉴올리언스의 한인동포 모두가 한국인 고유의 근면과 성실한 삶으로 빠른 시일내에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플로리다에 상륙한다는 허리케인 윌마도 큰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게 해달라며 플로리다를 향해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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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금에 동참하세요! <2005/9월 6일 511호>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가 점점 눈 더미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실태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수천명이 넘는 사상자와 천문학적 액수의 재산피해를 몰고 왔다고 합니다. 또한 이번 사태로 그 지역에서 힘겹게 이민 생활을 해오던 한인 동포들도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에 본사는 미주신문인협회와 공동으로 인류애와 동포애를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 모금운동을 전개합니다. 이미 여러 단체들이 모금운동을 하고 있지만 한인동포들이 벌써 구호성금을 보내온 분들이 많아 본사는 언론의 사명감으로 모금운동에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모금된 성금이 이재민들과 피해를 당한 한인동포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본보는 한인동포들로부터 모금 운동을 하고 있는 휴스턴 총영사관으로 모금된 금액을 보낼 계획입니다. 동포여러분의 사랑을 한겨레 저널 모금운동을 통해 전하시기 바랍니다.
본 모금 운동은 9월 말까지이며, 10월 초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모금에 동참해 주신 분들의 성명과 금액은 매주 본보를 통해 발표합니다.
보내실 곳 : 2204 Cherokee Trail, Valrico, Fl 33594
문의 : Tel(813) 643-4483 Fax(813) 643-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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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헌금 26,356달러 전달 <2005/10/27>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순식간에 많은 재산피해를 입고 절망에 빠져있는 동포들을 돕기 위해 지난 한달간 모금된 플로리다 한인들의 동포사랑 성금 26,356 달러를 뉴올리언스의 카트리나, 리타 피해대책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이상호위원장에게 본보 이승봉 발행인이 지난 22일 전달했다.
이상호 대책위원장은 뜨거운 플로리다 한인동포들의 동포사랑에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지금까지는 허리케인에 대해 무관심하게 지켜봤을 뿐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고, 매년 허리케인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플로리다 동포들의 아픈 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며 다시 한번 플로리다 한인들의 동포사랑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상호 위원장은 22일 현재까지 모국정부와 각계각층에게 보내온 사랑의 성금은 약 180만달러라고 밝히고 현재까지 피해를 본 한인들을 집계한 결과 약 650에서 700가구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여러분들의 정성어린 사랑의 성금은 지난 10월 19일 제4차 회의에서 결정한대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피해자들에게 조속하게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 10월 25일까지 등록을 마친 피해자 가족들에게 오는 30일부터 지역별로 나누어 철저한 확인을 거쳐 직접 분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해대책위원회는 총 13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상호 대책위원장을 포함해 뉴올리언스 지역에 11명, Biloxi 지역과 Beaumont 지역에 각각 1명씩을 두고 있다, 이들의 임무중 위원장은 모든 부서의 활동을 감독하며 휴스턴총영사관 미주한인회총연합회에 성금답지 내용과 피해자 지급내용 그리고 경비 등을 수시로 보고할 책임이 있으며, 2명의 부위원장과 총무부, 조사부, 재정부, 3인의 감사를 두고 철저하게 성금 관리를 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성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증, 여권, 영주권 등 사진이 첨부된 증명서와 혹은 가구주 이름이 명시된 공과급 납부서 또는 유학생인 경우 등록금 영수증이나 기숙사비 등 납부서를 제출해야한다. 대책위원회에서는 또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성금을 보내준 단체나 사람의 명단과 수령자 명단을 동시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자세한 문의는 카트리나 & 리타 피해대책위원회 (678) 557-4751이나 (678) 557-4731로 하면 된다.
각 지역의 성금 배분일시와 장소는 다음과 같다.
뉴올리언스 지역-10월30~31일 양일간(동양마켓 주차장), 빌락시 미시시피 지역-11월 5일(제일장로교회), 버먼트 텍사스지역-11월 13일(I.S.F.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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