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자의 이스라엘, 요르단 성지순례 기행문<3> 첫 순례지 욥바 항

김명열기자의 이스라엘, 요르단 성지순례 기행문<3> 첫 순례지 욥바 항

 

밤새 잠을 제대로 못자고 거의 뜬눈으로 비행기 안에서 10여 시간을 좁은 의자 공간에 앉아서 날아온 우리 순례객 일행 21명은 장시간의 비행 끝에 얻어진 피로감을 떨쳐내지 못한채,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미국여권을 소지한 대부분의 우리 일행들은 특별한 짐 검사나 검문 없이 순조롭고 부담 없이 입국심사대를 통과해 밖의 대합실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어쨋거나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거치는 10박11일간의 성지순례여행이, 하나님께서 40년동안 유대 광야에서 이스라엘백성을 지켜주시고 인도하여주셨듯이 우리들 또한 하나님께서 보살피심과 은혜와 축복속에 안전하게 인도하여 주실 것을 굳게 믿으며, 설레는 마음과 기대와 흥분으로 상기된 기분을 억제하며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넓다란 공항대합실에 하나여행사 탬파 샘물교회라는 안내판을 들고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던 전병규 선교사(목사님)님이 대뜸 우리들 일행을 알아보고 반가운 얼굴로 우리앞에 다가선다. 키도 크고 코도 크며 겉모양이 동양인과는 거리가 먼 서양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는 이역만리 타국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서, 같은 얼굴모양, 같은 피부색, 같은 언어를 쓰는 동족의 한인 선교사님을 만나니 너무나 반갑고 기뻤다.

전병규선교사님은 이곳에서 선교 사역을하며 틈틈이 한편으로는 현지 이스라엘 대학교에서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전 선교사님과 더불어 부인되시는 김승아 선교사님도 함께 그곳에서 선교사역을 펼치시고 계신다. 전병규목사님(이하 이어지는 존칭은 선교사님보다 목사님으로 통일시켜 지칭하겠다)은 이곳 이스라엘에서의 4박5일동안 우리들 순례객 일행들을 안내하고 인도해줄 분이시다.

전목사님의 간단한 자기소개와 순례일정 안내 설명을 들은 우리일행들은 곧바로 대형 관광버스로 짐을 옮겨 싣고 첫 순례지인 욥바로 향했다. 관광버스는 40여명이 탈수 있는 좌석이 준비된 대형버스였는데, 우리들 일행 21명이 타고 보니 반 이상은 좌석이 비어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각자 개인들은 편한대로 버스내의 좌석에 임의대로 선택해 앉아서 다리를 쭈~욱 펴고 편안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며 차창밖으로 비쳐지는 이국의 풍경들을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달리는 버스내에서 전병규 목사님은 열심히 이곳 이스라엘 역사와 독립과정, 이스라엘인들의 생활모습, 지리적 상황과 여건, 문화, 종교문제, 경제, 타민족과 이념적 종교적 갈등속의 대치와 전쟁, 팔레스타인 이야기 등등을 상세하고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었다. 전 목사님의 설명을 흥미 있고 재미있게 듣던 중, 어느덧 버스는 요나가 도망쳐서 머물렀던 욥바항 도시에 도착하였다. 이곳에 도착해보니 어느덧 해는 져가고 어두움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만추의 늦가을, 늦가을의 여행을 추억하면 특유의 외로움과 애상적인 향수가 느껴지곤 한다. 늦가을 11월달의 이스라엘은 썸머타임이 벌써 해제되고, 오후 4시반경이 되었는데 벌써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다. 어둠이 깔린 낯선 이방의 도시를 찾아들어가는 순례객의 마음은 어쩐지 외롭기도 하고 쓸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일행들은 여럿인데,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이런 곳에서 어울리는 말 같기도 하다. 우리가 첫 순례지인 욥바를 찾았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고, 길가로 지나는 도로변의 어느집 창가에 켜놓은 전등의 가냘픈 불빛에 왠지 모든 것을 위로받는 듯한 포금 함을 느끼기도 한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어둠이 깔려오는 만추의

가을길 위에서 어차피 나는 이곳 이스라엘에서 이방인임을 실감하기도 한다. 나는 이곳에 속한 사람이 아니구나! 아니 어쩌면 그러한 고독감이 살짝 반갑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스치듯 곁을 떠나가는 이곳의 도시와 마을들의 늦가을 풍경은 그래서 더 잔상이 오래남고, 강하게 기억되는 것 같다. 한 여름 같은 뜨거운 열정은 없어도 차분히 믿음의 신앙, 마음속 울림에 집중할 수 있는, 짙푸른 가을하늘아래 어둠이 몰려오는 낯선 길 위에서, 주님 안에 한가족이 되고 사랑을 나누는 형제자매들의 손을 꼬옥잡고 서로가 낯선 이역만리 이방에서 따듯한 온기를 나누고 전할 수 있어서 이번의 성지순례여행은 더욱 더 특별한의미를 느낀다. 길가 가로수의 나뭇잎은 여전히 풍성하지만 수분이 말라가는 것이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듯 하다. 바람도 공기도 내 마음도 사뭇 다르다.

인생은, 세상은, 한번도 제자리인적이 없는데, 왜 나는 변화된 모습과 환경에 새삼스레 낯설어 하는걸까. 그리고 그 바뀌어지고 처음 대하는 환경속에 묻혀 외로움 가득한 사색으로 접어들고 있는것일까.

우리는 때때로 가끔씩 어느 한 시점에서 하나님께서 멀리 계시거나 심지어 무시한다고 느낄때가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들도 진리를 앞설 수는 없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안에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고 반복적으로 약속하신다. 이뿐만 아니라 성경과 우리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계속 보여주신다. 나는 하나님께서 지금 이순간도 나와 함께 하심을 굳게 믿고 힘차게 첫 순례지인 욥바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본다.

 

욥바(Jaffa), 요나가 도망간 욥바 항,

이방인에게 복음이 전해지는 시작점에는 베드로와 고넬료의 만남이 있다. 그 장소는 욥바로, 욥바는 성경에 나오는 지명들 가운데 이방인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잘 나타난 곳 중 하나다. 요나가 니느웨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피해 다시스로 가려고 했던 땅도 욥바였다.

옛 모습과는 아주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도 욥바에는 항구가 있고, 요나시대나 베드로시대와 똑같이 욥바 바닷가에서는 파도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욥바와 텔아비브(이스라엘에서 가장 자유로워 보이는곳)~ 욥바는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65Km쯤 떨어진 지중해 바다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다. 히브리 음으로 야포(Yafo)라고 불리는, 아름답다는 뜻을 지닌 욥바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다. 에메랄드빛의 지중해 해안을 끼고 있으며, 현재 행정구역은 텔아비브에 속해있다. 성경시대에는 가나안지역의 가장 중심적인 항구도시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갈멜산이 있는 하니파 해변의 항구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욥바는 항구도시로서의 모습과 기능을 거의 잃었다. 1880년경에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온 유대인들이 욥바의 비싼 물가를 피해 당시 북쪽해변의 발판이었던 지금의 텔아비브로 이동을 시작했고, 1909년부터 신도시 텔아비브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텔아비브는 발전을 거듭해 이스라엘이 독립하고 1년뒤인 1949년에는 욥바가 텔아비브에 통합되었다.

이스라엘은 독립한 후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여 현재는 800백만명을 넘어섰는데, 텔아비브에는 50만명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예루살렘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가 된 텔아비브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로, 경제와 유통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봄의 언덕’이라는 뜻의 텔아비브는 나훔 소콜로브라는 사람이 “이에 내가 텔아비브 이르러 그 사로잡힌 백성 곧 그발 강가에 거하는 자들에게 나아가(겔3:15)……”라는 성경구절에 나오는 텔아비브에서 그 이름을 얻었다. 물론 에스겔 성경에 나오는 텔아비브는 현재 이스라엘의 텔아비브가 아니라, 옛 바벨론제국의 그발 강가에 있었던 한 곳의 지명이다. 욥바와 텔아비브는 해변을 중심으로 남쪽은 욥바, 북쪽은 텔아비브로 구분된다.

예루살렘이 누런 빛깔의 벽돌로만 건물을 짓도록 법으로 정해 ‘황금의 예루살렘’이라는 명칭을 유지하는 것에 비해 텔아비브는 흰색건물들이 많이 지어져 일명 White City라고 한다.

텔아비브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욥바의 Old City 길을 걸으니 텔아비브의 거리들과는 대조적으로 빛바랜 색조에 오스만투르크 시대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듯 분위기가 고풍스러웠다. 레바논의 백향목을 들여오고, 베드로가 머물렀던 곳, 구약성경에서 욥바가 언급된 곳을 보면 솔로몬 왕이 홍해를통해 ‘오빌의 금’이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의 금을 수운(바다를 통해 운반)해왔고, 욥바 항구를 통해서는 레바논의 극상품 백향목을 뗏목을 이용해 들여와서 성전을 짓는데 사용하였다(대하2:16, 스3:7), 그보다 앞서 여호수아 19장46절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업을 나눌 때 단 자손의 기업에 욥바가 나온다. 신약성경에서는 사도행전에 베드로가 욥바에 머물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다비다’라고 이름하는 여제자 도르가가 병들어 죽었을 때 제자들이 욥바에 있던 베드로를 룻다로 청하여 베드로가 그녀를 살렸고(행 9:36~42), 가이사랴에 살았던 백부장 고넬료가 종들을 욥바 바닷가의 피장 시몬의 집에 보내어 거기 머물던 베드로를 가이샤라로 청하여 와서 복음을 듣는 이야기가 나온다(행10장), 나름대로 의롭고 경건하게 하나님을 섬겼던 고넬료가 구원받지 못했다가 베드로가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죄 사함을 받는다”는 말씀을 전할 때 구원받는 장면은,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마다 큰 감동을 안겨준다.

다음주에 이어짐(다음주 예정은 가이사랴성 순례기)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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