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이 무더운 삼복더위에…………………

 

<김명열칼럼> 이 무더운 삼복더위에…………………

한국은 지금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와 찜통더위로 곤욕을 치루고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무더위로 난리들이며 그로인해 열사병이나 기타 고온현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수천, 수백명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일년중 가장 더운 기간을 일컫는 말로 우리는 삼복을 말한다. 삼복(三伏)은 7~8월중에 있는 세번의 절기로 약 10일 간격으로 있는 초복, 중복, 말복을 의미하고 있다. 금년을 보면, 초복이 7월17일이고, 중복은 7월27일이며, 말복은 8월16일이다. 삼복에서 복(伏)은 사람인(人)과 개 견(犬)자가 합쳐진 것으로, 너무 더워서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지낸다는 뜻이 된다.

옛 선조들은 복날이 되면 복달임이라 하여 시원한 강과 계곡으로 놀이를 갔다. 이렇게 무더운 삼복더위때는 그 무더위를 이기기위해 이열치열이라 하여 닭이나 개장국을 먹은 후 후식으로는 이냉치열이라 하여 참외나 수박같은 시원한 과일을 먹었다.

참고로 오늘날 우리가 함께 겪고 있는 이 삼복은 어떻게 유래됐으며 우리의 조상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어떠한 풍습을 가지고 있었는지 소개하여드리도록 하겠다. 삼복은 옛날 중국 진나라 덕공 2년에, 예부터 중국에서 전해오는 주술행위에 따라 여름더위에 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위해 개를 잡아 삼복 제사를 지내는 것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삼복때 고위 관료들에게 더위를 이기라는 뜻으로 빙표(氷票)를 나누어 주었는데, 이 빙표를 가지고 장빙고에 가면 얼음을 타서 그걸 갖다가 집에서 유용하게 써먹었다고 한다. 또한 삼복에 내리는 비를 삼복비라 하여 이 비로 일년농사를 점치기도 했다. 남쪽지방에서는 “초복날 소나기는 한 고방의 구슬보다 낫다”라며 삼복비를 반기는 뜻의 속담이 전하는 반면, 북쪽지방에서는 대추팔아 결혼자금 마련하려던 처자가 삼복비를 맞으며 운다는 속담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는 남쪽에서는 주로 벼와 곡류가 재배되어 더운날 내리는 비가 풍년을 의미하지만, 북쪽지방에서는 과일과 대추를 주로 재배해 삼복비를 먹으면 대추가 잘 자라지 못하는데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최근 오늘날에 보면 복날이 되면 삼계탕집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난리법석인데, 이는 동의보감에 닭고기가 여름철 건강에 이롭다는 말이 실리면서 복날의 중요한 음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삼복더위 절기 기간중에는 입추가 있다. 입추(立秋)란 이제 가을이 들어섰다는 말인데,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입추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날이 아니다. 입추때는 “무더위속에 벼 자라는 소리에 놀라 개가 짖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더위가 절정에 달하기 때문이다. 사실 입추는 1년중 더위가 가장 극성을 부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입추가 포함된 이 시기를 우리는 삼복더위라고 부른다.

이 무더운 삼복더위의 여름철에, 우리의 조상들은 더위를 이기려 하지 않고 더위와 동행해왔다고 할 수 있다. 1558년 여름, 남명선생은 제자들과 함께 지리산 산행을 했다. 남명선생은 지리산에 오르는데 만족하지 않고 지리산 곳곳의 유적을 둘러보고 무거운 세금에 신음하는 백성들의 고통을 기록으로 남기며 선비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고 재충전의 기회로 삼았다고 한다. 또한 다산 정약용선생은 소서팔사(消暑八事), 즉 더위를 식히는 8가지 방법이라하여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 그네타기, 달밤에 발 씻기등의 피서법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전정, 군정, 환곡의 폐단과 불합리한 신분제도와 과거제도등 조선후기의 사회 모순에 대해 깊이있게 연구했다. 신체적으로 비대했던 연암 박지원은 여름에는 산속에서 나와 서울에서 유유자적 지내면서 행랑채의 상민들과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용후생학이라는 연암의 글들이 영글게 했다고 한다. 대개의 우리 선조들은 가장 친 환경적인 피서법인 부채와 벗하였고 시간을 내어 탈족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시를 짓거나 하면서 소요음영하기도 하고 유유자적하기도 하면서 여름을 나기도 하였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여러면에서 우리의 조상들보다 좋은 여건속에서 여름을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적 삶은 그때보다는 팍팍해지고 각박해져 삶의 여유가 더 없다. 이럴 때 일수록 조상의 여름나기 지혜와 슬기를 배워 생활의 여유를 찾고 큰 그림을 그리는 꿈도 함께 꾸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가져 보는것이 어떨지 생각해본다.

앞서도 잠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삼복더위가 닥치면 으례 연례행사처럼 개를 잡아서 보신탕을 해먹었다. 몸을 보신하는 탕은 모두 보신탕이지만 우리에게는 대부분 개고기탕으로 통한다. 본초강목에 보면 개고기는 오장을 편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위를 보호하고, 양기를 일으킨다고 나와 있다. 또한 현대적인 연구에 따르면 개고기는 사람의 근육과 가장 가까운 아미노산의 조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소화가 잘되고 흡수가 잘된다. 개고기에는 특히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포화지방산이 적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있다. 병후 회복을 위해서나 영양보충을 위해 보신탕이 선호되는 몇 가지 이유이다. 경희대 국문과 서정범교수는 삼복더위에 보신탕을 비롯한 각종의 보양식을 많이 찾는 이유를 한국인의 체질에서 찾는다. 흔히 체질을 남방계체질과 북방계체질로 나누는데, 북방계는 속이차고 겉이 뜨거운 반면, 남방계는 겉이 차고 속이 뜨겁다. 북방계는 겉이 뜨거워 추운날씨에는 잘 적응을 하자만 더운 날씨에는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 반대로 남방계는 늘 더운 날씨에 적응돼있으므로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 한국, 우리나라같은 기후에서는 북방계체질이 많은데 이들은 여름이 가장 힘들어 여름철에 보양식을 찾는 문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개고기를 화(火)에 속하는 음식으로 보는데, 여름철에 개고기를 먹는 것은 이열치열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보신탕으로 이용되는 소위 말하는 똥개에도 등급이 있다.

최상은 황구(누렁이)이고, 다음은 흑구(검둥개), 그다음이 화구(바둑이 얼룩이), 마지막이 백구(흰둥이) 순이었다. 황구는 보신용으로, 흑구는 약용으로 많이 쓰였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바둑이와 백구는 식용으로나 약용으로 쓸데가 없어서 찾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옛날 나의 소년시절 시골에 살때, 복더위의 여름철이 되면 동네사람들은 동네에서 기르는 개를 한마리 사다가 나무가지위에 목매달아 걸고 잔인하게 두들겨 패서 죽여가지고 불에 그슬려서 시냇가에 설치해놓은 가마솥에 넣고, 된장과 마늘, 양파 등등의 갖은양념을 다 넣고 삶고 끓여서 개장국(보신탕)을 해 먹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한국사람들은 으례 보신탕을 해 먹으려면 잡아온 개를 잔인하게 두들겨 패서 죽여 개장국을 끓여먹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나 잔인하고 눈물이 나는 안타까운 장면이다.

복날 개패듯한다는 말이 있다. 어째서 개를 잡을때 두들겨 패서 잔인하게 잡아야했을까? 어떤 사람들은 개가 구타당하면서 근육이 긴장하면 당 분비가 많아져 육질이 쫄깃하고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고통과 스트레스로 인해 아드레날린 분비가 많아져 오히려 맛없는 고기가 될 수 있다. 역사가들은 복날 개패듯하는 도살법이 우리민족의 문화적인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농경민족으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동물을 도살하는 요령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렵문화에서는 동물을 한방에 절명케 하는 법이 잘 발달해있지만, 농경문화에서는 그런 방법이 발달하지 못해 급소를 몰라 몽둥이로 패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쨋던간에 이젠 개를 두들겨 패서 도살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사람에게 먹히는 것이 가축들의 운명이라면 좀 더 편안한마음으로 기꺼이 희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는 개만은 잡아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네 인간들과 가장 가까이 지내고 있는, 가족과 같은 반려견만은 평생을 주인곁에서 살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아 개들의 묘지에 묻혔으면 좋겠다.

이집트 신화에서 개의 얼굴을 한 아누비스 신은 죽은 사람을 저승의 심판관에게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알타이 신화에서도 사람이 저승에 가면 저승문을 지키는 개를 만난다고 한다. 저승에서 개들의 인도를 받고 싶은 영혼이라면 조금이라도 개를 존중해주자. 이 무더운 삼복더위 여름철이 되면 지금 한국의 어느곳에서는 무자비하게 매를 맞고 죽어갈 보신탕용의 개를 생각하니 불쌍하고 눈물이 솟아난다. 나는 개를 도살하고 보신용으로 먹는 것을 절대 반대하는 사람이다. 이 지긋 지긋한 무더운 여름, 삼복더위가 어서 속히 떠나가 주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개들의 수난 시기도 앞당겨 질 테니까……….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29>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