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행문> 요세미티 국립공원(2)

<김명열기행문> 요세미티 국립공원(2)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의 여행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일주일동안 머물고, 이후 시카고로 돌아와 그곳에서 10여일을 머물며 나의 개인적인 볼일들과 아울러 시간이 나는 대로 지인들도 만나고 병원에 가서 정기검진도 받을 예정이다. 시카고에 살면서 오랫동안 의사 선생님들에게 정기 진료나 치료를 받아왔기 때문에 그 분들은 나의 모든 건강에 대한 레코드를 갖고 있어 나는 가끔씩 시카고에 올라갈 때마다 건강검진을 받고 온다.
짐을 싸면서 생각하니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높은 산악지역이기에 눈이 오거나 왔을까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번 여행기간동안에는 추위나 눈이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기예보를 보니 그곳의 날씨는 추수감사절 한주동안은 특별한 추위나 눈이 오지 않고 온화하고 따듯한 날씨를 보인다고 예보를 보여준다. 그 소식을 접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러나 요세미티를 여행하고 시카고에 가면 시카고 날씨는 추울 것 같아 겨울 옷가지와 두터운 자켓을 옷가방에 접어 넣었다. 이것저것 짐을 다 싸놓고 보니 자정이 넘었다.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뒤척뒤척 하다 보니 어느 듯 새벽 1시가 넘어 2시가 다가온다. 깜박 잠이 들면 3시에 집으로 찾아오는 우버 택시를 기다리게 할 것 같아 마음이 조바심이 나다보니 더욱 잠은 멀리멀리 도망을 가버린다.
이럴 때는 잠을 억지로 청하기보다는 차라리 일어나 책을 보든가, 아니면 TV를 시청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나와 책을 펼치니 골치가 아프고 띵하다. 잠을 자지 못하고 피곤이 겹치니 어지럽고 머리가 무겁다. 책을 읽어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가 잘 안되고 어수선하다. 그럭저럭하다보니 3시가 되었다. 주섬주섬 짐가방을 문앞에 내어놓고 준비를 마치니 곧이어 택시가 도착했다.
운전기사의 도움으로 짐가방들을 모두 싣고 탬파공항으로 향했다.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공항은 그리 붐비지 않았다. 비행기에 탑승한 후 2시간 30여분만에 시카고에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다. 새크라멘토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1시간동안 우리가족은 아침식사를 공항내의 식당에서 마쳤다. 비행기는 정시에 떠나지 못하고 1시간이 지나서야 이륙했다. 4시간 20분정도의 비행 끝에 드디어 새크라멘토공항에 내가 탑승한 비행기가 도착했다. 곧이어 짐을 찾고, 셔틀버스를 타고 렌탈카 센터에 가서 일주일 동안 차를 빌렸다. SUV Van으로 여행을 하기 편리하게 내부의 구조가 돼있다. 우리는 근처의 한국식당을 스마트폰으로 찾아 늦은 점심식사를 마쳤다. 차려져 나온 음식은 정갈했고 맛도 괜찮았다. 이제 요세미티 국립공원 속으로 들어가면 정식으로 차려진 한국음식은 먹기가 힘들 것 같아 미리 욕심(?) 내어 마음껏 먹었다. 식당을 나온 후 7마일을 달려 어느 한국 대형 마켓을 찾았다. 이곳에서 우리가 산속 캐빈에 머무는 동안 먹을 양식인 간편한 한식(햇반), 밑반찬, 과일 등등을 여유 있게 사서 챙겨 실었다.
비행기에 내려서보니 가랑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안개까지 잔뜩 끼어서 시야를 가린다. 이것이 공기가 오염되어 탁하게 보이는지, 안개가 끼어서 시야가 흐리게 보이는지 분별을 할 수가 없다. 몇년전에 LA에 왔을 때 희뿌옇게 오염된 공기와 탁한 공기로 곤욕을 치렀던 경험이 있어 이것들을 보니 미리 겁부터 난다. 공기가 맑은 시카고나 탬파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님께 감사드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11월 하순, 만추(滿秋)에 접어든 이곳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는 곱게 물든 단풍나무의 물결로 시내는 울긋불긋한 색깔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새크라멘토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의 내가 머물 숙소인 캐빈까지는 3시간30분이 소요된다고 내비개이션이 가르쳐준다.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달리다보니 어느 듯 시내를 벗어났다. 요세미티를 향해 달리는 차창 밖은 광활한 평야가 끝없이 펼쳐져있다. 비옥한 캘리포니아의 이러한 농토에서 우리가 먹고 양분을 채우는 농작물들이 재배되어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는 것을 생각하니 새삼 눈길이 멎게 된다. 거기에는 갖가지 과일들을 수확하는 과수원들이 끝없이 펼쳐져있고, 저쪽의 지평선 한켠에는 초록빛을 띤 야채들이 그린색의 초원을 이루고 있다.
아마도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농장물의 수확물을 다 합친다면 한국국민이 몇년을 먹고도 남을 량이라고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한참을 달려가다 보니 이번에는 소와 말 등의 가축들을 넓은 초원에 방목하여 기르는 목장이 눈에 들어온다. 소들은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초원을 거닐고 있다. 그 목장의 끝자락에 다다르니 어느 듯 산이 듬성듬성 솟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곧 이어 산 위쪽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들어온다. 산은 점점 높아지고, 그 사이로 굽이굽이 비탈길, 가파른 산길이 전개된다. 옆을 내려다보니 수십, 수백길 낭떠러지의 절벽이 눈 아래로 전개된다. 새크라멘토를 떠난지 2시간여가 넘다보니 어느새 주위는 어둠이 깔리고 우리는 적막만이 둘러싸여있는 산길을 꼬불꼬불 달려가고 있다.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가 반갑다. 인적이 드문 깜깜한 산길, 하늘을 가릴 듯이 도로를 에워싼 전나무 숲은 마치 유럽 어느 고성(古城)을 끼고 달리는 기분이다. 앞에 희뿌연 무엇이 눈에 띄어 급브레이크를 밟고 보니 사슴 여러 마리가 이쪽 산위에서 아래쪽으로 길을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다. 조금도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 저 녀석들은 전혀 우리일행을 의식하지 않는 듯 힐끗힐끗 우리를 쳐다보며 어슬렁어슬렁 유유자적 여유만만하게 길을 건너가고 있다. 그들을 지나 얼마를 달려가다 보니 또 사슴 한마리가 껑충껑충 뛰며 길 위로 달려가고 있다. 그러다가 이내 어두운 숲속으로 사라진다. 얼마 후엔 카이오디, 래쿤, 또 사슴 등등 많은 산 짐승 식구들이 우리를 환영하듯 선을 보이고 나타났다 사라진다. 사냥이 금지된 국립공원 지역이다 보니 짐승들의 개체수가 수없이 불어나 그들만의 지상낙원을 이루고 있나보다.
사방이 너무 어둡고 인적이 드믄 산길을 혼자서 운전해가다보니 무섭고 공포감마저 생겨나서 오금이 저려온다. 그러한 두려움과 공포감속에 몇십마일을 가다보니 드디어 요세미티 국립공원 정문 싸인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가로등은 몇개 주변에 켜져 있는데, 입구 입장료를 받는 부스에는 사람이 없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가보다. 가까이 가서보니 밤에는 근무자가 없고, 지금은 그냥 들어가지만 나올 때 입장료를 내라고 안내판 글씨가 써있다. 나는 미리 국립공원 입장 카드를 준비해 갔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공원 정문 출입구를 지나니 드디어 우리가족은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왔다. 이곳에서 요세미티공원 중심지인 요세미티 빌리지까지는 20마일정도를 더 들어가야 한다. 10여마일을 더 달려 꼬불꼬불한 산길, 고갯길, 비탈길, 굽이 길을 돌고 돌아 가다보니 우리가 묵을 캐빈마을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변에 있는 안내판을 보니 이곳이 해발 5천피트라고 써 있다. 그곳에서 한참을 굽이굽이 돌아서 산 아랫자락쪽 캐빈마을로 어둠을 뚫고 들어갔다. 조명등이나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둠속에 묻힌 캐빈들의 모습이 듬성듬성 산자락, 숲속에 나타난다. 도대체 너무 어둡다보니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조차 힘들다. 울창한 숲속, 외진 길을 이리 돌고 저리 올라가며 한참을 헤맨 끝에 힘들게 우리가 일주일동안 묵을 숙소인 캐빈을
찾았다. 숙소 앞마당에 차를 파킹하고 집주인이 알려준대로 비밀장소에 보관해놓은 집 열쇠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안에 들어가니 깨끗하고 청량한 소나무의 송진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집안의 불을 켜고 살펴보니 모든 가구와 살림도구가 완벽하게 잘 갖추어진 일반의 가정집과 똑같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다돼간다. 지금이 이곳시간으로 10시이니 탬파는 새벽 1시다. 탬파의 집에서 새벽3시에 떠났으니 만으로 따져 봐도 22시간만에 이곳에 도착했다. 힘들고 지쳤던 몸이 한꺼번에 피로가 몰려나오며, 한편으로는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도 생겨났다.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집주인이 춥지 말라고 벽난로를 피워놓고 갔다. 시간이 너무 늦다보니 잠자리에 밥을 먹으면 부담스러워서 간단히 과일 몇개를 깎아먹고 씻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참으로 지루하고 긴장된 하루였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침대위로 올라갔다. <다음호에 이어짐>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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