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가볍게 살아가자.

<김명열칼럼>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가볍게 살아가자.

 

한국에서 지나간날 한때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소유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살자는 말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괴로움의 근원이 집착과 욕망에 있다고 한다. 물론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소유에 집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이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말의 표현으로, 나는 ‘가볍게 마음을 비우며 살기’를 제안한다. 사람들 중에는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뭔가 부족한 점이 눈에 띈다. 세상에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런 사람들은 유독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몸에 힘을 주고 살고 있다.

운동을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면 잘 안 된다.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서툴다는 뜻이다. 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때 운동이 제대로 되고 모양도 예쁘다. 그런데 그런 경지에 이르기가 쉽지가 않다. 그 경지에 이르려면 수련이 필요하다. 몸의 힘을 빼기 위해서는 마음 수양이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고뇌를 다 짊어진 듯 우거지상을 해가지고, 마음에 역시 힘을 잔뜩 주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세상의 고뇌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들만 달달볶으며 괴롭힌다.

아무생각이 없이 사는 사람은 정말 아무생각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모든 생각들을 초월하여 아무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생각의 찌꺼기들을 털어버리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덩달아 몸도 가벼워진다.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살려면 단순하게 살아야한다. 온갖 일들을 벌여놓고 온갖 사람들과 뒤섞여 살다보면 가볍게 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정에 따라 온갖 일들을 해야 하고 온갖 사람들과 뒤섞여야 하는 경우도 있으리라. 그럴 경우에는 마음을 최대한 비우고 가볍게 만드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나도 편하고 남도 편하여 일도 편하게 잘된다.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살기위해 실행해야할 좋은 문구가 있다. “어제를 생각하지 말고 내일을 걱정하지 말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부처님의 말씀이다. 그런데 나는 이문구를 보면서 마음속에 의문이 생겨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육체적인 고통으로 괴로워한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했던 그 애인이 내 곁을 떠나가서 마음이 너무 아파 괴롭다면?. 지금 이 순간 돈이 없어서 먹고살기가 힘든 형편이라면?. 형편이 이러한데도 이 고통에 충실하라고?……….

그런데, 그렇더라도 그것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응시하면 지금의 그 고통이 줄어든다고 한다. 어쨋거나 듣고 보기로는 괜찮은 말 같기도 한데, 각자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고 노력하기에 달린 문제 같다. 세상에 던져진 화두 중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봤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는 것 같다. 많은 철학자들과 유명인들의 강연과 책을 읽어봐도 답이 없다. 결국은 나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삶이어야 하는데, 타인과 비교하고 눈치 보느라 늘 지쳐서 제자리걸음이다. 수없이 많고 많은 낮과 밤의 연속에서 어떻게?……에서 찾은 답은 ‘세상을 단순하게 살자’였다. 그러나 나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사람이다.

내가 단순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늦은 밤이 되도록 끙끙대고 골머리 썪히며 글을 쓸 필요는 없다. 그저 편하게 안락의자에 앉아서 TV보거나 책을 읽든지, 아니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 휴식의 밤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못하는 것을 보면 진짜로 단순한 사람이 못된다. 그리고 세상살이 속에 감정의 변화도 많고, 아무것도 아닌 일을 너무 깊게 생각하는 아주 복잡한 뇌구조를 가지고 있어, 마음을 비우고 단순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길가에 있는 전봇대를 뽑아서 이빨을 쑤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같다.

욕심 많았던 학창시절에는 이것저것 해보기도 좋아했고, 운동이나 게임을 하면 늘 승부욕에 집착해 이기려고만 애를 썼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랑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라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친구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간 지금, 생각을 해보니 그 친구가 한 말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범하게 살려면 세상의 모든 욕심과 물욕, 명예욕, 출세욕 등을 모두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쉽고 단순하게 살자 였다. 요즘 주변에서 쉽게 노출되는 말들이 ‘비우는 것이 곧 채우는 것이다’ 이다. 옷장비우기, 냉장고 음식 있는 것 다 먹고 비우기, 중고물건 되팔거나 나누기, 몸의 독소 비우기, 생각 비우기, 등등….정말 많이 듣고 보고 한 것이지만 내가 직접 하려고 하면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나는 종종 집사람에게 무엇 무엇을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의 말을 자주 듣는다. 나의 서재에 잔뜩 쌓여있는 책이나, 옷장 속에 겹겹이 밀려 걸려있는 옷가지들이 너무 많으니 남에게 주거나 구호기관에 기증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그 말이 옳은 줄 알면서도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지금껏 뭉기적대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러나 나의 집사람은 나와는 전혀 딴 판이다. 집사람은 일년에 몇번씩 집안의 살림도구라든가 자기가 입든 옷가지, 생활용품 등을 자선기관에 기증한다. 어느 때는 한번도 써보지도 않은 전자기기용품을 내주는가 하면 값비싼 고가의 옷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옷 보따리속에 싸 넣어서 구호기관의 트럭에 실려 보낸다. 그러고는 하는 말, “공간이 없는 물건, 내가 필요 없는 물건, 시간이 오래된 물건 등등을 모두 내어주니 일단 시각적 청결함이 주는 산뜻함이 있어 정말 기분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쓸데없는 것에 내 에너지를 낭비하는 시간도 줄어든 것 같아 미니멀 라이프로 살아가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그렇게 비우며 단순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나의 집사람에게 나는 많이 배우며 살아가야겠다.

행복의 비결은 더 많은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적은 것으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내가 가진 범위 안에서 내 행복을 찾는 것이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건을 적게 소유하면 생활이 단순해지고, 생활이 단순해지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가 된다. 마음이 정리가 되면 나의 몸을 좀 더 돌볼 수 있게 시간을 갖게 되고, 전보다 더 내 삶이 풍요롭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나누고 베푸는 미학과 더불어 일상에 감사한 마음이 찾아온다.

앞으로는 다가오는 삶에 있어서 매 순간이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모든 욕심과 탐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 살아가기란 정말로 힘든 줄로 안다. 그러나 새해에는 마음 빼기 방법으로 마음을 비워서 밝고 맑고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어나가면 좋겠다. 살맛나는 세상에서 너, 나 없이 누구나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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