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행문> 요세미티 국립공원(3)

<김명열기행문> 요세미티 국립공원(3)
지난주에 이어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밖은 아직도 캄캄하다. 시간을 보니 새벽 4시다. 탬파시간으로는 아침 7시이다. 잠자리가 바뀌고 침대가 내가 늘상 쓰는 침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잠을 그렇게 숙면을 취한기분이 아니다. 다시 침대에 든다 해도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잠옷 위에 자켓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있고 한 밤중이다. 깊은 산속의 밤 날씨는 한기(寒氣)를 느낄 정도로 쌀쌀하다. 심호흡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두팔을 벌려 올려 크게 기지개를 켜본다. 길게 뻗은 양손 팔뚝위로 올려다본 하늘은 탄성을 지를 만큼 아름답다 어두운 밤하늘의 우주 공간에는 마치 보석을 뿌려놓은 듯 영롱하게 빛나는 별빛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보석 쇼라도 하듯이 구름 한점 없는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저마다 자리를 지키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다. 마치 진주나 다이아몬드, 각종 보석들을 뿌려놓은 듯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별들의 우주 쇼가 전개되고 있다. 빛들의 경쟁, 빛의 잔치가 지금 내가 올려다보고 있는 밤하늘에서 펼쳐지고 있다. 나는 이제껏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별들의 빛 자연이 펼쳐주는 찬란하고 아름다운 보석의 빛들로 우주 쇼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항상 바쁘고 긴장된 환경과 생활 속에 구속을 받으며 살고 있는 도시인들은 이러한 하늘위의 별들이 펼치는 우주 쇼를 볼 수도 없으며, 보려고 생각지도 않는다. 이유는 언제나 인공 조명으로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져 있는 도심에서 이러한 별들의 보석 쇼를 본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고 관심조차도 갖지 않는 별개의 사항이다. 바쁘고 힘든 하루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혹은 손에 들린 휴대폰만을 쳐다보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도회지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인공적인 빛을 내는 휴대폰, 조명등에 갇혀 자연적이고 광대한 빛을 내는 밤하늘을 올려다볼 시간과 여유가 많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직 시골에 놀러가 어두운 밤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이 별은 내별, 저 별은 네 별” 이라고 얘기하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꿈속의 환상의 얘기가 아니고 지금 나는 현실 속에 저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며 꿈속의 환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별, 별, 세상에는 별별 일이 다 있고, 별볼일도 없지만, 나는 지금 그 별들의 모든 별별일과 별볼일 없는 일들을 다 제쳐두고 나 혼자서 별 보는 일을 싫컷하고 즐기고 있는 것이다. 밤하늘의 별들이 저렇게 아름답고 신기한지 오늘에서야 새삼 느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저렇게 오묘하고 신비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별들을 인간들에게 선물해주신 조물주이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고개를 들고 한참을 별을 보는 재미에 넋을 잃다시피 하다 문득 고개를 내리고 주위를 살펴보니 사방이 너무나 어둡기만 하다. 깊은 산속, 사방, 주위는 온통 소나무와 Red wood나무들로 빼곡히 둘러싸여있는데, 금방이라도 곰이나 산짐승들이 나타나 나에게 달려들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해온다. 조금전 집안에서 밖으로 나올 때 문설주에 큼지막하게 써놓은 경고판이 머리에 떠오른다. “곰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이곳, 산악지방, 숲이 우거진 이 삼림지대에는 많은 산 짐승이나 곰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사전의 정보와 뉴스를 통해 잘 알고 있는 터라, 그 생각이 머리에 스치니 불현듯 공포감이 생겨나고 몸이 움츠러든다. 거기에 더욱 무서움과 공포감을 증감시키듯이 가까운 소나무 위에서 부엉이가 “부엉 부엉” 큰소리를 내며 울고 있어 더욱 겁이 덜컥 솟아난다. 이때 갑자기 저쪽의 레드우드 키다리 나무위에서 울지 않고 보이지 않게 앉아있던 커다란 부엉새 한마리가 푸드드득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긴 날개를 펼치고, 바짝 가까이 내 머리위로 스쳐가듯이 지나간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몸이 후들후들 떨린다. ‘에라 모르겠다. 별들의 쇼를 보다가 놀래가지고 간이라도 떨어지기 전에 집안으로 들어가자’추위와 한기로 움츠러든 차가운 몸을 추스리며 급히 집안으로 들어왔다. 집 안으로 들어오니 Fire Place에서 타고 있는 벽난로의 온기로 몸이 따듯함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한때, 나중에 내가 일선에서 은퇴 한다면 지리산 같은 깊은 산속에 들어가 자연을 벗 삼아 밤에는 별을 세며, 산나물에 꽁 보리밥을 비벼먹으며,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도다’라는 말처럼 그렇게 여유 있고 마음을 비우고 편안히 살고 싶었든 때, 꿈도 가졌었는데, 막상 이렇게 깊은 산속에 와서 보니 너무나 외롭고 무서우며 밤에는 밖의 출입을 못할 것 같으니 아예 그러한 생각을 접은 것이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곳은 너무나 깊은 산속이고 외진 곳이라서 전화도 잘 안 터지고 더군다나 컴퓨터나 아이폰, 랩탑 등의 전자기기는 쓸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집 주인은 이곳 집안에 와이파이를 설치해서 일단 집안으로 들어오면 그러한 문명의 이기들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이른 새벽이지만 텔레비전을 켜니 새크라멘토방송국에서 송출해 보내는 티비 프로그램을 볼 수가 있었고, 케이블이 설치돼있어 각종 뉴스와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엊저녁에 늦게 도착하여 미처 펼치지 못한 짐에서 식품이나 일용품들을 꺼내어 정리했다. 밑반찬 에서부터, 햇반, 캔 통조림, 과일, 음료수, 고기류, 다과류 등을 정리하여 냉장고에다 넣고 식탁위에도 편리하고 먹기 좋게 정돈해놓았다. 아침은 이곳에서 먹고 나가지만, 일단 공원에 구경을 가면 그곳 가까운 곳에서 점심이나 저녁은 사먹기로 계획을 세웠다.
아침 햇살이 환하게 창문으로 가득히 밀려온다. 따사로운 햇살과 방안의 벽난로의 온기로 방안이 훈훈하다. 출입문 유리창을 통하여 보니 멀리 요세미티 빌리지 센터의 아름다운 광경이 눈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 옆쪽 가까운 산자락에는 몇년전에 산불로 화재를 입은 새까만 나무의 잔해들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우중충하게 서있다. 얼마나 대형 산불이었으면 저렇게 넓고 광대하게 불에 타서 새까맣게 변해있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니 머리가 저어진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근처의 지리도 살피고 집 주변 구경도 할 겸 해서 산책을 나섰다. 다행이 눈도 오지 않고 11월 하순의 산악 지방이지만 날씨는 온화한 편이라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갔다. 혹시라도 숲속에서 곰이나 산짐승의 돌발적인 출현에 대비하여 크고 튼튼한 나무 몽둥이를 움켜쥐고 집사람과 딸의 앞에 서서 걸어갔다. 시야를 가리는 커다란 나무기둥 사이를 지날 때마다 산 짐승의 습격이나 돌출에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에 힘을 주며 걸었다. 잔뜩 겁을 먹고? 걸으며 주위를 살폈으나 사나운 산 짐승은 나타나지 않고, 산 토끼 두마리가 떡갈나무 밑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다가 우리 일행을 보고 놀라서 부리 낳게 도망을 친다. 한참을 달려가다 조그마한 바윗돌 위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이쪽 우리가 있는 곳을 바라본다. 그들이 떠난 곳을 보니 얕으막한 웅덩이가 하나 자리 잡고 있다.
물은 깊지 않으나 청정수처럼 맑디맑다. 아마 이런 것을 두고 깊은 산속 옹달샘이라고 누가 동요를 지어 불렀나보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하고 자세히 보니 새벽에 토끼가 잠자고 일어나 세수하러왔다가 물만 먹고 가나보다. 조금 더올라가다 보니 어미사슴 한마리가 새끼 한마리를 데리고 저쪽 산허리 쪽으로 어슬렁어슬렁 올라간다. 아마도 쟤들도 조금 전에 저 옹달샘의 물을 마시고 모자가 산책을 나가나보다. 이곳에 와보니 저런 산 짐승들도 친구나 이웃처럼 가까운 감정이 생겨나고 귀여운 친근감이 생겨나서 마치 함께 이 산속에 사는 가족 같은 정감이 생겨났다.
오로지 이 깊고 고요한 산속, 평화로운 아침시간에 여기서만 느끼고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정경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자연은 인간을 선하게 만들고 짐승들이라도 나의 친구 같은 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살았던 에덴동산도 이러했으리란 생각도 든다. <다음호에 이어짐>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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