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행사 개최, 무슨 마음으로 하는 겁니까?

<기자수첩> 행사 개최, 무슨 마음으로 하는 겁니까?

서부플로리다 한인 교회협의회에서 자라나는 2세들의 교육을 위해 매년 주최하는 “어린이 큰잔치”인 그림 그리기와 글짓기 대회를 참석했던 어린이들이 대회 도중에 급하게 다운타운에서 열리는 아시안 페스티발 공연에 참가하기 위하여 자리를 떠났다. 한인회장도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부터 동분서주하면서 이곳 저곳 바쁘게 왔다갔다하는 모습이었다.
적은 수의 한인사회다 보니 이쪽 행사에 참가했다가 저쪽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애써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 해도 이해 못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날 겹친 두 행사는 1년 전에 벌써 계획이 된 행사라고 한다. 하지만 이날의 행사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동포사회 행사들이 적은 인원의 참석으로 항상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등 행사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많지도 않은 동포 단체들이 사전에 행사일정을 조율한다면 각 행사가 풍성하게 치러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린이 큰잔치(?)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행사에 참석한 적은 인원 중 대부분이 아시안 페스티발에도 참석하기 위해 급하게 떠나버려 대회 후 시상식은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아시안 페스티발에 급하게 참석한 어린이들은 그동안 배운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어린이 큰잔치는 말이 ‘큰’ 잔치지 그리 크지도 않은 잔치였다. 그림 그리기와 글짓기로만 이루어진 잔치는 기획이 제대로 안된 행사였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우리 고유의 놀이인 제기차기나 닭싸움, 말타기 등 여러 가지 놀이 문화를 몸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용을 못한 형식적인 행사에 불과하였다.
특히 교회협의회에 등록된 19개 교회의 목회자들도조차 4명밖에 참석하지를 않아 과연 이 행사가 교회협의회가 주최하는 행사인지 궁금할 뿐이다.
또 아시안 페스티발에서도 페스티발 의장이 한국인인데도 불구하고 한인동포들의 참여가 저조하였으며 보트 레이싱에도 40여개 팀이 참가했는데 한국팀이 없다는 것은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자리에는 한인회장과 송학노인회장, 미중구사령부에 파견나온 한국군 대표 장교들, 그리고 소수의 동포들만 보일 뿐 대회준비를 맡은 준비위원장과 한인회 집행부 임원조차 전혀 참여하지 않은 행사였으니 오죽하였으랴.
앞으로 참가하거나 개최하는 데에만 의미를 두는 행사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 행사가 우리 한인사회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이 행사를 통하여 무엇을 얻을 것인가 하는 것을 깊게 고민하고 그에 따라 행사들이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각 행사를 후원하는 일반 동포들의 마음도 뿌듯할 것이다.
<447호/200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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