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몸병과 마음의 병

<발행인칼럼> 몸병과 마음의 병

세상 사람들은 각자 제멋대로 생겨서, 몸에서 생기는 병에는 신경을 쓰면서 마음에서 생기는 병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마 맹자였다고 기억되는데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자기 손가락 다섯 중에 하나라도 구부러져 불편해지면 누구나 천리 길을 마다 않고 치료하러 간다. 그러나 몸이 아닌 마음이 구부러졌다면 전혀 그것을 치료하려들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얼굴에 먹이 묻어 있다”고 별것도 아닌 것을 말해주면 “고맙다”고 인사를 받는데 만약 “당신 마음이 비뚜러져 있다”든가 “당신 마음에 문제가 있다”고 얼굴의 먹보다도 훨씬 중요한 사실을 지적해 주면 고맙다하기는커녕 오히려 쓸데없는 참견이나 한 것처럼 싫어하는 것이 우리 부족한 인간들의 참 모습이다.
신병을 치료하려면 몸의 선생님인 의사가 필요하듯이 마음을 치료하려면 마음의 선생님인 교육가, 종교 지도자, 의와 불의를 잘 분별해 행동하는 현명한 인사 등 선생님들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사나 교육가 등 몸과 마음의 선생님들은 그 지식과 덕망의 지주가 되는 선배들이 연구해온 서적들, 연구 보고서들, 고금의 성현들이 써온 성전들, 선배들이 가르친 선례와 경험 등을 충분히 읽고 익히고 나서, 또 그 직책에 알맞는 인격과 경험을 연마한 후에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사를 신뢰해야 효과가 있듯이 마음의 병을 치료할 때 역시 마음 병을 고치는 선생님들을 신뢰하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없다.
아무리 능력있는 치료자가 나타나도 치료받는 자가 상대방의 실력을 제대로 몰라서 신뢰하기커녕 불신하고 오히려 증오하는 자세를 지닌다면 몸 병이건 마음 병을 치료할 수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마음의 병이란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는 정신병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지나친 탐욕을 채우기 위해 사회에 물의를 빚는 것조차 마다 않는 부도덕성의 뿌리 등 그 원인이 되는 모든 옳지 못한 마음을 말한다.
불교의 유명한 경전 중의 하나인 법구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진실을 거짓으로 생각하고 거짓을 진실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 잘못된 소견으로 끝내 진실에 이를 수 없다. 진실을 진실로 알고 진실 아닌 것을 아닌 줄 알면 이런 사람은 그 바른 생각 때문에 마침내 진리와 하나가 되리라. 잘못된 소견을 진리인양 주장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할 줄을 알아야한다. 의와 불의를 잘 분별하여 행하는 사람이야말로 현명한 사람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발자취를 한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제280호> (2000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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