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띠의 해를 맞아…

<김명열칼럼>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띠의 해를 맞아…

 

정말로 힘들었고 견디기 어려웠던 2020년이 얼마전 과거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희망과 기대에 부푼 2021년 새해가 되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불가의 말씀이 있다. 그대로 풀이한다면 ‘날마다 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1천여년전 중국 당나라때 운문종(雲門宗)을 창시한 운문선사(864~949)가 남긴 법어(法語)이다. 선사가 어느날 제자들에게 질문을 했다. “15일 이전은 묻지 않겠다. 단 15일 이후에 대해서만 말 해 보거라”. 아무도 대답하는 제자가 없었다. 선사는 ‘일일시호일’ 하고 크게 외쳤다. 자문자답(自問自答)이었다.

좋은날이라 함은 우선 나쁜 날이 아니라는 뜻이고 나아가 행복한날 이라는 의미도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나쁜 일만 없어도 좋은날이 될 수도 있겠으나 일년 열두달 근심속에 살아가는 시정(市井)의 보통사람들에게 ‘행복한 날’이라니 그게 어디 가당하기나 한 일이겠는가?…….

춘하추동 그날 그날의 날씨를 보면 화창한 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맑은 날이 있으면 비가 오는 궂은날이 있고, 청명한 날 뒤에는 비와 눈이 오거나 세찬 바람이 불기도 한다. 천둥번개에 벼락치는 날도 있다. 이것이 인간들이 살아가는 인생 세상살이의 이야기다.

조선조 초기의 김시습(1435~1493)의 시에 사청사우우환청(乍晴乍雨雨還晴)이라는 일곱 글자가 나온다. ‘비가 오다 잠시 개이더니 다시 비가 오고, 또 개이고 또 다시 비가 오고 개이네’라는 뜻이다. 하늘의 기상도 그처럼 변화무쌍 한데 하물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인간관계에서야 말해 무엇하랴라는 시의 일부이다.

2021년은 신축년으로 소띠의 해이다. 소는 성실하고 부지런 한 것의 상징이기도 하다. 소는 인내심이 강하고 성실하며 주인의 말을 잘 듣고 일도 잘하며 끝까지 자기의 맡은바 일을 끝내고 실행하는 힘이 있다. 12지간 중에 두번째 순서가 소가 된다.

12간지는 12마리의 동물로 상징된다. 그 동물들은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이다. 12지간에 얽힌 재미있는 설화도 있다. 아주 아주 오랜 옛날, 하늘님이 정월초하루 아침 세배하러 오면 오는 순서대로 12등까지 입상을 하기로 정하였다. 수많은 동물들이 이 12등 안에 들기 위해 운동을 하고 머리를 쓰며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그중에 소는 말이나 호랑이 등의 동물들에 비해 달리기에 자신이 없어서 남들보다 새벽 일찍 출발을 했다. 여기에서 소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영리하고 꾀가 많은 쥐가 작은 덩치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부지런히 새벽 일찍 일어나 걸어가는 소의 등에 몰래 올라탔다. 1등으로 도착한 소의 등에서 뛰어내려 가장먼저 문 안으로 잽싸게 뛰어 들어가 1등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12간지 중에 제일먼저 문안으로 들어간 쥐가 첫번째이고 그 두번째가 소가 된다.

신축년(辛丑年)에서 신(辛)은 흰색을 뜻하기 때문에 신축년은 흰소의 해, 하얀 소띠라고도 할 수 있다. 흰색은 신화적으로 새로움과 상서로움의 예조(豫兆=조짐이나 징후)이다. 흰 동물을 신성시 하고 서수(瑞獸=상서로운 짐승) 또는 서조(瑞兆=상서로운 조짐)로 여기는 풍속은 많으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했다. 음력과 양력을 같이 쓰고 있는 한국은 매년 1월1일(양력) 태양력에 따른 설, 새해 첫날을 신정(新正) 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우리나라)에서 태양력을 처음 사용한 것은 조선 왕조실록 (1895년 대한 개국=開國) 504년 고종실록 33권, 고종32년 9월9일 병오 1번째 기사에 따르면, 정월 초하루를 고쳐 정하여 양력을 쓰되 개국 504년 11월17일을 505년 1월 1일로 삼으라고 명한다. 라는 고종의 조령(詔令)에 의해서다. 이때부터 양력 1월1일을 설(신정=新正)로 삼았고 전통의 설은 구정(舊正)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2지간 동물들의 이야기를 곁들여 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지난해 2020년은 여러모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계기를 만들어줬다.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떤 동물에서 유래 했는지는 여전히 지금도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간이 야생동물들이 살던 자연을 침범하면서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잦아진 것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했다. 특정 동물에만 감염되던 병원체가 변형돼 사람에게 까지 전염되어 발생하는 감염병을 ‘인수 공통 감염병’ 이라고 하는데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 많은 감염병이 인수공통 감염병에 해당한다. 사람 몸에서만 사는 병원체는 백신을 개발해 사람들이 면역을 획득하도록 하면 물리칠 수가 있는데 인수공통 감염병은 박멸이 매우 힘들고 어렵다. 병원체가 계속해서 숙주를 바꿔가면서 살아남기 때문이다. 돌연변이가 일어나게 되면 대처는 더욱 어려워진다.

천병철 고려대의과대학 예방의학실 교수가 미국 의학원의 신종 감염병 발생요인을 참고해 정리한 ‘신종 감염병이 최근 대두되는 요인들’을 보면 가축이 대규모로 밀집된 가금류농장이나 돼지농장은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출몰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기후변화 역시 신종감염병 출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강수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질병을 매개하는 모기와 진드기의 서식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다온도와 염분이 변하면 독성 세균과 독소도 증가한다.

우리 모두에게 아침은 일년 365일, 어김없이 날마다 찾아오는데 이들 중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새해 첫날 아침이다. 무궁에서 무궁으로 흐르는 세월을 옛 사람들은 년(年), 계(季), 그리고 월(月), 일(日)로 나누어 계획을 세우고 일을 추진해 나갔다. 그러기 때문에 새로운 달을 맞거나 새로운 계절을 맞을 때 보다 더 경건해지고 더 깊은 의미를 느끼게 된다. 얼마전에는 다사다난 하고 코로나19 질병에 시달리며 공포와 두려움속에 움추리고 살았던 2020년이 세월과 시간에 밀려 떠나갔고 이제는 희망과 기대에 찬 2021년 새 해가 되었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라는 신이 두 얼굴로 앞과 뒤를 각각 바라보며 한 얼굴로는 울고, 다른 한 얼굴로는 웃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섣달(12월)은 지난해(2020년)를 회상하며 울고, 금년 정월(1월)은 맞은 새해를 반기며 지난해보다는 모든 것이 나아지고 좋아질 것 이라는 희망과 기대감에 기뻐서 웃는 달인지도 모른다.

옛날 중국 명나라때 쓰여진 처세 잠언집 채근담(菜根譚)에는 ‘스스로 성찰하는 사람은 닥치는 일마다 이로운 약석(藥石)을 이루거니와 남의 허물을 꾸짖는 사람은 생각이 움직일 때마다 자신을 해 하는 창과 칼이 된다’ 라고 하였다. 우리 모두는 지난해에 짊어지고 있었던 골칫덩어리의 무거운 짐을 털어버리고 가되,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을 고치고 반성하며 새해를 향한 디딤돌이 될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세상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리고 주어지는 오늘, 현실의 주어지는 순간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아감으로써 활짝 열린 올 한해와 주어진 자기만의 인생을 보람 있고 결실 있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나간 한 해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말자.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성경말씀 이사야 43:18~19)“. 금년 새해, 새롭게 맞은 1월달을 맞아 당신께서 세운 모든계획과 꿈들이 사막에, 광야에 큰 길을 내는 것처럼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리고 국가적으로 성취되는 2021년 의 복된 한해가 펼쳐지길 간절히 기원해 드리고 싶다.

금년 새해에는 여러분들의 모든 삶이, 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용감하고 모든 것이 형통되어 이루어지는, 꿈과 희망을 이뤄 보람의 결실을 창고에 가득히 쌓는 기분 좋고 살맛나는 한 해가 되시기를 마음속 깊이 축원드린다.

애독자 모든분들께서 행복하시고 즐거우신 한 해가 되시기를 손 모아 빌어드린다. <1246>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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