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카트리나 모금운동을 마감하며

<발행인칼럼> 카트리나 모금운동을 마감하며

지난 8월말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와 지난 8일 중남미를 강타한 허리케인 ‘스탠’, 그리고 파키스탄과 인도 접경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재산 피해와 수만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우리는 이러한 자연재해가 세계곳곳에서 일어날 때마다 자연 앞에서 너무나 작고 외소함을 느끼며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보가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구호성금을 모금한지 한달여만에 25,856달러를 모금했다.
동포들의 거주 인구가 적은 플로리다에서는 굉장한 모금액수이다. 하지만 모금에 동참한 사람들은 부자도 아니고 사회 지도층도 아닌 대부분 평범하게 살고있는 보통사람 들이다.
이 자리를 빌어 어려운 가운데서도 인류애를 발휘해 모금에 동참한 보통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어느 시대에도 그랬듯이 오늘날에도 모든 인간은 노예와 자유인으로 분할된다. 왜냐하면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는 자는 노예이기 때문이다.”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경우는 다르겠지만 요즘 우리 동포사회의 리더(과연 그럴까?)들에 대한 평가를 독자들로부터 들어 보면 “우리들의 리더는 물질욕과 허영심에 사로잡힌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으로 분류된다. 왜냐하면 자신의 3분의 2를 물질, 명예, 그리고 욕심과 허영심으로 무장하고 있는 인색한이기 때문이다.” 라고 표현해야 적절할 것 같다.
한국에서 IMF 관리체제에 접어들자 장롱을 뒤져 금반지를 모아 달러로 바꾼 사람들,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했을 때 정말로 내핍 생활을 견뎌내며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은 한국사회의 리더들인 경제관료나 대기업의 총수들이 아니라 바로 평범한 시민들, 농촌의 아낙네, 노동판의 일용노동자 들이다. 리더라는 재벌들은 그 틈을 이용하여 기업이 망하면 국민 경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자기들만의 논리로 국민의 혈세를 끌어들여 해외로 빼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진자들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덕목인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소위 잘나간다는 지도층 인사 즉 리더들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대한 봉사, 기부, 헌납이라는 단어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그들이다. 그들은 명예가 달린 문제에는 기를 쓰고 달려든다는 원칙, 그러나 물질적 손해는 절대로 보지 않는다는 원칙이 그들의 금과옥조(金科玉條)인 것을 어찌하랴.
미주 한인사회, 가까이는 플로리다 한인사회를 보더라도 리더들의 모습들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번 허리케인 카트리나 수해 이재민 돕기 모금 운동에 그 리더들은 당당히 나섰다. 언제나 이런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서 솔선수범(?) 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존재성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그들이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연락해서 돈을 모으기에 바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고 항상 부족해 결론은 창피만 당하는 꼴이 되고 만다.
이들은 항상 그들이 생각하는 높은 분(?)이 주최하는 각종 파티나 행사에는 열일 제쳐놓고 참석해 100달러는 아주 기본이고 500달러 이상의 후원금도 본인의 출세(?)를 위해서 기꺼이 폼을 잡으며 낸다. 하지만 고통받는 한인동포들을 돕자는 모금에는 먼산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이들은 또 좋은 집에 큰 차를 타고 다니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지만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라는 말처럼 이민 초창기에 어려웠던 시절에 남에게 도움 받은 일들을 잃어 버렸는지 아무런 반응도 없다. 너무 한심하고 개탄할 일이다. 이렇게 인색한들이 자신이 혼자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동포사회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횡설수설 동포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한 것처럼 떠들고 다닌다.
심지어 신장병으로 고통을 받으며 병원에 입원해 생사의 기로에 있는 25세의 젊은 여학생의 수술비 마련 모금운동에 위로와 도움은 주지 못 할망정 부모에게 전화 걸어 “자식을 빌미로 돈을 벌 생각이 아니냐”는 등의 심한 말을 하는 등 인정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사실에 정말로 가슴이 아프고 슬프기까지 하다.
이렇게 받을 줄만 알고 명예에 급급한 사랑에 인색한(吝嗇漢)들아. 동포사회의 화합과 단결을 외면하고 남의 돈은 “휴지”로 생각하며 자신의 돈은 “Money”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랑에 메마른 자들아!. 언제 너희들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걱정했냐. 우리 보통 사람들의 작은 정성, 큰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달을 때가 있을 것이다.
물론 한인동포들이나 리더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항상 사랑을 실천하며 꾸준히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사람,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말없이 헌신하는 사람, 조용하게 봉사하며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사람, 밝고 행복한 세상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 가라지 세일 등 어린 고사리 손들과 함께 사랑을 가르치기 위해 봉사에 앞장서는 사람 등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진짜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러기에 이 세상은 아직도 살맛이 나며 희망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을 베풀며 살고 있는 리더들과 동포들에게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51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