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특집> 뭘 먹어야 하나?

<음식특집> 뭘 먹어야 하나?

식탁이 불안해지고 있다. 유전자 변형이나 농약의 과다살포로 과일, 채소마저 먹기가 찜찜한 데 이번엔 가공식품의 유효기간과 방사선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그것도 거의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라면과 스낵류에서 불거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라면은 이제 제2의 주식이 되다시피 했고 그야말로 국민식품이다. 튀겨서 건강에 해롭다, 몸에 좋은 식품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오랫동안 먹지 않으면 생각이 날 정도로 습관이 되었다.

또한 영국에서는 주식회사 농심의 라면뿐만 아니고 새우깡, 짜파게티까지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불안한 식탁은 어디 영국뿐이겠는가? 한인 마켓의 현장과 식탁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 방사선 처리가 무엇인가?

일단 방사선 하면 대부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방사선이란 글자 자체가 싫다. 방사선 폐기물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고 해도 우선 기분에 맞지 않아 사고가 난 독특한 사건도 있다. 바로 전북 부안군 사건이다. 2년 전인 2003년 7월에 전북 부안군에 방사선 폐기물 처리장을 설비하려다 김종규 부안 군수는 주민들에게 몰매를 맞기도 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주민들을 설득해도 도무지 먹혀들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아무리 문제없다고 강조해도 설치는 절대불가였다. 작은 군에서 1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매일 거리로 나와 생명을 걸고 반대하여 결국 유치가 무산되었다. 더한 악몽은 1986년에 4월에 구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사건이다. 당시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기술자가 안전수칙을 게을리 하여 원자로가 폭발하였고 초기에 약 30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그 후폭풍이 계속 이어져 30Km 이내에 거주하던 주민 13만 5천명이 이동하였으며 그 피해가 인근 국가인 독일, 그리스는 물론 심지어 영국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또한 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하면 머리가 다 빠지고 몰골이 형편없이 되어 가는 모습도 흔히 주변에서 보는 일이다. 바로 이런 기억 탓으로 방사선에 대한 일반인의 정서는 거부감이 매우 크다. 그런데 이젠 음식물에 방사선 처리를 하였다고 하니 소비자가 입맛이 날 리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방사선에 노출되면 유전자가 변형되어 임산부는 기형아를 출산하고 탈모, 구토 등 예기치 않는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비슷한 사건이 1987년 브라질에서도 있었다. 즉 병원에서 분실한 X-Ray 기계를 어느 고물상 주인이 갖게 되었는데 호기심이 발동하여 이 기계를 분리하여 안에 있는 방사선 가루를 몇 명이 나누어 가진 것이다. 보기에도 좋고 탐이 난 모양이었다. 바로 주민 4명이 죽고 85가구가 피해를 보았다. 작은 X-Ray 안에 내장된 가루가 그런 엄청난 사고를 일으켰다면 그 양이 클 경우 피해는 자명한 일이다.

이번 영국의 FSA(Food Standard Agency)l에서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도 방사선 문제이다. 즉 FSA는 농심의 신라면, 새우깡, 짜파게티와 같은 라면과 스낵류에 방사선 처리를 한 원료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표시를 포장지에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FSA는 방사선 처리도 인가된 시설에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식품 방사선 처리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박테리아 균을 살균하고 식품의 맛과 품질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많은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표시도 하지 않고 시설도 엉성한 곳에서 했다면 이는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다.

◎ 청정은 아니라도 유해하진 않아야

식탁은 가정의 근본이다. 식구들이 모여 화목하게 밥상을 차려놓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로 행복이기 때문이다. 또한 식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며 하루 세끼를 먹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건강에 해롭진 않아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가공식품의 경우 제조회사들은 맛을 내고 보기에도 좋고 보관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각종 식품첨가물과 색소를 집어넣는다.

물론 식품안전기준이 있어 일정량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정부당국이 예방하고 있으나 이것도 신뢰하기 어렵다. 매번 검사할 인력도 부족하겠거니와 약간의 초과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회사의 양심이나 기업윤리만 믿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반소비자가 식품분석을 한다는 것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기업의 선전이나 홍보, 포장지에 표시된 내용을 진실인양 알고 사는 것이다. 그런데 식품기업들은 때론 소비자를 속이는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한국의 유명 두부회사인 ‘풀무원’에서도 초밥용 유부에서 유전자변형 콩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유전자 콩은 가격이 무척 싸기 때문에 경쟁이 심한 식품업계에서 유혹을 받기 십상이다. 최근 유기농 식품이 인기를 끌고 가격이 비싸지만 소비자가 많이 찾는 것은 바로 이런 안정성 때문이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비록 돈이 많이 들지만 안전한 식품을 먹겠다는 뜻이다.

◎ 유효기일은 중요하다

미국에선 도넛을 하루만 지나면 신선하지 않다고 아예 반값으로 판다. 대부분의 가공식품에는 유효기간이 명시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구매하도록 돕고 있다. 이런 제도는 한국에도 도입되어 비교적 안전하게 운용되고 있으나 유독 수출품엔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예를 들어 라면의 경우 한국에선 일반적으로 5개월 정도가 유효기간인데 반해 미국에선 그 2배인 1년이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지에서 플로리다 한인 마켓을 조사해본 결과도 그랬다.

현재 한인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라면을 보면 오뚜기 진라면은 2006년 3월 7일, 농심 안성탕면은 2005년 11월 18일, 삼양라면은 2006년 2월20일, 포장마차 우동은 2006년 2월 25일 등이었다.

또한 미주한인소비자감시운동에서 워싱톤 지역 일원에서 조사한 바도 그랬다. 삼양라면의 경우 참삼양라면, 쌀라면, 포장마차 우동이 2006년 3월 3일, 해물파티가 2006년 2월 20일 등이었고, 농심의 김치라면과 오징어 짬뽕이 2006년 10월 25일 등으로 과연 그때까지 제품이 안전할까 의심이 갈 정도로 유통기한이 길게 잡혀 있는 것이다.

◎ 자체 생산되면 회수할 예정

이렇게 문제가 되자 농심아메리카 이용훈 LA 지점장은 “지난 6월에 미주 현지공장이 완성되었고 현재 시험가동중에 있다. 이제 시로부터 정식허가를 받으면 곧바로 FDA 허가를 받아 7월 중순경에는 공식 시판이 가능하리라 본다.

현지 생산이 되면 한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의 75% 정도는 소화할 것이고 현재 유통기한이 문제가 되고 있는 제품은 일부 회수 중에 있으며 7월 자체생산이 시작되면 전량 회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리고 “현지 생산될 경우 미국 실정에 맞는 유효기간을 산정할 것이므로 한국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삼양USA 여윤배 부장은 “한국에선 문제가 없는데 왜 미국에서 문제가 되는지 의아하다. 별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일본의 이찌방 라면의 경우 유통기한이 비밀표기로 되어 확인할 수도 없는데 왜 그런 것은 문제삼지 않는지 모르겠다. 특히 미 서부지역은 습도도 없고, 보관상태도 한국보다 좋은 상황이다. 따라서 1년이란 기한이 그렇게 긴 것은 아니다. 또한 수출용 라면은 튀기는 기름도 국내용보다 훨씬 신선한 것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까다로운 미국의 FDA 검사를 받은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했다.

소비자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음식은 먹을 때 기분에 상당히 좌우된다. 기분 나쁜 소리를 들거나 상상하면 입맛이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라면이 1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어떤 소비자가 기분이 좋겠는가? 아마 당사자들도 먹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식탁이 오염되어선 안 된다. 식탁만은 반드시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정부당국과 소비자의 끊임없는 감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505호/200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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