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플로리다 한인동포 여러분,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김원동칼럼> 플로리다 한인동포 여러분,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한해를 마감하는 날, 나는 송년예배 시간을 좀 앞당겨 밤거리로 나섰다. 꽁꽁 얼어붙은 경기를 실감하기에 족했다. 잔설(殘雪)이 보도를 메운 거리에는 차가운 바람만 불고 있다. 네온과 징글벨이 실종된 몇 일전 성탄전야의 썰렁했던 분위기 그대로다. 11시 반에 시작된 예배도 그랬다. 이 어려움을 기도로 극복하자며 이어지는 목사님의 설교는 종전의 송년예배처럼 새해시작 10초를 남겨주고 카운트다운을 하던 순서도 무시되고 지나간다. 그리고는 그 순간부터 사흘간을 금식을 하자는 제안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날이 밝으면 손자손녀들의 세배를 받으면서 함께 떡국을 먹으며 덕담을 들려줘야 할 시간이 성큼 다가오기에 나는 속으로 “목사님 그것만큼은 어렵습니다”며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축도가 끝나자 거리로 나온 은혜롭지 못한 찝찝한 귀가 길에 올라서며 그 길로 한인상가도 돌아 봤다. 거기도 설렁한 분위기다. 기러기 엄마들이 붐비는 도넛샵이라 해서 붙은 이름인 “기러기 다방”도 밤새 문을 열어놓고 북적거리던 예년의 그믐날 밤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올해는 문이 닫혀있었다.
유학생들의 전용이라고 알려진 “내 고향”과 “질러”라는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간판이 붙은 노래방들도 여느 해와는 달리 그 붐비던 문전이 썰렁하기만 하다. 미국 발 글로벌경제위기가 실감나는 정월 초하루 새벽의 한인상가를 본 느낌이다. 그리고 해마다 고객들에게 잊지 않고 달력을 놓아주던 한인업소의 변한 인심도 불경기를 실감케 한다. 송년 근하신년 모임의 광고도 올해는 뜸했다. 각자 알아서 집에서 쉬자는 아쉬움이 비치는 한 단면이다.
새해 아침 다음날 나는 인쇄비에 허덕거리며 힘겹게 만든 신문을 트렁크에 한가득 싣고 나이아가라를 향해 떠났다. 폭포지역 일대에 모여 사는 2백여 한인가정에 전해주기 위해 그 지역배달을 담당하는 어느 작가와의 만나는 스케줄 대로다. 계절에 구애없이 전 세계 신혼부부들의 신혼여행 선호지 제1순위라는 그곳 폭포주변 관광업소도 울상이란 것이 작가의 변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다. 세계금융계를 한 손으로 주무르던 미국의 금융재벌들과 타이타닉호의 다가오는 운명을 감지 못했던 선장처럼 앞을 내다볼 줄 모른 채 파선(破船)이 아닌 필연적인 도산을 예측 못하고 방만 경영으로 일관했던 자동차메이커 등 세계경제파동의 주역들의 이름을 들먹거리기도 했다. 우울한 세계경제에 대한 신라문학상 수상작가 다운 그의 구수한 입담이 이어지면서 필자의 훈수도 뒤따랐다. “부자 3대를 못간다”는 징크스를 깨고 300년 부(富)를 누린 경주 최부자의 남다른 부자철학과 함께 반대현상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론도 펼치면서 고드름 절벽사이로 쏟아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나누던 둘만의 신년 덕담의 말미를 나는 예의 탬파 전도사로써의 실력을 또 한번 유감없이 발휘했다. 탬파의 한인동포들은 어쩌다 신문사를 찾는 날에는 이 사람이 밀린 광고비 내러 왔나 하고 쳐다보는 이곳 풍경과는 달리, 그곳의 유일한 신문사인 한겨레저널에는 현관을 들어서면 한겨레도서관이라는 것이 있어 지역독자들의 정서함양에 일익을 담당하는 남다른 멋진 모습이 있다고 전했더니 문인다운 반응이었을까. “아직 다 망가지지는 않았네요” 하며 “짠”한 그는 폭포의 물보라 속에 영롱하게 떠 오른 오색무지개를 보며 마지막 소주잔을 비운다. “탬파 한번 가보고 싶네요 그렇게 아름다운 한인사회가 또 있었군요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라는 정균섭작가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또 다음 만남의 약속을 논하며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올해도 변함없이 한겨레도서관을 찾는 아름다운 상하(常夏)의 도시에 사는 아름다운 플로리다 동포 그리고 탬파동포 여러분들에게 어려운 중에서나마 건강하시고 행복 가득한 삶이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kwd70@hotmail.com <670/200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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